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을 위한 시낭송 수업
여승(女僧)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금덤판: 금점판. 수공업 방식의 금광터
*설게:섧게.
== 시샘의 시 해설과 감상 ===
■작품 분석
(1)구성
'여승'은 총 4연으로 구성된 서사적인 시이며 역순행적 구성이다.
1연: 현재의 시점에서 '여승'을 만난다. 예전에 만난 적이 있던 여인이 여승이 된 것을 보고 쓸쓸함과 슬픔에 공감한다.
2연: 과거에 화자는 금을 캐는 곳에서 옥수수를 팔던 여인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여인은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다녔는데, 아이가 보채자 아이를 매섭게 때리면서도 자신도 서러움에 울고 있던 모습이었다.
3연: 과거보다 더 먼 과거에 여인의 남편은 돈 벌러 집을 나간 지 십 년이 지났고, 어린 딸마저 죽었다는 이야기를 알게 된다.
4연: 가족을 잃은 여인은 결국 여승이 되기 위해 머리를 자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서 작가는 1연에서 화자가 불경처럼 서러워졌다는 이유를 2연과 3연을 통해 하나씩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내용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하며 시에 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화자가 '불경처럼 서러워졌다'는 것에 대해 2연에서 3연으로 이어지면서 점점 에서 드라마처럼 그에 연결된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비극적 감정을 고조시키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 4연에서는 여인이 머리를 깎을 때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려주면서 여인이 여승이 되는 순간에 여승의 마음이 어땠을지, 얼마나 서러워했을지를 보여주면서, 1연에서 화자가 말했던 '불경처럼 서러워졌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2)표현법 -직유법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불경은 불교 경전을 의미하는데 여기에서는 불교 경전에 담긴 슬픔과 깨달음과 인생의 고통과 같은 삶의 진리를 의미한다.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고난과 슬픔에 대한 서러움과 동시에 이것은 불경처럼 성스럽고 근원적이라는 해석을 해 볼 수 있다. 단순히 한 여인의 가난한 삶을 의미하는 것뿐 아니라, 인생이라는 것은 근원적으로 슬픔과 고난이며 이것은 성스러운 슬픔이기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저 서럽다 슬프다 이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의 더 깊고 근원적인 서러움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속적인 슬픔을 초월한 감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슬픔은 한 여인의 슬픔이라기보다는 삶이 갖고 있는 근원적고 본질적인 슬픔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여승이 느끼는 극한의 슬픔을 매우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이다. 여인이 울음소리를 '가을밤'이 주는 시각적 이미지에 '차게'라는 촉각적 이미지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서 차다는 의미는 절망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데 한이 넘치는 여인의 울음 소리는 격정적이거나 크기보다는 오히려 다 소진되어 메마르고 차갑게 우는 울음이고 눈물조차 나지 않는 울음이라 더욱 그 슬픔이 크게 느껴진다.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
머리카락을 '눈물방울'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단순히 머리를 깎는 행위를 넘어 깊은 슬픔을 전달하고 있다. 머리를 깎는 행위는 세속의 인연과 번뇌를 모두 끊는다는 의미이다. 이전의 삶으로부터 단절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절망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표현을 맨 끝에 배치하여 비극성을 극대화 하고 있다. 앞에서 지아비의 부재와 딸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결국 여인을 출가하록 내몰았다는 것을 통해 서글픔이 절정에 달하게 한다.
(3)시어 해석
가지취: '나물'의 한 종류로, 표준어는 '가지취나물'이다. 평안도 지역의 자연과 그곳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상징하는 시어이다.
금덤판: '금을 캐던 곳'을 뜻하는 평안도 방언. '금광(金鑛)'이나 '금덩어리 광산' 정도에 해당합니다. 당시 일제강점기에 많은 사람들이 금광에서 일하며 고된 삶을 살았는데, 이 시어는 여인의 지아비가 금을 캐기 위해 집을 떠난 상황을 보여주며 당대 민중의 가난과 고통을 상징한다.
섶벌: '덫에 걸린 벌'을 뜻하는 평안도 방언. 덫에 걸린 벌처럼 다급하게,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불안하게 떠났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지아비의 갑작스러운 부재와 비극적 운명을 암시한다.
(4)시적 화자
여승의 삶을 관찰하면서 서술하고 있다. 또한 여인이 느끼는 삶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연민하는 인물이다.
(5)표준 발음과 어조
여승(女僧)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합짱하고] [저를 핻따]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가지취의]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꿩도 설께 우른 슬픈 나리 읻얻따]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5)-1. 어조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시작하여 여승의 쓸쓸함에 공감하면서 서글프고 연민이 어조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는 부분에서 감정을 드러낸다.
2-3연은 이야기를 하듯이 찬찬히 이야기 하지만,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부분에서 여인의 절규를 느끼게 하는 톤으로 읽는다.
4연은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여인의 비극적인 운명을 전달하면서 마지막 부분에서 감정을 응축해 여운을 남긴다.
(6)주제
여승이 되어야 했던 한 여인의 기구한 이야기를 통해 당대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비극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