신혼 때 부엌에서 밑반찬 하나를 하려면 핸드폰을 들고 검색부터 했다. 그럴싸한 일품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콩나물 무침, 시금치나물 같은 기본적인 밑반찬을 하는데도 콩나물 데치는 시간, 시금치 데치는 법 을 검색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는 반찬은 재밌기도 신기하기도 했고 노트 한쪽에 레시피를 따로 적어두기도 했다.
지금은 어느새 살림 9년 차인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남편은 평일엔 거의 식사를 회사에서 하는 편이라 아이 밥만 신경 쓰면 되는데 그렇기에 주말은 될 수 있으면 내가 한 음식으로 밥을 차려주려고 한다. (가족이 한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게 큰 감사와 기쁨이라는 건 코로나를 앓고 난 후 깨달았다.)
그래서 주말이 가까워지면 냉장고 속 식재료, 반찬들을 체크하고 뭘 해서 먹일지 생각하느라 분주하다.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아욱 된장국을 끓여두고, 아이도 남편도 잘 먹는 장조림도 좀 해두고, 남편 좋아하는 콩나물 무침, 그리고 전복도 좀 사다가 솥밥도 해 먹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장을 봤다.
인덕션 위에 냄비가 여럿 나와도, 싱크대 위에 믹싱볼이 두어 개 나와도, 허둥지둥거리지 않는다. 머리로 음식의 순서를 대충 정리하고 움직인다. 국을 끓일 때 나물을 하나 무치고, 고기를 삶을 때 다른 반찬을 하나 볶는다. 이렇게 망설임 없이 착착 움직여도 주방일은 한 번 시작하면 쉽게 끝날 줄 모른다.
고작 된장찌개, 고작 계란말이.
내가 먹고 자란, 당신이 먹고 큰 고작 고만고만한 반찬들이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당신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쉽게 만들어낸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될 때쯤이면 그 사람은 부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지금은 많이 늙었을 거다.
나도 지난 9년 동안, 이제 감출 수 없는 흰머리가 많이 생겼고 손이 거칠어졌고 허리가 자주 아픈 늙어가고 있는 그 사람 중 한 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