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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 Feb 23. 2024

퇴근 후 다시 출근

투잡으로 퇴근 후 중고등학생 과외하기

5년


수능이 끝난 바로 다음 날 하게 된 고2 화학과외를 시작으로 장장 오 년간 쉬지 않고 과외를 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대학교학비를 벌려고 시작했다. 유학생이지만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나는 일 년에 최소 천만 원은 내가 벌어서 내야 했고, 수업이 9-5시까지 있던 내가 할 수 있던 일은 과외밖에 없었다 (사 년간 나의 대학교 시간표는 정말 헤르미온느 시간표 밈과 똑같았다).


그랬기에 처음에는 친구 남동생 과외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나의 생물/화학성적은 좋았고 수능준비하며 만들어놓은 수업노트를 바탕으로 과외자료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고 열정이 하늘을 뚫지 않는가? 그때는 과외를 안 하는 시간에도 정말 열심히 도와주고 가르쳤다. 학생의 성적이 늘고 과학의 재미를 알아가는 모습에서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 학생의 친구, 그리고 그 친구의 친구 …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일주일에 가르치는 고삼 학생만 10명이 넘기 시작했다.


수능이 끝났지만 학생들과 함께 수능스트레스를 느끼며 일 년을 보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나와 같은 대학을 오게 된 또는 다양한 길로 떠난 학생들을 보며 뿌듯함, 아쉬움, 공허함 등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 때문에 시작했던 일이지만 나중에는 그 감정을 잊지 못해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물론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에 과외를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5시에 퇴근해서 집에 오면 6시. 30분 안에 급하게 밥을 먹고 도서관에 가서 두 시간 과외를 하고 집에 오면 9시다. 그렇게 씻고 잠들면 다시 하루가 반복된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나에게 정말 큰 성취감을 준다. 피곤해도 학생들을 보며 힘이 나고 장래를 계획하고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 ‘아이고 이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고삼 학생 10명을 가르치면서도 힘과 열정이 넘치던 20살의 나와 달리 25살의 나는 5명의 중학생만으로도 잘 지치고 피곤하다.


주위에서 왜 과외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돈 때문이지 하고 자주 얼버무렸다. 5년 전이였다면 자신 있게 ‘즐겁고 보람차서!’라고 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수님이랑 이것저것 얘기를 하다가 과외 얘기가 나왔었다. 사수님은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날 보다가 입을 여셨다.


“What is the reason that you are still tutoring students? (아직까지도 과외를 하는 이유가 뭐야?)


평소 같으면 웃으면서 ”돈 때문이죠 뭐“ 했겠지만 내 눈을 빤히 보는 사수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학생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성취감과 기쁨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선생님 설명이 제일 이해하기 쉬워요~’ 라고하며 웃는 학생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 거 보면 결국 난 가르침이 즐거운 것 같다.


“I just enjoy teaching them s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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