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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Jan 22. 2019

PORTO. 11

포르투 21일, 살아보는 여행의 기록


1. 아침 러닝

이틀만에 해가 떴다. 신나서 달리기부터 하러 나갔다. 역시 러닝은 저녁보다 아침이 훨씬 힘들다. 자고 일어난지 얼마 안되서 그런걸까.




2. 어제 남은 재료로 샌드위치 만들어 먹기


드디어 가스레인지 사용법을 완벽하게 숙지했다. 어제는 불 킬 줄을 몰라서 감자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삶았는데, 오늘은 드디어 팬에 구워먹을 수 있게 됐다. 




필터가 필요없다. 널어놓은 이불에 햇빛드는게 이뻤는데, 필름카메라 들고 오니까 볕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어제 못먹어본 Bolo de arroz. 쌀케익이라고 하는데, 그저께 만들어주신 모자이크 케익보다 좀 더 거칠고 쌀알이 씹힌다. 나는 이게 훨씬 더 맛있어서, 몇 번이나 꺼내먹었다.





3. 영상 다시 뽑고 브런치에 업로드하기.

어제 완성한 영상에 잘 못 된 부분이 있어서 영상 다시 뽑고 브런치에 올렸다.





4. 메트로타고 동루이스 다리 건너보기

매번 걸어서 다리 건넜는데, 오늘은 메트로 타고 다리를 건너보기로 했다. 당산 -> 합정구간 지하철에서 한강보이는 고런 느낌.





가만히 앉아서 강가 바라보면서 멍 때리기엔 강 건너편이 훨씬 좋았다. 오랜만에 날씨도 좋고, 피곤해서 힘이 별로 없길래 그냥 강가에 앉아있기로 했다. 구름이 엄청 빨리 움직여서 시시때때로 건물에 내리 앉은 그림자의 모양과 빛의 밝기가 달라진다. 




5. 낮술하기

축축 처지고 기분이 별로 안좋길래 술을 먹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디에디트 포르투 한 달 살기 글에서, 볼랑시장쪽에 엄청 싸고 맛난 샹그리아를 파는 가맥집이 있다고 했다. 15분정도 걸어서 도착해보니, 문이 닫혀있었다. 흑흑.


구글 맵에 찍어둔 다른 펍으로 이동. 리뷰에 적힌대로 포르투 젊은 친구들 여기 다 모이는 것 같았음. 노래 좋고, 맥주도 나쁘지 않았다. good vibe! 이 날 4시까지 맥주 한 잔 마시는 것 말곤 돈을 하나도 안써서 저녁을 거하게 먹고 싶어졌고, 오마카세 스시 가게에 가기로 결정했다.


Aduela taberna/bar

R. Das Oliveiras 36, 4050-448 Porto




6. 먹부림

스시 가게는 저녁 7시 30분에 문을 열고, 오픈까지 두 시간 넘게 남았는데 슬슬 배가 고파서 괜찮은 타파스 가게를 찾아 나섰다. 간단하게 타파스랑 와인 한 잔 마시고 본 게임인 스시 가게로 가는걸로 결정. 구글 맵에 'tapas' 를 검색하고 쭉 내리는데, 평점 4.8점에 호평으로 가득한 가게가 있길래 그 곳으로 향했다. 



도착했더니 사장님이 인자하게 웃으시면서, 오픈 준비중이라며 20분 후에 와달라고 하셨다. 덕분에 골목 골목 돌아다니면서 고양이도 만나고 예전엔 눈길도 안줬던 포르투 대성당에도 가봤다. 성당 뒷편에는 가만 앉아서 멍때리기 좋은 스팟이 있었는데,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곳 같았다. 한국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이전에 한 번도 이 곳에 대한 정보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광선검처럼 내려 앉은 햇빛





리뷰가 너무 좋아서 엄청난 기대를 안고 가게에 도착했다. 가격은 살짝 비싼 편이라고 느껴졌다. 어느샌가 부터 '7.5유로는 1만원, 15유로는 2만원이다!' 라는 계산을 머릿 속에 박아두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1유로 = 1000원이라고 착각하던 여행 초기 때 만큼 물가가 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한국이랑 비슷한 정도의 물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사장님이 요리와 서빙을 함께 하시고, 자리에 앉았더니 모든 메뉴와 와인을 정성스럽게 하나 하나 설명해주셨다. 테이블에 기본으로 깔리는 빵이 너무 맛있었다.





도우루 와인을 처음 먹어봤고, 진짜 너무 맛있었다. 처음엔 상큼하고 신맛이 살짝 나고, 끝 맛은 아주 깔끔하게 떨어졌다. 갑자기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골목에 숨어있는 맛집을 발견하고 느껴지는 희열감 같은걸 봤달까. 아까 먹은 식전빵까지 맛있어서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생각보다 큰 플레이트가 나왔고, 정갈하고 이쁜 모양은 아니었다. 메뉴판엔 1인분이라 써 있었지만, 족히 2인분은 되어 보였다. 맛은 다 괜찮았는데, 소름 돋을 정도까진 아니었다. 기대가 하늘을 찔렀던 탓일까. 





문어가 좀 심심하다는 얘길 드렸더니 너무 너무 미안하다며 그 자리에서 내 입맛에 맞는 소스를 만들어주셨다. 맛있었다. 그리고 계산할 때 너무 미안했다며 10% 디스카운트까지 걸어주셨다. 자기 일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게 느껴졌던 식사. 여기서 간단하게 요기 정도만 하고 스시 먹으려 했는데, 너무 많이 먹어버려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구글 맵에 남긴 리뷰


여기서 파는 douro white wine 진짜 너무 신세계였어요. the best wine ever in my life. 한 시간 반 동안 다른 집에서 홈스테이 하는 느낌. 여행 왔는데, 잠깐 또 딴 나라 다녀온 기분이 들어요. 요리랑 홀 서빙까지 모두 사장님 혼자 다 하시고, 정말 자기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게 느껴졌습니다.

문어가 조금 싱겁다고 말씀드리고 이러이러하면 좀 더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너무 미안하다면서 바로 제 입맛에 맞는 소스를 만들어 주셨어요. 감동...

1인용 3가지 타파스가 담긴 플레이트를 시켰는데, 두 사람이 먹어도 될 정도로 양이 많았어요. (23유로, 약 29000원) 혼자 와서 가성비가 좀 떨어졌는데, 여러명이서 와서 쉐어하시면 꽤 멋진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La Maison Rouge 48 - Douro & Porto Wine Bar

R. do Corpo da Guarda 46, 4000-069 Porto




굴덴드락 펍가서 한 잔 더 하고 싶었는데 문 닫아서 집으로 갔고, 집에 돌아와서 일기 쓰고 잠들었다.

오늘의 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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