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인천-경기 연안 바다 기준, 우리나라 바닷물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무려 세계 2위라는 사실. 우리나라는 분리수거 비중이 높은 국가이지만 분리수거와 재활용, 투기는 별개이다. 분리수거를 한다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재활용이 되거나 재생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많은 쓰레기들이 소각장에서 소각되거나 무심결에 투기되고, 바닷물이나 바람에 마모되어 5mm 이하의 크기로 분해되면 바로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큰 플라스틱 쓰레기가 결국 수백, 수천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 역시 중요하지만 이미 버려진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플라스틱 오션 프로젝트(Plastic Ocean Project, Inc.)는 그중에서도 해양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여러 캠페인을 통해 고양하고 있다. 2012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설립된 플라스틱 오션 프로젝트는 퇴직한 회계사와 해양생물학 전공자들, 경영학 전공자들이 모여 해양오염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비영리기구이다. 해양오염의 원인이 플라스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박 침몰 시 발생하는 연료 누출, 각종 폐수 등으로 인한 부영양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우리 눈에 잘 보이는 것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들이다. '플라스틱 백(Plastuc bag)'인 비닐봉지부터 음료 페트병, 세제용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플라스틱 오션 프로젝트는 각종 이벤트와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이 쉽게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플라스틱 오션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행사로 플라스틱 낚시 대회를 꼽을 수 있다. 플라스틱 낚시는 말 그대로 배를 이용해서 이동, 바다 한가운데에서 직접 뜰망과 낚싯대로 물고기 대신 플라스틱을 낚는 행사이다. 상상해보라. 푸른 대서양을 가르며 괴물을 잡으러 떠나는 대여섯 척의 낚싯배들. 서른 명 남짓한 참가자들이 현지 바다를 잘 아는 선장들과 함께 팀을 짜서 배를 나눠타고 괴물 사냥에 나선다. 바다괴물은 정체불명의 바다생물이 아니라 바다에 흘러들어간 쓰레기들이다. 바람 빠진 헬륨풍선이나 깡통, 나무판자, 플라스틱 병 등을 각종 낚시 장비로 낚아올리는 대회다. 가장 많은 양을 낚은 팀, 가장 특이한 쓰레기를 낚은 팀을 위한 시상식도 열린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망망대해에서도 쉽게 생활 쓰레기를 낚는 경험을 통해 행사에 참여하는 지역민들은 환경오염의 실체를 마주치게 된다.
플라스틱 낚시뿐 아니라 더 쉬운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쓰레기 줍기’가 바로 그것. 직접 해변에서 플라스틱을 주우며 콜라 페트병이 얼마나 미국의 해변을 오염시키고 있는지 체험한다. 이뿐 아니라 해변에서 주운 플라스틱 조각 25파운드(약 11.3kg)마다 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이산화탄소 저감의 제일 근본적인 해결책 역시 신경 쓰고 있다. 플라스틱 오션 프로젝트는 2018년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미국 남동부를 강타하며 곳곳에 흩뿌린 플라스틱 쓰레기를 현재까지도 수거 중이다. 2019년까지 4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15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2021년에도 플로렌스가 뿌려둔 쓰레기를 줍기 위해 자원봉사단을 모집하고 있으며 더 많은 쓰레기를 주워 더 많은 나무를 심는 것이 목표라고 하니, 우리 주변에 숨겨진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이 간다.
플라스틱 오션 프로젝트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회용 빨대 덜 쓰기’ 운동 또한 적극 참여 중이다. 또한 환경 관련 단체로는 특이하게 미술 전시회를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일본의 우키요에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인 ‘파도’를 플라스틱 쓰레기로 재구성하여 플라스틱 투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등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또한 플라스틱 오션 프로젝트는 플라스틱을 연료로 변환하는 기기를 연구하며 이를 해양오염에 시달리는 태평양, 대서양의 섬나라에 지원하고 있다. 매립되어 폐기될 플라스틱의 연료 전환율이 무려 80%에 이른다고 하니 이제 버려진 플라스틱을 골칫덩이로만 여길 필요가 없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1톤 폐비닐에서 620리터의 기름을 얻었다고 하니,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버려진 플라스틱도 이젠 살뜰히 주워모을 때가 오지 않을까?
이미지 및 정보 출처 :
플라스틱 오션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http://www.plasticoceanproject.org/)
By 에디터 "R" - 더 나은 사회와 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