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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 bricks Mar 20. 2019

주유구는 어디에 있나요?

주유하며 읽는 이야기

렌터카를 운전하거나 여행 중 다른 사람의 차를 운전하다 보면 주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죠. 아무 생각 없이 주유소나 충전소로 들어가다 "연료 주입구(주유구)가 어느 방향에 있지?"라고 당황, 혹은 반대 방향으로 진입해 번잡하게 이동을 하기도 하고, 주유 손잡이를 쭉 빼내 불편을 감수하기도 합니다. 

주유구는 왜 자동차마다 다를까요? 그것은 국가 간 문화의 차이로, 자동차의 주유구는 제조사마다 모두 다릅니다. 주유구는 통상적으로 국가별 자동차 통행 방향에 맞춰 생산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독일, 프랑스의 차는 주유구가 오른쪽, 영국과 일본차는 왼쪽에 있습니다. 이는 주유 시 안전성과 편리성을 고려한 것인데, 초기 주유소는 찻길 바로 옆에 있거나 차를 맞이하듯 찻길 쪽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옛 사진 출처 : water and power associates(←) / american oil and gas historical society(→)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른쪽 통행을 하는 나라임에도 초기 국산차는 주유구가 대부분 왼쪽에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자동차 기술은 일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초기부터 미쓰비시의 엔진 설계도를 받아 생산했고, 기아차는 마쓰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기 때문에 주유구 방향도 왼쪽으로 생산된 것입니다. 이후 1972년 대우자동차가 GM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주유구가 오른쪽인 차량이 생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주유구는 통일하지 못하는 걸까요? 설계를 바꾸면 해결될 일이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주유구는 연료 탱크와 가능한 가깝게 있어야 하고, 연료탱크는 가연성이 높아 머플러가 지나는 뜨거운 관과 가급적 멀리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커다란 연료탱크의 위치가 변경되면 자동차가 갖게 되는 무게와 밸런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죠. 그래서 머플러의 위치도 주유구의 영향을 받아 반대쪽에 있지만, 현재는 기술이 발달해 듀얼 머플러도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처럼 주유구 방향에는 많은 사연이 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주유소에서 양방향 주유가 가능해졌고, 외제차도 많아져 큰 의미는 없어졌습니다. 다만, 운전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주유구 방향을 운전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계기판(클러스터)에 표시를 했습니다. 주유를 의미하는 픽토그램 옆 삼각형이 바로 주유구의 방향을 뜻 합니다. 간혹 이 삼각형이 없는 것도 있지만. 

주유구 방향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 해도 주유구가 왼쪽에 있는 차량은 안정성이 해결되지 않았죠. 특히, 도로에서 긴급 주유를 할 경우에는 지나는 차량에 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차량 통행이 오른쪽인 우리나라에서는 주유구가 오른쪽인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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