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공부 좀 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면 무슨 헛소리를 길게도 써 놨다고 욕을 랩으로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세상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있는 것처럼 나도 딱 한번 공부라는 것을 마음먹고 해 본 적이 있다. 십 대 시절 게임이 너무나 좋아서 일본에서 발매된 게임을 하기 위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4학년짜리 꼬마가 일본어를 술술 읽는 것을 보니 어른들이 무척 신기했나 보다. 나는 그냥 게임에 나오는 글이 무엇인지 읽고 싶어서 가타카나 히라가나만 공부했을 뿐인데…
그렇게 일본어의 가타카나와 히라가나만 알고 있는 상태로 고등학교를 갔는데 내가 전교에서 일본어를 제일 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독서실에 가면 다른 공부는 안 했지만 일본어 문법책이 닳도록 읽고 사전을 옆에 끼고 살았다. 그랬더니 내가 일본어를 정말 잘하게 된 것이다.
남들보다 그냥 1~2년 앞서 배운 것뿐인데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 경험이었다. 물론 그 이후 대학 진학 실패로 나의 자존감은 쓰레기통 한 구석에 버려졌고 내 인생은 그냥 평범하게 끝나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조바심만 느껴질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가 몇 년이나 지속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엔씨에 입사했고 나에게 인수인계해 주던 동갑내기가 여기서 5년을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누가 우편물을 배달하는 일을 5년씩이나 하냐고 생각했다.
선행학습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당시 엔씨 사우들은 약 700명가량으로 내 머리를 풀로 돌리면 이름을 외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현재는 5,000명이 넘어서 외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사우 정보를 찾으며 이름을 외우고 사우들에게 인사를 했다. 사우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이름을 말하면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마치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선행 학습한 기분마저 들었다. 동물인 개 조차도 칭찬하면 행동을 강화하는데 나는 더 많이 이름을 외우고 인사했다. 그리고 5년이나 엔씨에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음에도 5년이 지나고 나는 엔씨의 정규직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선행의 중요성을 더 많이 깨닫는다. 소위 말하는 영재들은 어린 나이부터 이미 선행을 끝내고 대학생이나 교수들이 배우는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볼 때 선천적인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 아이들은 선행에 대한 의지가 무척 강한 것을 볼 수 있다.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지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아주 깊게 파고드는 것이 엄청난 몰입감과 행복감을 준다는 사실을 그 아이들은 아주 일찍 깨달은 것은 아닐까?
우리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영어를 무척 잘하는데 영어유치원을 다닌 영향도 있지만 자신이 남들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부모들의 칭찬을 통해 행동이 강화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리라.
엔씨소프트의 TJ가 지금은 성공한 벤처 사업가로 많은 이들이 추앙하지만 그가 서른한 살에 회사를 창업하고 대한민국 게임회사 중 대표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남들보다 빠르게 인터넷과 게임산업을 선행하여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TJ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으로 대학원을 중퇴한 대한민국 1%의 머리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서울대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도 선행학습에 익숙한 가정환경과 본인의 노력에 의해 결정된 것이리라.
남들보다 먼저 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로 엄청난 돈과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아무도 인터넷 서점에 관심이 없을 때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은 시장에 먼저 진입하였고 웹페이지를 단순하게 검색하는 방법밖에 없을 때 누구보다 먼저 검색엔진을 개발한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그리고 전기차 시장이 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기차를 대중화시킨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까지 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은 막대한 부와 기회를 제공해 준다.
물론 단순히 먼저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끈기와 인내만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먼저 시작하는 행운을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 이 순간도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선행을 하고 있다. 5시 30분에 일어나 출근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버스에서, 그리고 지하철에서 모두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모두에게 주어진 24시간 속에서 내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정했다. 5시 30분에 일어나 더 자고 싶은 유혹과 맞서 싸우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스무 살 그리고 서른 살에 이루지 못한 꿈을 반드시 이루어 줄 것이라고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오늘 하루를 선행하고 남들과 다르게 남들보다 더 하루를 알차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