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조아름 2020 첫 번째
나는 아름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몇 백 명이 모여 함께 듣던 대학교 1학년 교양 수업에서 아람이를 만났다. 애들이 다들 어서 모였나 참 많기도 하네 생각하며 들었던 수업.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챙겨 강당을 나가려는 데 내 앞에 선 그림자가 있었다.
“안녕, 나는 아람이라고 해.”
이름이 비슷한 게 신기해서 나는 아름이야 하고 말하고 싶었는데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아람이가 다시 말했다.
“나 너 몇 번 봤는데.”
“아.... 응.”
“너 무슨 과야?”
“나 광(고)홍(보).”
아람이는 내게 좋은 느낌이 들었다 했다.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지금은 나랑 친하게 지낼 수 없는 상황이라 했다.
같은 과가 아니었던 우리가 넓은 캠퍼스 안에서 어쩌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아람이는 나랑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보다 더 친근하게 행동하고 말했다.
나의 생일을 어딘가에서 알아내곤 편지를 써줬다. 생일 축하한다고. 그런데 생일이 주말이면 곤란하잖아, 하고 썼다. 수업이 없으니 못 보지 않느냐고.
스무 살 때도 나는 영화를 참 좋아했는데, 그것도 어떻게 아는 것 같았다. ‘번지 점프를 하다’라는 영화를 다운받아 CD에 구워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야,라고 말했는데, 나도 엄청 좋아하는 영화였지만 티 내지 않았다.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묘한 감정이 들었는데 고맙다고는 했었는지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아람이가 그랬다. 내겐 여자 친구가 있지만 난 널 좋아한다고. 여자 친구처럼 똑같이 좋다고. 너랑 잘 지내고 싶다고.
하아,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별 이상한 사람들 많아.
나는 곧 학교 내에서 연애를 했고 이별을 했고, 또 학교 밖에서 연애를 했고 이별을 하며 후배들을 늘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면서도 아람이는 학교에서 나와 우연히 마주치면 예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나를 봤다. 그의 여자 친구가 옆에 있을 때도 꼭 인사를 했다. 미친놈. 그의 존재를 잊을 만하면 내 싸이월드에다 글을 써놓고 가기도 했다.
어제 출판사에 원고 투고 메일을 보내다 ‘청아람미디어’라는 출판사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그 이름에서 난데없이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아람’이가 생각났다.
그때는 그의 마음이 뭘지 1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 이만큼 나이가 먹어보니 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은 언제나 내 마음처럼 되지 않고, 나는 분명 하난데 동시에 두 사람에게 똑같은 사랑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경험을 나도 해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모든 건 시간이 지나고 나면 희극이라더니, 그땐 미친놈 같아 보였던 아람이도 뭐하고 지내는지 궁금하고 생각하면 웃음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