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처럼 뻗어 오르는 골목에 발자국이 묻어 있었다
이곳에서 어스름을 물고 삼천 번쯤 날았을까
저녁놀 박동이 빨라지고
찢기는 듯한 구름에 잠시 현기증이 깃들었다
푸드덕거리는 날갯짓 같은 생활은
수리하다만 희망을 세 얻어 살면서
잠시 호흡을 골랐으리라
산 능선을 따라 전봇대가
집들을 일으켜 세우는 저 높은 곳,
이제 제대로 날아보자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불빛이
별자리까지 가닿았다
부스스한 달이 눈을 뜰 때쯤
쪼르르 몰려가는 계단 끝 그 집,
삭풍에 우줄거렸다
밤새 닫아걸었던 문이 뒤척였다
덜 깬 가로등이 여명을 세워줄 무렵
실눈의 해와 마주했다
멀리 흐릿한 도시는 네온을 흘리면서
아직 어둠에 젖어 있었다
아슬아슬한 가지 끝에 봄을 들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낙담이 허물렸을까
전망 좋은 집을 위해
누군가 창문 속에서 환한 불을 켜고 있었다
*스토리코스모스 신인공모전 당선작 5 (202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