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이들 학교 체육대회라 쉬고 주말까지 사흘을 쉬었다
쉬었다고는 하지만 주말이 더 바쁜 다둥이 엄마라 주말에 쌓인 피로 때문에 힘든 월요일이었다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첫날 같은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도착해서 내리는데 수희의 표정이 밝지 않다
수연이보다 늘 먼저 웃어주던 아이였는데 무슨 일인지 웃지도 않고 말도 없다
가방을 차에 실어두고 체험처에 들어갔다
손을 씻고 홀에서 할 일을 찾으려는데 오늘은 대표님이 계셨다
아이들을 바로 주방으로 부르시고는 건무화과 두 바구니를 내어 놓으신다
꼭지를 따 내고 네 등분으로 잘라주는 것이 첫 번째 일이었다
가위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당부도 있지 않으신다
수희는 우울한 표정으로도 일의 속도가 빨랐다
수연이는 반면 속도는 느리지만 꼼꼼하고 차분하게 일에 임했다
30분쯤 지났을까 대표님이 아이들 쉬게 해 가며 일 하라고 하신다
40분 일하고 20분 쉬게 하라고 말이다
난감했다
복지관 선생님과 통화할 때 쉬는 시간을 딱 정해두고 쉬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방의 특성상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고 상황에 맞게 하라는 당부였었다
자꾸 왔다 갔다 하시는 대표님 눈치도 보이고 해서 40분이 되었을 때 아이들에게 쉬라고 했다
밖으로 나와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식사 가셨던 제빵사 분들이 돌아오기 시작하셨다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마음이 가시방석이었다
대표님을 아이들을 위해서 휴식시간을 많이 주라는 말씀이셨고 제빵사 분은 출근시간도 2시로 부탁했는데 1시에 오고 쉬는 것도 그렇게 하면 일이 안된다는 내용 같아 보였다
아이들 표정부터 살폈다
다행히 귀 기울여 듣고 있지 않은 듯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휴식시간이 지나고 남아 있는 건무화과 손질을 시작했다
좁은 주방 특성상 붙어 있기가 그래서 매장 쪽 나와서 계속 지켜보았다
앞에 하던 일이라 잘 해내고 있었다
두 시간가량의 건무화과 손질이 끝났다
제빵사 분께 뒷정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큰 통 두 개를 가져다주시고 나누어 담고 재료명과 날짜를 기입해 통에 부치고 냉장고에 보관하게 시키셨다
정리를 끝내고 설거지까지 마쳤다
그 사이 수연이에게는 고구마 씻기가 주어 졌다
수희에게는 유산지 물기 닦기 일이 주어 졌다
둘 다 따로 시키지 않아도 깔끔하게 일을 마쳤다
씻어 둔 고구마를 오븐에 굽는 동안 휴식시간이 주어 졌다
쉬는 동안 수희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주말 동안 쉬면서 조금 피곤했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물었더니 그런 건 아니라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웃음이 돌아왔다
조금 긴 휴식시간이 지나고 다 익은 고구마 껍질을 벗기는 일이 주어졌다
두 겹의 장갑을 끼고 비닐장갑을 다시 끼고 고구마를 잡고 빵칼을 사용해서 껍질을 벗기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칼 사용이 처음인지 힘들어했다
수희는 금세 적응했고 수연이는 칼 쓰기를 포기했다
사이좋게 고구마 껍질 벗기기가 끝나고 껍질은 음식쓰레기로 불리 배출하고 썼던 칼 씻어두고 마무리했다
아이들이 손을 씻는 사이 내일은 식사 가시기 전에 쟁반 같은 설거지는 놔두고 가시라고 부탁드렸다
일찍 온 아이들이 할 일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었다
그리하겠다 하여서 아이들과 내일 뵙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일이 끝나서 그런지 수희가 웃음을 되찾았다
버스를 기다리며 내일은 환하게 웃으며 보자고 약속하고 버스를 태워 보냈다
3일 차였지만 주말을 보내고 가서인지 아이들도 나도 첫날 마냥 정신없는 하루였다
내일은 또 나아지리라
내일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