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을 떠난 지 1년 반, 노후생활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생 전체를 바라보게 된다. 퇴직이나 은퇴가 어느 한 시점의 사건이 아니라, 갈수록 우리의 삶 전체를 관통한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특히 성큼 다가온 백세 인생은 기존의 시각을 크게 바꿔야 하는 가장 중요한 상황이 됐다.
결론은 인간의 생애 주기에 따른 삶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과거에 청소년기는 학습과 성장, 중장년기에는 일과 경제활동, 노년기는 여가와 삶의 정리로 구분됐다면, 지금은 ‘평생 현역’이란 한마디로 요약된다. 학습과 일, 여가가 전 생애에 걸쳐 진행되면서 성장과 건강한 활동이 모든 단계에서 중요해졌다. 현대인 누구나 백세 인생에 걸맞게 평생 학습과 평생 현역의 삶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그림) 생애 주기와 삶의 패러다임 변화
다시 돌아보는 인생의 5대 과제
흔히 인생 후반부에는 5대 요소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건강, 재무, 관계, 일, 놀이다. 하지만 노후에만 중요할까.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의 모든 시기’에서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그만큼 평소에 관심을 둬야 한다. 은퇴 생활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평소에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백세 인생의 시대를 맞은 지금 더 늦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그림) 누구나 평생 함께 가는 인생의 5대 과제
꾸준하게 관리하고 미리 챙긴다
현역 시절과 비교해 인생 후반부로 접어들면 5대 요소는 조금씩 다른 의미와 비중으로 다가온다. 그 차이를 잘 인식하고 미리부터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슬기로운 은퇴 생활의 열쇠다. 5가지 중 가장 중요한 건 단연 ‘건강’, 젊을 때부터 꾸준히 챙겨야 한다. 나이가 들면 그에 맞게 실효성 있는 관리법을 적용하고 실천하면 된다. 안타깝게도 한창때는 대부분 건강의 중요성을 모르고 몸을 돌보지 않는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20년 뒤 나의 질병 목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은퇴와 함께 가장 크게 변하는 건 ‘경제문제와 일’이다. 반드시 현역 시절 미리 준비해야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하다. 그만큼 상당한 시간과 가시적인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관계와 놀이, 현역 시절부터 미리 세심하게 관리하면 풍요로운 일상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된다. 돈이나 일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다양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5대 요소별로 살펴보자.
(그림) 인생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5대 요소 변화
인생 후반부의 상황 변화에 잘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김성일
퇴직한 후 나의 실제 상황을 돌아보니
2023년 봄 퇴직 후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인 건 내게 맞는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었다. 아내의 권유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1년 반 이상 ‘나 홀로 남자’로 여자들 틈새에서 잘 버티고 있다. 처음엔 상당히 힘들었는데, 점차 적응하면서 운동 효과를 실감한다. 몸의 대들보 근육을 강화하는 코어 운동을 반복하면서 전체적으로 자세와 체형이 좋아지고 근력이 개선된 걸 느낀다. 체중까지 줄어서 잘 먹는 데 신경을 쓴다. 정희원 교수의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이 많은 도움이 됐다.
퇴직 후 가장 큰 변화는 출근할 곳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시간 여유는 많아져 처음엔 좋지만, 눈앞의 일이 없으면 금방 공허함과 무력감에 빠져들 수 있다. 주변 도서관(평생학습관)의 교양강좌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어느새 학생 신분으로 돌아간 것처럼 나름 바빠졌다. 인문학 공부, 독서와 글쓰기, 대학 강의 등 평생 현역을 위해서 하나씩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경제 문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간다. 수입은 줄었어도 다행히 연금과 약간의 강의 수입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인간관계는 퇴직 후 극적으로 바뀌는 영역에 속한다. 그 많던 스마트폰의 연락처는 대부분 퇴직하는 순간 쓸모가 없어진다. 100명 중 10명이 남으면 양호한 편인데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과거로부터 벗어난다고 생각하면 홀가분하다. 일로 시작한 관계는 일이 끝나면 사라지는 게 자연스럽다. 결국엔 내게 소중한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남는다.
여가와 놀이는 후반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분야라 신경을 쓸수록 좋은 일, 즐거운 일이 늘어난다. 여행, 사람들과 어울리기, 취미와 자기 계발, 봉사와 커뮤니티 활동 등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특히 그간 바쁘게 살면서 하고 싶었어도 해보지 못한 일에 꼭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재미가 붙고 잘 맞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지속해 나가면 된다. 자연스레 일상에 활력과 에너지가 생긴다.
5명의 친구와 함께 가는 우리 삶의 여정
인생의 5대 영역은 노후만이 아니라 평생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열심히 달리는 현역이라고 이 과제를 소홀히 대해서는 곤란하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치면 모든 걸 잃게 된다. 평소에 자신의 일상과 생활을 돌아보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이미 은퇴기에 접어들었다면 더욱 세심하고 지혜롭게 자신의 삶을 꾸려갈 필요가 크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살면서 피할 수 없는 5대 과제를 살펴봤다. 언제나 가까이하면서 친구처럼 지내면 좋지 않을까 싶다. 행복은 그만한 노력을 기울인 사람에게 누릴 만한 자격과 권한을 준다는 말이 있다. 모든 분들의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