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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모모 Oct 16. 2023

사랑이 쉽니?

나도 쉬운 거 같아. 이게 사랑이 아닌 걸 알면서도

사랑을 쉬이 말하는 사람들의 사랑은

나도 쉽다


딱 그 정도의 무게감으로 사랑을 뱉는다.


사랑해


그리고 그 감정은

참 당연하게도

쉬이 휘발된다





사랑을 어렵다 하는 이들의 사랑은.

사실 그런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지만


나도 어렵다






그것을

입에 담아내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




사랑해


라고 말하는 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






연민을 느꼈다.


사랑이 어렵다고 말하는 이가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사연이 있겠지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너 또한.





취기에 나눈 대화임에도


그동안 외면해 온 나와 마주한다

이렇게나 갑자기.






똑같은 말을 했을 때가 있었다


사랑이 참 어려웠다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결핍으로 만들어진 애정관은


남들이 주는 사랑에 쉬이 목을 매게 하기도

받은 사랑만큼 돌려줄 자신이 없어 선을 그어버리게 하기도

누군가가 주는 사랑의 가치를 후려치게 만들어버리게 하기도 하였다.



사랑받는 것만큼 달콤한 것은 없으나

사랑을 회수당할 두려움을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어린아이는

사랑을 손에 움켜쥐고 놓을 자신이 없어


애초에 가지지 않기로 한다.


가진 게 없으면 잃지도 않을 테니.







사랑은 어렵다


그 감정을 끝내 뱉지 못하고 종료한 관계도 수두룩하다.




사랑을 참 쉬이 뱉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질문했다.


정말?
정말 나를 사랑해?

어떻게 나를 사랑할 수 있어?

찰나의 순간만 함께하는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것을 정의할 시간이 있었는지

나를 사랑한다고 하는 그 확신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네가 말하는 사랑이 뭔지
그 사랑은 믿을 만 한지.


문장만 들어도 질리는 그런 질문들을.







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 가지의 사랑이 있다


그 무게감을 정의하는 것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누군가는 사랑을 말하고 말하고 말해

그 견고함을 다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마음에 사랑을 하나씩 담아내고

이득고 그 상자가 넘쳐흘러야만 겨우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제는 안다


사랑의 표현은

사랑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몇 차례의 연애 경험으로


‘사랑해’는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상대방에게 맞춰주면 그만인 것 아닌가 하고

나도 사랑을 쉬이 말하기 시작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

.




문장은 허공을 부유하다

다시 허파로 들어온다


그리고 천천히 눌어붙는다


끈적하게.



감정 없는 사랑을 내뱉은 대가란

이런 것일까?



사랑을 말한다고

진짜 사랑을 한 사람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사랑을 말하는 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였으니,


마음과 문장의 괴리는 혼자 감내해야 한다.








대부분의 불행은 혼자 있지 못하는 인간의 본능으로부터 온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사랑은 어렵지만

혼자는 싫었다


사랑을 안 하지만

함께하곤 싶었다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해



사랑을 주진 못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


너랑 나는
마음 따윈 없는 문장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고



사랑을 말하지만
사실 사랑이라는 건 없었기에

우린 겉으로만 사랑인척 했기에


사랑에 아파할 이유도
헤어짐에 고통스러울 이유도




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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