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을 위한 시낭송 수업
대한민국의 중장년들에게 가장 많이 오랫동안 강력하게 정신적 위안이 되었던 노래를 뽑으라면, 단연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일 것이다. 제목부터가 낭만적이다. 백두산 호랑이도 아니고 지리산 반달곰도 아니고 저 멀고 먼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킬리만자로인 이유가 무엇일까?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소설을 잠깐 살펴보자.
“킬리만자로의 서쪽 봉우리 가까이에는 바싹 말라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가 하나 있다.
아무도 그런 높은 곳에서 표범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 헤밍웨이,'킬리만자로의 눈' 중
헤밍웨이의 소설에서는 표범의 시체가 눈 덮인 킬리만자로 정상 부근에서 발견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표범은 원래 그렇게 추운 곳에서 사는 동물이 아니다. 그런데 왜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갔을까. 표범이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갔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의 삶도 그렇다고 보는 것이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고독하고 고달프고 어렵더라도 이루어 내고 싶은 것이 있다. 영원히 녹지 않는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처럼 높고 숭고하고 고결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시의 본질은 노래이다. 운율이 있는 것을 시라고 한다. 시에서의 운율은 정확히 악보가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적인 운율을 갖는다. 낭송자가 시의 의미를 이해하여, 자신의 호흡과 감정을 살려서 운율을 살려 낭송하는 것이 시낭송의 운율이다. 그에 비해 가요로 불리는 가사는 악보가 있어서 가사의 의미를 한층 더 화려하게 살려낸다. 시의 의미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번 시간에는 오랜 동안 한국인의 사랑을 받아 왔던 양인자 작사, 조용필 작곡으로 불렸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가사의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음악소리 없이 가사만 살펴보면서 가사에 실린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한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양인자 작사, 조용필 노래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가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러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고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하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로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 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 시샘의 시 읽기와 감상 ===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이 노래 가사는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고독한 자아를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고독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자, 이상을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열망을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강렬하게 노래한 작품이다. 현실의 비루함과 고독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아 빛나는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화자의 비장하고 숭고한 정신이 깊은 울림을 준다. 사랑과 청춘에 대한 솔직한 성찰 역시 이 시가 가진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많은 이들에게 삶의 용기와 위로를 전한다.
■작품 분석
(1)구성
1~8행 (자아 인식과 이상): 하이에나와 표범의 대조를 통해 비루한 삶을 거부하고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고독하더라도 숭고한 삶을 지향하는 화자의 이상을 드러낸다. 도시 속 고독과 고흐의 비극적인 삶을 언급하며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다.
9~19행 (삶의 흔적에 대한 열망): 바람처럼 사라지는 삶이 아닌, 빛나는 불꽃처럼 뜨겁게 살며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표출한다.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고독한 영혼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20~27행 (사랑에 대한 성찰): 외로움을 위로해 줄 세상에 대한 허무함을 느끼지만, 사랑 역시 고독을 동반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표면적인 사랑이 아닌, 모든 것을 걸기에 외로운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28~36행 (대조적인 사랑과 청춘에 대한 건배): 귀뚜라미, 라일락, 밤 등 소박한 대상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자신의 청춘에 건배를 한다.
37~42행 (사랑과 이상에 대한 결의): 사랑과 이상은 모든 것을 걸어야만 얻을 수 있는 고독한 과정임을 재확인하며, 모든 것을 잃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43~47행 (강렬한 존재론적 의지): 아무리 깊은 절망 속에서도 한 가닥 불빛, 맑은 물소리, 꺾이지 않는 나무처럼 존재하며 세상을 밝히고 변화시키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다진다. 자신이 21세기가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믿으며 자기 확신을 보여준다.
48~50행 (킬리만자로로 향하는 여정): 다시 킬리만자로를 언급하며 고독을 벗 삼아 계속해서 정상을 향해 나아갈 것임을 다짐한다. 산과 하나가 되어도 좋다는 초연한 태도로 시를 마무리한다.
(2)표현법
다양한 표현법을 통해 화자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대조: '하이에나'와 '표범', '위대해지고'와 '초라해지는',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등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화자의 이상과 현실, 내면의 복합성을 드러낸다.
직유: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한줄기 연기처럼' 등 직유를 사용하여 화자의 소망과 삶의 허무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반복: '나는 사랑한다', '외로운 거야' 등의 반복은 운율을 형성하고 주제 의식을 강조하는 효과를 준다.
수미상관적 구조: 시의 시작과 끝에서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언급하여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 통일감을 부여한다.
역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과 같은 역설적인 표현으로 청춘의 복합적인 감정을 나타낸다.
설의법: '무슨 상관이랴', '또 어떠리' 등 설의법을 사용하여 화자의 강한 의지와 초연한 태도를 드러낸다.
은유: '빛나는 불꽃', '한 가닥 불빛', '한 줄기 맑은 물소리', '꺾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 등은 화자의 강인한 생명력과 희망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3)표준 발음
산기슭: [산기슥]
썩은: [써근]
고호란: [고호란] (고흐를 가리킴)
가뭇없이: [가무덥씨]
왜그렇게: [왜그러케]
보잘것없는: [보잘걷엄는]
정열: [정ː녈]
남으리: [나므리]
꺽이지: [꺼기지]
(4)낭송할 때 어조
전반적으로 낮고 굵직하면서도 비장하고 결연한 어조로 낭송한다. 고독과 번민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한 의지와 열정이 느껴지도록 한다.
때로는 허무함과 쓸쓸함이 묻어나지만, 이내 강렬한 생명력과 희망, 그리고 굳은 다짐으로 전환되는 감정의 폭을 표현합니다.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부분에서는 이상을 향한 열망을,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부분에서는 강한 부정과 의지를,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것을' 부분에서는 고뇌를 담아낸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마무리한다.
(5)주제
삶의 고독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 가치와 흔적을 남기려는 강렬한 의지. 하이에나처럼 비루하게 살기보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고독하더라도 숭고하고 도전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화자의 야망과 열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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