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다'
네가 떠오를 때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너에 대한 생각은 단순히 '그립다'는 말로는 정의될 수 없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운 단어를 고르라면 그 말이 아마도 최선일 테다. 많이 설렜다. 아마도 티를 안 내려했지만 수줍음 많고 어수룩했던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티가 났겠지.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너는 나에겐 관심이 별로 없었다는 걸. 하지만 이성이 감정을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 좋아하는 감정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그라들 수 있을까. 그래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맞겠지라며 감정이 차차 사그라들기를 바랐다. 하나 지금까지도 종종 떠오르는 걸 보면 그 말이 꼭 맞는 말은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씩 비슷한 사람을 보면 흠칫하곤 한다. 너와 연애를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너와 가고 싶었던 곳을 지날 때면 여전히 그때 생각이 떠올라 '바보 같았지'라며 겸연쩍게 웃게 된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그저 추억에 지나지 않는 정도가 되었지만 아직도 너의 연락이면 한달음에 달려 나갈 것만 같다. 너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더 멋있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지만 다시 스무 살의 숫기 없던 내 모습으로 되돌아 가지 않을까. 그리고는 좀 더 잘 할 걸 하며 후회하지 않을까.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보고 싶다.
너에 대한 생각은 단순히 뭐라고 형언하기엔 너무나도 복잡하지만, 네가 떠오르는 날에는 한숨을 내뱉으며 나지막하게 그립다고 말할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네가 그립다. 여전히 네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