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에는 결심과 지식이 필요하다.
정도를 넘어간 성취욕을 버리는 결심과, 우리 몸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이다. 전에는 일하는 만큼 쉬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휴식 먼저 스케줄링 하고 그 사이에 일을 해야한다. 참고로 여기서의 휴식이란, 그저 일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몸과 정신이 온전히 '쉬는' 시간이다. 워커홀릭의 문제는 일을 많이 하는 게 아니다. 온전한 쉼이 없는 없을 뿐.
말라가 워케이션 이후,
내 휴식의 질은 크게 달라졌다.
우선 주말에는 가능하면 일을 하지 않는다. 생계와 관련된 일 뿐 아니라, 자기계발이나 행정업무 같은 것도 멈춘다. 주말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금요일 오후에 프로그램 기획을 5-4까지 했다면, 나머지 5-5는 월요일에 마무리한다. 주말에는 아예 컴퓨터를 켜지 않고 스마트폰만 켠다. 일 외에도 몸과 마음이 신경쓰고 해야하는 일은 주말엔 아웃이다. 같은 독서라도 일이나 스터디 때문에 신경쓰며 읽는 책은 손대지 않는다. 반대로 부담을 갖고 하는 영어 공부는 주말에 안 하지만, 점수와 상관없이 재미로 하는 스페인어 공부는 주말에 몰아서 한다. 일은
대신 주말에 온전히 쉰다.
일단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서 천천히 일어난다. 날씨가 좋으면 에떼와 산책을 하고 테라스에 가서 읽고 싶던 책을 읽는다. 어떤 날은 미니어처 작업에 하루 종일 몰입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어머니가 식사도 따로 방에 가져다 주신다.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몰입하며 보내는 하루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넷플릭스나 릴스를 보며 보내는 수동적인 시간은 나를 좀비로 만들지만, 내 만족을 위한 능동적인 활동은 순수한 에너지로 만드는 것 같다.
평일에는 '잠'으로 쉰다
내게 온전한 쉼은 '잠'이다. 나는 여전히 밤샘이 그렇게 어렵지 않고, 필요하다면 하루에 3-4시간으로도 일주일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7시간도 안 되는 질 낮은 잠이 몸과 정신에 얼마나 독인지를 안다. 하루 8시간 이상 푹 자고 난 후의 컨디션을 경험하면 바로 비교가 된다. 잠이 충분하면 몸이 가벼워서 기분이 좋다. 자연스럽게 아침 인사도 밝아지고 성격도 좋아진다. 요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8시쯤 일어나기에 때문에 자정 전에 침대로 간다. 우리 동네는 소음이 거의 없어서, 두꺼운 커튼만으로도 숙면이 가능하다. 질병이나 시차 때문에 컨디션이 난조일 때도, 이렇게 일주일이면 컨디션이 상당히 회복된다.
가끔 나는 몇 분만에 잠이 드는지 궁금해서 10분 길이의 유투브 영상 하나를 들으면서 잠들기도 한다. 아침에 다시 틀었을 때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내가 잠든 시점인데, 요즘은 3분 전후다.
매일매일 잠으로, 주말엔 온전한 쉼으로.
스케줄에서 휴식을 생략하지 않으면 몸이 가벼워진다. 신체 지구력 자체가 높아져서 강도높은 일도 지침없이 한번에 쳐 낼 수 있다. 뇌도 결국엔 신체라 추론, 통합, 기억, 연상 능력이 좋아진다. 일하다가 집중이 안 된다거나 답답한 경우가 줄어든다. 내 경우에는 푹 쉬면 통찰력이 늘어난다. 고민했던 문제의 단서를 푹 자고 난 아침에 얻는 경우도 많고, 전날과 완전히 다른 시각이 떠올라서 말도 안 되게 일을 해결한 적도 있다. (이럴 때는 내 안에 다른 사람이 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결론은 삶의 중심은 '일'이 아니라
'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명제 자체가 개인간 비교가 어렵고, 사용된 용어 자체도 조작적 정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 하나나마한 말 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렇게 불완전한 표현임에도 나는 강조하고 싶다. 우리의 삶은 일이 아니라 쉼이 중심이여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더 길게 일하고 더 잘 일하기 위함이고, 본질적으로는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니까.
생각해보면 삶에는 그것 말고는
중요한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