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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모 Sep 18. 2023

나는 여전히 내가 가엽고 사랑스럽다

참 마음이 쓰여,

문득 모든 게 지겨워졌다


사람에 발버둥 쳐대는 내가.

변한 게 없는 내가.


복잡한 생각은 결국 하나로 귀결되어

꽤나 낙천적인 일상을 무너뜨린다




나의 과거.



수없이 그것을 뛰어넘어보려다가도

왈칵 겁내며 도망간다




흐린 눈으로 흘려보낸 것들은

결국에는 다시 돌아왔다


그것은 무엇이든

결코 달갑지 않은 형태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여느 때와 같은 태도를 일관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내가 나를 학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 주제파악 하라고 타박하며 말이다



수없이 많은 시간이, 경험이 쌓였겠지만


너는 여전히 그대로라고




벗어날 수 없을 거라

나지막이 옥죄여온다








우습게도

나는 철장의 열쇠를 찾아 떠나면서도

결국에는 철장 안으로 돌아와 문을 잠가버린다




언제나 같은 핑계로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나의 과거를 인정하며




반복되는 삶.






환희에 가득 차 스스로를 사랑해다가도


결국에는 절망하는 삶.







타인에게서 낙원을 찾지 말라고 했다





그것은 신기루와 같으니








미숙하기에-


어느 순간 턱끝까지 올라온 위기감을 실감할 때마다

그동안 쌓아온 인간관계를 도려냈다



나는 내가 더 중요하다는 말로 일축하지만,


사실 나는 나도, 그들도

아무도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것도 지키지 않고

놓아버리기만 했으니,





관계의 견고함.


그것에 대한 깊은 갈망 이전에

타인에 대한 불신은

나의 깊은 기저에 뿌리 박혀있었다





나에겐,

실패했던 삶과 관계들을 다 펼쳐놓고

실컷 자책하는 밤이 있다






그런 밤을 지나올 때마다,


이상하게도-


단순히 절망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가엽고


그런 내가 귀했고,


그런 내가 사랑스러워서







수없이 미워했던 나에게 이제 정이 간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는 이기심과 합리화가

진절머리 난다며 혀를 내두르며 타박하다가도




문득 그런 내가,

모자란 내가-

어느 순간 괜찮기도 해서,




그냥 그런 나를 안쓰러워하고 위로하며

내가 나를 어르고 달래며-






나를 보다 지쳐

그를 경멸하다가

결국 가장 사랑하게 되는




타고난 이들은

알지 못할

애증의 이야기.






초라하지만

가장 날 것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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