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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나뭇가지 May 03. 2022

꽃을 쏘아 올리면

마당에서

꽃을 쏘아 올리면 



돋아나는 잡초를 뽑아주기 위해

호미 챙겨 들고 마당에 나왔다

이리 살피고 저리 재 봐도

줄기는 줄기일 뿐      

꽃인지 잡초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하나하나 풀잎마다 제 궤도에서

흙더미를 들어 올리고 있다

작은 풀을 일일이 쓸어 만져본다

여기서 꽃이 필까 얼마나 자랄까    

 

봄의 기술적 원리는 거의 동일하다

뿌리에서 치밀어 올라와 

연쇄적으로 트이는 게 한철 봄꽃이다   

  

내가 뿌린 씨앗만 남기고

모두 뽑아낼 수는 없는 일     


줄기가 적정 높이에 무사히 진입하면

꽃 터지는 일만 남는다고

그때를 상상해본다

꽃을 쏘아 올릴 작은 풀들

펑펑 휘황찬란하게 드러날 색깔들    


내 안이 대낮 같이 밝았다





* 봄이 오니 마당에는 여기저기 잡초들이 먼저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작년에 심고 씨 뿌린 풀꽃들에서 떨어진 씨앗에서 싹이 나올 테지만

  풀이 너무 무성하면 씨앗에서 싹이 늦게 올라온다. 

  햇볕을 잘 받지 못하면 싹이 올라와도 야리야리하게 위로만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잡초를 뽑아줘야 했다.

  하지만 막 올라오는 싹이 어느 게 뽑아주어야 할 잡초이고 내 손에서 뿌려진 씨앗의 싹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씨앗의 싹만 남기고 나머지 다 뽑아낼 수도 없었다.

  사실 저절로 자라난 들풀이 피워낸 꽃들도 얼마나 예쁜데. 

  사람이 심어 가꾸는 풀만 남기고 다 뽑아주려던 내 결심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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