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조아름 2019-2020 다섯 번째
니시이케부쿠로(西池袋) 세탁기가 없던 집에서 살 때부터 코인 란도리(동전 세탁방)를 좋아했다. 코인 란도리의 정겹고 어쩐지 허름한 느낌이 좋았다. 빨래통이 돌아가는 걸 멍하니 보고 있으면 동네를 누비던 치즈 태비의 길고양이도 잠깐 들렀다 갔고, 햇살도 잠깐 길게 누웠다 갔다. 의자 위에는 너덜너덜한 만화책이 서너 권 올려져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저 만화책을 펼쳐도 읽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손에 대지도 않았다.
코인 란도리에 앉아 멜버른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는 유야 생각과, 아침에 다림질하다 허리 근처를 크게 데었는데 자고 있는 내가 깰까 봐 ‘악’ 소리도 못 냈던 룸메 생각과, 룸메 오기 전에 얼른 도시락을 싸고 깔끔하게 청소해 놓고 주방을 내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동동거리던 내 발을 떠올렸다.
요즘 동전 빨래방은 너무 좋아져서 2층에는 근사한 휴식 공간이 있으며, 캡슐커피도 마실 수 있고, 대리석으로 만든 테이블과 안마의자까지 갖추고 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김동률의 노래까지 흘러나와 주니 금요일 오프, 이 정오의 시간이 너무 행복하여 글이 막 쓰고 싶어 진달까.
내가 나중에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동전 빨래방 운영이야,라고 말했을 때 유야는 “아니, 그걸 왜?”라는 표정을 지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