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아래 안개가 오복소복 담겨 있다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아
두 눈 찔긋 감아볼 때
정류장 옆 노점상 총각이 귤 하나를 건넨다
맛있다는 말을 받아들면
왜 그리 사주고 싶은지
능선 너머도 샛노래서
안개도 껍질을 벗어간다
바닷가 연안이
집들을 주워 담은 소쿠리 같다
공중에 뜬 귤은 신데
총각이 준 귤은 달다
버스 헤드라이트가 빛의 쪽살 가르며 다가온다
총각이 내가 산 귤에
몇 개를 더 얹어 봉지에 넣어준다
사계리에는 아침 해도 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