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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Jan 21. 2019

PORTO. 10

포르투 21일, 살아보는 여행의 기록


오늘 아침도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예정대로 점심 무렵에 어제 갔던 Namban으로 향했다. 오늘 메뉴는 우동! 부슬부슬 비도 내리고 쌀쌀한데, 딱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시골 할머니가 유기농 밀가루로 직접 빚어주신 수제비 느낌이 났다. 계산하고 나가면서 발견했는데, 미리 면을 삶아두지 않고 주문 즉시 그 때 그 때 밀대로 밀가루를 펴고, 면을 뽑아내던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Namban

Rua dos Bragas 346, 4050-122 Porto




밥 먹고 디저트랑 커피 한 잔 마시는게 익숙해지고 있다. 노란색 초콜릿에 꽂혀있는 항아리 처럼 생긴 저것은 샴페인이라고 한다. 독특한 맛이 났는데, 맛있었다! 에스프레소 한 잔이랑 직접 만든 초콜릿의 조합. 괜찮았어요.


Brigadeiria Do Porto

Rua da Torrinha 141, 4050-046 Porto





잠깐 쉬다 나오니까 비가 갰고, 해 뜰랑말랑 하는 중.





집 가는 길에 갑자기 젤라또가 땡겼다. 영롱한 감귤 젤라또의 색깔.


Cremosi

Praça Bom Sucesso 48, Porto





어제 동행분들 만나는데, 내가 삼겹살이 그립다고 얘기했더니 마트에 돼지고기가 엄청 싸고 맛있다는걸 알려주셨다. 그래서 오늘 번역기 풀 장착하고 마트에 갔다. 한국에서 봤던 삼겹살이랑 완전히 똑같은 종류는 없었고, 'panceta'가 원래는 베이컨이라는 뜻인데 그나마 비슷한 종류인 것 같아서 번역기에 적힌대로 말했다.


근데 내가 찾던 고기가 없었고, 뭐라뭐라 하시더니 옆에 있는 어떤 고기를 썰어주셨다. 나는 아직도 이 고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Froiz

Shopping Cidade do Porto, R. do Bom Sucesso 61, 4150-146 Porto




비와서 딱히 돌아다닐 마음이 안들었고, 집에 들어와서 편집했다. 비와서 할게 없으니 별게 다 재밌어지더라.





그저께 호스트 할머니가 빵 만드는 레시피 써주신다고 했는데, 오늘 나한테 보여주시면서 하나 하나 설명해주셨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는 좀 어려웠다.




처음 이 곳에서 요리하는 모습도 자세히 남겨두면 재밌을 것 같아서 카메라를 켰다. 아이폰+미러리스, 무려 투캠이 동원됐다. (편집된 영상은 곧!) 고기 굽는거라 한국이었다면 그냥 슥슥삭삭 금방 끝내버렸을텐데, 모든게 다 낯설다보니 삽질도 많이하고 시간이 배로 걸렸다.





오늘 산 게 무슨 고기인지도 몰라서 삼겹살 먹는건 거의 반 포기한 상태였는데, 먹어보니 생각보다 삼겹살이랑 비슷한 맛이 났다. 목살과 삽겹살의 사이인 것 같았고, 300g 샀는데 1.26유로라니 진짜 너무나도 놀라운 가격이다. 한국 대비 파괴적인 장바구니 물가. 고기 많이 사먹어야지.





오늘의 진수성찬이자, 포르투에서 처음 불을 써서 만든 요리. 짝짝짝 참 잘했어요.





고추장이랑 햇반 더 많이 들고올걸. 쌈장은 없고, 고추장에 찍어먹으니 한국에서 고기 먹는 느낌이 났다. 이거 없었으면 어떡할 뻔 했어. 역시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





밥 먹으려고 앉았는데, 옆 방을 쓰고 계신 프랑스 게스트분들이 부엌으로 들어오셨다. 비오는 날 포르투 여행 어땠는지, 오늘 먹은 저녁에 대한 얘길 했다. 그렇게 얘기하면서 저녁 먹고 있던 차에 호스트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어오셨고 Melhor! (best) 라며 꽤 오래되어 보이는 포트와인을 한 잔씩 따라주셨다. 포르투갈, 프랑스 그리고 한국어로 번갈아가며 서로 건배! 를 외쳤다. saude, santé 그리고 건배!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한국. 총 다섯개의 언어가 한 자리에서 동시에 오갔다. 원래 세상은 참 크고 넓지만, 이렇게 보니 또 좁아보이기도 했다. 서로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편하게 말이 통하지 않으니 온갖 바디랭귀지가 동원됐는데, 그래서 더 웃기고 재미있었다. 호스트 할아버지가 축구선수 펠레에 대한 얘길했고, 브라질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에 대한 얘기 했다. 각자 나라의 날씨와, 가족들에 대한 얘기도 했다. 그렇게 3시간이 흘렀다. 외국어는 또 다른 세계의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의 형태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아름답고 소중한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영어 조기교육 빡시게 시켜주신 어머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24,834원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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