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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Dec 08. 2023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고객센터 담당자가 되어보기

2023년도 4월에 일기장에 쓴 글을 복붙.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고객센터 담당자 되어보기


얼마 전 대규모 업데이트 후 채널톡으로 들어오는 CS를 직접 대응해보고 있다. 반복되는 CS들을 잘 살펴보면 고객들이 제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체화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바로 디자인 작업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도 긍정적이다. 어떤 작업에는 힘을 줘야 하고 어떤 피처에는 힘을 살짝 빼도 되는지, CS로 느껴지는 고객의 온도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이런 기능들은 업데이트 후에 빠졌던데, 그게 빠지면 너무 아쉽고 불편한데요.라는 고객 목소리는 더 주목해보고 있다. 보통 NPS 조사를 할 때 ‘~가 없어지면 얼마나 아쉬울 것 같은지 0-10점 척도로 답변해 주세요’라는 형태의 질문을 던지는데, 가만있어도 고객들이 NPS 점수에 답변을 남겨주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2주 전 대규모 업데이트를 런칭하고 지금까지 서버가 계속 안정적이지 못했다. (왜 이걸 미리 알지 못했을까 생각하면 할 이야기가 있지만..) 그리고 이 서비스는 2016년 오픈 이후로 지금까지 조용히 계속 잘 쓰고 있는 리텐션 유저들이 꽤 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대규모 업데이트 때문에 이탈이 급격하게 늘어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이 컸다. 서버 인프라를 손보는 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 꽤나 답답한 마음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라는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CS에 답변을 최대한 빨리 드려보는 것. 고객센터도 없었는데 노션으로 얼른 파버리고. 그래서 ‘이 에러가 언제 해결되는 건가’ 하는 막연한 답답함 정도까지는 내가 해결해 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제품으로부터 느끼는 고객 경험이고, 고객의 문제를 풀어주는 일이다. 디자인하면서 고객 문의에 응대하느라 콘텍스트 스위칭이 무지막지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서비스를 쓰는 고객을 직접 만나는 게 나한테는 꽤나 큰 힘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걸 쓰는 사람들이 피부로 느껴지는 경험이었고, 내가 그들을 위해서 뭐라도 도움주고 있는게 있다는 감정이 들어서.




그리고 23년 12월 지금의 생각.

당시 비상상황이 한참 잦아들고도 지난 지금도 CS는 계속 응대하고 있다. 가끔은 사무실로 직접 찾아오는 고객도 있었다. UT 할 고객이 제 발로 찾아와 주셨구나! 속으로 땡큐를 외치며 가서 응대를 해드리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꼭 한 건 한 건이 유의미한 발견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제품 직관이 생겨난다고 믿는다. 누군가에게서 전해 듣는 고객 조사 결과도 좋지만, 이렇게 내가 직접 만나 보고 나면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진다.

정제된 VOC가 아닌, 날 것의 고객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응대하다 보니 나 스스로가 고객의 상황과 문제에 더욱 쉽게 공감이 되더라. 그리고 꼭 문제를 잘 해결해드리고 싶은 의지가 솟아오르는 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에너지다 (물론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제품팀으로 가져가서 문제를 정확히 발라내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또 다른 일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시는 몇몇의 고객분들과는 조금 더 라포를 쌓은 다음, UT와 인터뷰 리크루팅으로 연결시켜보기도 했다. 생각보다 흔쾌히 수락해 주셨고, 채널톡 너머로 얘기만 나누다가 직접 얼굴을 뵈니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사전에 라포가 쌓여있었으니 UT와 인터뷰 진행 또한 더욱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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