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최고로 예쁜 원피스

가을 조아름 2019 아홉 번째

by 피츠로이 Fitzroy

옛날 사진첩을 들쳐 보면 이때가 언제인지 알고 싶은데 알 길이 없는 경우가 있다. 아빠한테 물어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굳이 또 그러진 않는다.
내가 학교도 다니기 전의, 사진 속 우리 가족의 모습과 우리 집의 모습은 딱 남들에게 내놓기 쉽지 않을 만큼 초라하다.
엄마의 뽀글거리는 전형적인 아줌마 파마와, 내가 입고 있는 때가 꼬질꼬질한 상의와, 벽의 알 수 없는 낙서로 가득한 집의 행색이 그렇다.
엄마가 얼마나 밝게 웃고 있는지, 나랑 동생이 얼마나 신나게 놀고 있는지는 안 들어오고, 아빠가 만들어준 그네의 허접함과, 화장실 문에 낀 지워지지 않은 물때 같은 게 들어온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딱 그맘때쯤 그러니까 내가 유치원생이었을 때쯤, 엄마가 내게 입혀줬던 세상에서 제일 멋졌던 원피스가 생각났다.
나는 그 원피스를 사진을 통해 처음 알았다고 생각해왔는데, 갑자기 실제로 내가 그 원피스를 입던 순간의 기억이 떠올랐다. 원피스가 목에서부터 아래로 사르르 떨어질 때의 촉감과 옷감에서 나던 특유의 냄새 같은 것이.
그 원피스는 우리 집 형편에 비하면 너무 좋아 보이는 원피스였고, 나는 그 원피스를 특별하고 중요한 날에 입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멀리 살아 일 년에 한 번 정도밖에 못 보는 이모를 만나러 갈 때 같은.
그 원피스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원피스를 입은 내 모습이 스스로도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그 옷을 입는 날이면 나를 아주 예쁘게 꾸며 주었다. 머리는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항상 올백으로 꽉 묶었다. 눈꼬리가 이—렇게 올라갈 만큼. 가끔은 예쁜 스타킹도 신겨주고.
그 옷은 투피스처럼 만들어져 위아래의 분위기가 전혀 달랐는데, 위에는 레드 컬러의 깅엄 체크에 큼지막한 리본이 가슴 한가운데 떡하니 달려 있었고, 아래는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길이의 블랙 스커트로 연결되어 있었다. 위는 살짝 뻣뻣한 직물로 만들었다면 스커트는 쭉쭉 잘 늘어나는 소재였다.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 중인데도 그 원피스를 입고 있는 내 사진이 너무 보고 싶어 졌다. 사진은 천안 아빠 집의 오래된 앨범에 꽂혀 있을 것인데 지금 당장 아빠를 시켜서 사진이라도 찍어 보내라고 할 만큼 보고 싶었다.
나에게 세상에서 최고로 예쁜 원피스를 사줬던 엄마에게 (아빠도)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11월의 마지막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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