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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Mar 28. 2024

내게서 나와서 나를 감싸는 '멋진 말'로 나를 지키기

수전 베르데 글, 피터 H. 레이놀즈 그림, ⟪나에게 해 주는 멋진 말⟫

내딛는 내 모든 걸음이 실패와 불가능으로만 향하는 기분이 들 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의 노력이 그저 보잘것없게만 느껴질 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는 내 안팎의 가능성에 고개만 내젓고 있을 때. 이렇게 말했던, 저렇게 행동하지 못 했던 자신이 후회되고 원망스러울 때. 내가 나를 믿지도, 아끼지도, 사랑하지도 못 하는 마음이 되려 내 안의 나를 본래의 나보다 비대하게 만들 때. 나 자신과 내 옆의 당신, 함께 하는 우리 모두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 하고 있을 때. 내가 내 모든 사이의 온도와 밀도를 망쳐버리는 사람인 것만 같을 때.


“난 이상해”, “난 문제야”, “그러면 안 돼”, “또 실패야”, “난 못 할 거야”, “난 왜 이럴까”, “다 나 때문이야”… 


바깥의 계절과 날씨와는 상관 없이 내 몸과 마음이 한없이 움츠러드는 모든 순간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런 말 안에 쉽게 가두곤 합니다. 나를 낮추고 작아지게 만드는 말들이 나를 설명하고 표현하고 정의하도록,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런 말 속에 자주 내버려두곤 합니다.


하루 한 번,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보고서 살며시 미소를 지어주는 일. 애써 그 의도를 생각하고 그 의지를 불러오지 않으면 실천하기 꽤나 어려운 일입니다. 스스로에게 다정하고 친절한 말 한 마디 건네는 일도 마찬가지죠. 못난 나를 향해 모난 말을 던지는 밤은 왜 이리 자주 잦은지요. 지친 몸보다 처진 마음이 더 힘든 밤. 오고야 말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버겁게만 느껴지는 밤. 스스로를 부정하고 비난하고 평가하는 말들로 인해 우리의 마음은 바깥보다 더 춥고 어두워지곤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밤을 ‘멋진 말’로 채우고 비춰줄 그림책, ⟪나에게 해 주는 멋진 말⟫을 만나 조금은 다행인 겨울을 지나왔습니다. 사실 이건, 지난 겨울을 지난하게 지나온 제 진심입니다.


이 그림책의 원제는 ⟪Who I am⟫ 입니다. 수전 베르데 작가의 섬세하며 다정한 문체, 피터 레이놀즈 작가 특유의 화려한 색감의 그림체로 전달받는 메시지는 명료합니다.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말이 곧 나를 설명하고 표현하고 정의하는 말이 된다는 것. 그러므로 내 안에서 나를 가리는 말을 잠재우고, 나를 알게 하는 말을 발견해 가자는 것.



내게서 나와서 나를 따스하게 감싸고 단단하게 세우는 말. 내 앞에서, 네 곁에서, 세상 안에서 내가 나로 서 있을 수 있도록 나를 지키는 말. “진정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내가 누군지 알게 해주는” 선한 한 마디, 다정한 한 문장을 매일의 나에게 건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의도적으로 의지를 갖고서 나에게 멋진 말을 해 주는 그때만큼은, 스스로를 향해 활짝 웃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한 번은, 그렇게 내가 나를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들려줄 말은 내가 스스로 골라요. 내가 지닌 선한 마음과 내가 해 온 노력을 품은 말을 골라요.


지금의 나를 긍정하는 말. 지금의 나를 응원하는 말. 지금의 나를 닮은 말. ⟪나에게 해 주는 멋진 말⟫들로 나 자신을 말하고 만들고 다듬고 가꿔보자 응원하는 친절한 마음이 세상의 모든 색으로 담긴 듯한 이 그림책과 함께, 오늘의 저는 오늘의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잘 울었어, 잘 그쳤어, 잘 일어났어.”



* 수전 베르데 글, 피터 H. 레이놀즈 그림, 김여진 옮김, ⟪나에게 해주는 멋 진 말⟫, 위즈덤하우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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