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봅니다
요 며칠은 밤에 안개가 짙고 깊게 끼었습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선 이 도시에서 저녁마다 볼 수 있던 강 건너의 반짝거리는 풍경들이 사라지고 조금의 빛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도시 전체가 경계가 흐릿한 검은 침묵으로 짓눌린 느낌이랄까. 웬만해선 한국 같은 정체를 볼 수 없는 네덜란드의 도로에 차가 가득 차 멈춰 선 채로 클락션을 빵빵대고요. 시야가 50m가 채 안되어서 많은 비행기들이 결항하기도 했어요.
갑자기 안개는 왜 생기는 건지 궁금해져서 구글을 찾아보니 대체적으로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클 때 그런 거라더군요. 게다가 강을 끼고 있는 지역이라 물이랑 가깝기도 해서 더 그렇다고요. 아아, 그렇구나 혼자 고개를 끄덕입니다.
얼마 전엔 공식적으로 섬머타임이 끝났고요, 덕분에 갑자기 밤이 길-어 졌고요. 겨울이 되었고, 그만큼 차가워진 날씨 덕분에 안개가 낍니다. 저는 주로 차가 아닌 자전거를 탑니다만, 그래도 짙은 안개는 무섭더라고요. 갑자기 안개라는 덩어리 속에 갇힌 기분이었어요. 고요하고, 그래서 외롭고요. 갑자기 공기가 공간으로 다가오고, 이렇게 삶을 계속 살아나갈 수 있나 생각하게 되고, 그러니까 되게 외로워지더라고요. 천천히 자전거로 안개를 가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그 십 여분 동안에.
자전거의 헤드라이트는 오토바이나 자동차의 것처럼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안개를 뚫지 못하거든요. 내 길을 밝혀준다기보다는 다가오는 상대편에 미세하게라도 나의 존재감을 알리는 느낌에 가깝죠. 차도 자전거도 사람들도 아주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강 너머의 수많은 건물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건 좀 공포스러운 감각이었어요. 보이지 않으면 존재가 사라지는 것 같달까요. 강이 시작되는 경계도 보이지 않을뿐더러, 이런 날엔 무슨 사고가 나도 찾아내기 어렵지 않나 싶어 지고요. 아직 감각이 영글지 않은 어린아이처럼, 눈앞에 보여야 존재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미숙함에 가까울까요? 습기를 가득 품은 무거운 공기가 손과 뺨에 느껴지니까, 처음으로 공기를 무게의 감각으로 실감합니다.
그러는 동안에 집에 도착하면 안개가 짙은 날은 외롭더라는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현관을 여는 순간, 잊어버리지 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