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을 위한 시낭송
칠월백중/백석
마을에서는 세 벌 김을 다 매고 들에서
개장 취념을 서너 번 하고 나면
백중 좋은 날이 슬그머니 오는데
백중날에는 새악시들이
생모시치마 천진푀치마의 물팩치기 껑추렁한 치마에
쇠주푀적삼 항라적삼의 자지고름이 기드렁한 적삼에
한끝나게 상나들이옷을 있는 대로 다 내 입고
머리는 다리를 서너 켜레씩 들어서
시뻘건 꼬둘채댕기를 삐뚜룩하니 해 꽂고
네날백이 따배기신을 맨발에 바꿔 신고
고개를 몇이라도 넘어서 약물터로 가는데
무썩무썩 더운 날에도 벌 길에는
건들건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허리에 찬 남갑사 주머니에는 오랜만에 돈푼이 들어 즈벅이고
광지보에서 나온 은장도에 바늘집에 원앙에 바둑에
번들번들하는 노리개는 스르럭스르럭 소리가 나고
고개를 몇이라도 넘어서 약물터로 오면
약물터엔 사람들이 백재일치듯 하였는데
붕가집에서 온 사람들도 만나 반가워하고
깨죽이며 문주며 섶가락 앞에 송구떡을 사서 권하거니 먹거니 하고
그러다는 백중물을 내는 소내기를 함뿍 맞고
호주를하니 젖어서 달아나는데
이번에는 꿈에도 못 잊는 붕가집에 가는 것이다
붕가집을 가면서도 칠월 그믐 초가을을 할 때까지
평안하니 집살이를 할 것을 생각하고
애끼는 옷을 다 적시어도 비는 시원만 하다고 생각한다
- 『문장』, 1948년.
=== 시샘의 시 읽기와 감상 ===
색시들에게 백중처럼 즐거운 날이 있었을까. 색시들은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새옷이 흠뻑 젖고도 즐거워 하며 좋아한다. 음력 7월 15일은 백중날인데, 이날은 색시들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마을에서는 세 벌 김을 다 매고 들에서
개장 취념을 서너 번 하고 나면
백중 좋은 날이 슬그머니 오는데
풀을 뽑는 김 매기를 세 번하고,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개장을 끓여 먹는 개장 추렴을 서너 번 하고 나면 백중날이 다가온단다.
백중날에는 새악시들이
생모시치마 천진푀치마의 물팩치기 껑추렁한 치마에
쇠주푀적삼 항라적삼의 자지고름이 기드렁한 적삼에
한끝나게 상나들이옷을 있는 대로 다 내 입고
머리는 다리를 서너 켜레씩 들어서
시뻘건 꼬둘채댕기를 삐뚜룩하니 해 꽂고
네날백이 따배기신을 맨발에 바꿔 신고
고개를 몇이라도 넘어서 약물터로 가는데
이날에는 특히 색시들이 신나는 날이란다. 색시들은 곱게 새옷을 차려 입고 약물터로 향한다. 약물터가 꽤 멀다. 고개를 몇이라도 넘어서 간다.
무썩무썩 더운 날에도 벌 길에는
건들건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허리에 찬 남갑사 주머니에는 오랜만에 돈푼이 들어 즈벅이고
광지보에서 나온 은장도에 바늘집에 원앙에 바둑에
번들번들하는 노리개는 스르럭스르럭 소리가 나고
더운 날도 백중이 되면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고, 색시의 허리에는 남색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에 돈이 들어서 짤랑이는 소리가 난다. 은장도에 바늘집에 노리개에서도 사르락 대는 소리가 난다.
고개를 몇이라도 넘어서 약물터로 오면
약물터엔 사람들이 백재일치듯 하였는데
붕가집에서 온 사람들도 만나 반가워하고
깨죽이며 문주며 섶가락 앞에 송구떡을 사서 권하거니 먹거니 하고
고개를 몇 개를 넘어서 약물터에 도착하면 약물터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흰색 차양을 친 것처럼 보인다. 약물터에 모인 사람들 중에 친정집에서 온 사람도 만나서 반가워 하고, 깨죽이며 문주(수수부꾸미처럼 팥소를 넣어 만든 떡)며 섶가락(쇠고기 산적)에 송구떡(송진으로 만든 떡) 등 맛있는 음식도 나누어 먹는다.
그러다는 백중물을 내는 소내기를 함뿍 맞고
호주를하니 젖어서 달아나는데
이번에는 꿈에도 못 잊는 붕가집에 가는 것이다
붕가집을 가면서도 칠월 그믐 초가을을 할 때까지
평안하니 집살이를 할 것을 생각하고
애끼는 옷을 다 적시어도 비는 시원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리를 맞고 옷이 젖어서 후줄근해진 채로 달아나는데, 그런데도 색시들은 즐거워 한다. 이제 곧 친정집에 갈 일이며, 칠월 그믐 초가을을 할 때까지 친정 집에서 쉴 것을 생각하면서 즐겁다. 그래서 옷이 젖었어도 상관하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다고 하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이다.
색시들에게 이날처럼 기쁜 날은 없었을 것이다. 고단한 농사일에서 벗어나고, 쉴 수 있다. 새옷을 입을 수 있고, 새옷 입고 나들이도 간다. 돈도 생긴다. 약물터에 가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흥겹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오랜만에 반가운 이도 만나고, 바람도 시원하게 분다. 친정 집에 가서 15일 정도 쉴 수 있다. 그러니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옷이 홀딱 젖었어도 그저 시원해서 좋다고 한다.
■작품 분석
(1)구성
백중날 옷을 잘 차려입은 색시들이 고개를 넘어 약물터에 간다. 약물터에서 음식을 먹는다. 소나기를 맞으면서도 좋아한다. 공간의 이동에 따른 구성이다.
1~2행: '세 벌 김'을 매고 '개장 취념'을 하고 나면 백중날이 다가온다.
3~10행: 백중날을 맞아 곱게 치장하고 약물터로 향하는 새댁들의 들뜬 모습. '생모시치마', '쇠주푀적삼', '꼬둘채댕기' 등 구체적인 의상과 소품을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11~14행: 약물터로 가는 길에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과 주머니 속 돈의 묵직함, 노리개 소리 등 감각적인 묘사를 더해 흥취를 고조시킨다.
15~19행: 약물터에 도착하여 다른 마을 사람들과 만나 음식을 나누고 있다가 소나기를 맞는 장면을 그린다. '백재일치듯' 같은 비유를 통해 북적이는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20~23행: 새댁들은 친정에도 갈 수 있고 한 동안 일을 쉴 수도 있게 된 것이 즐거워서 소나기를 맞고도 마냥 즐거워한다.
(2)표현법
이 시에는 다양한 향토적인 표현과 감각적인 묘사가 사용되었다.
비유: '백재일치듯'이라는 직유. 약물터에 모인 많은 사람들.
시각적 이미지: '시뻘건 꼬둘채댕기', '번들번들하는 노리개' 등 색채어와 의태어를 사용하여 생동감을 부여한다.
청각적 이미지: '스르럭스르럭 소리가 나고'와 같은 의성어를 통해 노리개 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방언과 고유어: '개장 취념', '물팩치기', '즈벅이고' 등 방언과 옛말을 사용하여 시대적, 지역적 특색을 잘 나타낸다.
(3) 낭송 시 유의할 점
어조: 전반적으로 즐겁고 흥겨운 분위기로, 들뜬 마음을 담아 경쾌하게 낭송한다.
분위기: 시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로, 백중날의 잔치가 무르익어 가는 과정을 표현한다.
시의 옛말과 방언들은 그 느낌을 살려 발음하되, 운율감을 살려 낭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장 취념: [개장취념]
백재일치듯: [백재일치듣]
즈벅이고: [즈버기고]
스르럭스르럭: [스르럭스르럭] (의성어를 강조하며 발음)
붕가집: [붕:가집]
시샘 김양경의 시낭송을 들어보세요.
https://youtu.be/oigT08lPyQY?si=0tMSJ1Wh6OXc4ykf
위의 영상을 참고하여 위에서 제시한 시낭송법에 맞게 시낭송을 분석하면서 들어본 후에 아래에 항목에 답을 써 보세요.
1. 어디에서 끊어 읽었는가?
2. 빠르게 읽은 부분과 느리게 읽은 부분
3. 높게 읽은 부분과 낮게 읽은 부분은 어디인가?
4. 어디에서 목소리 톤이 바뀌었는가?
5. 가장 힘 있게 읽은 부분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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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배경 음악과 배경 영상은 시의 내용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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