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먹으며 함민복 시

중학생을 위한 시낭송 수업 by 시샘

by 시샘 김양경

사과를 먹으며/함민복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 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맛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의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를 지탱해 온 사과나무 뿌리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으로 멀리 도망쳐 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 시샘의 시 해설과 감상 ===

여행을 가기 위해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했던 시이다. 내가 먹은 사과 갯수는 무려 수 천 개나 된다. 내가 바라본 사과는 수 만, 수 억나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많은 사과를 아삭 아삭 베어 먹고, 그렇게 많은 사과를 보았지만 사과를 통해 아무것도 깨달은 것이 없었다. 내가 사과를 보거나 먹을 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오로지, 가격이 얼마인지,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 셈을 잘한느 나는 내가 가진 돈으로 사과를 샀고, 수 천 개도 넘는 사과를 먹을 수 있었다. 그것이 내가 사과에 대한 사연의 전부다. 이런 내가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을 갔다고 해도 고작 이런 수준에서 보고 먹고 했을 테고, 나는 여행을 통해서 아무것도 새로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대상을 먹을 것으로만 보던, 구입하려는 물건으로만 보던 이런 속세에 찌든 눈으로는


■작품 분석

(1)구성

''사과를 먹는다'로 시작하여 자연, 생명, 사람, 우주로 확대되어 다시 흙에서 사과로 환원되는 점층적 전개 구조이다. 결국 이러한 구성은 사과는 곧 세계이며 사과는 나라는 인식에 도달하게 하는 순환적 구조를 갖는다.


(2)표현법

반복법 - “사과를 먹는다”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점점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거대한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된다.

반전 표현 - 맨 마지막 행에서는 사과가 나를 먹는 시적 반전이 일어난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뒤집는다. 결국 인간이 다시 사과에게 먹히는 관계로 이어지면서 인간이 사과를 먹고 다시 자연이 인간이 먹는 철학척 사유를 남겼다.

점층법 - 작은 것 햇살, 벌레에서 거대한 지구, 중력, 우주로 확장되는 점층법을 사용했다.

상징법 - 사과를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세계 전체를, 자연과 인간을, 우주를 아우르는 상징이다.


(3)시적 화자

이 시에서의 화작는 단순히 사과를 먹는 개인이라기보다는 사과를 매개로 하여 세계와 자아를 연결하는 확장된 자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의 화자는 개인의 체험에서 출발하여 보편적 우주적 인식에 이르는 사유를 드러냈다



(4)표준 발음과 어조

흙으로[흘그로]

어조 - 이 시는 전체적으로 담담하고 차분하게 명상적 어조로 낭송한다. 처음 부분에서는 경쾌하고 소박하게 시작하고 점차 확장되는 중반부 '사과나무의 세월' 부분부터는 점차 느긋하면서도 장중하게 낭송한다. 마지막 구절에서 좀 더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로 마무리 한다.


(4)주제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자연, 노동, 지식, 세계, 우주 전체를 의미한다.

인간이 사과를 먹는 것은 곧 세계와 우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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