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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Oct 08. 2024

나이 들수록 ‘예체능’이 중요한 이유

행복을 부르는 건강과 여가 관리법

여가 활동에서 가장 선호하는 분야


한국인의 여가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무엇일까. 단연 ‘운동과 스포츠’다. 다음으로 사회교류, 관광·여행, 문화예술의 순서다. 여가 활동별 ‘만족률’이 높은 순서를 보면 요가와 필라테스, 수영, 라켓스포츠로 나타났다. 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9월 23일 발표한 우리 국민의 여가 활동 만족도 조사 결과다.



운동과 스포츠는 직접 하기와 관람을 포함하면 조사 대상자의 84.5%가 실제 경험하고 만족도까지 가장 높았다. 문화예술의 경우 직접 경험한 정도는 낮았지만 관람까지 포함해 만족률은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단 참여하면 크게 만족한다는 의미다. 전반적인 추세를 볼 때 우리 일상에서 ‘예체능’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한다. 학교에 다닐 때는 존재감도 미미하고 홀대받던 게 예체능이었다. 하지만 인생 후반부 여유시간이 많아지는 중장년층에게는 갈수록 그 비중이 높아진다.


프로야구 관중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최근 뉴스도 화제다. 여러 가지 요인이 꼽히는데, 특히 여성과 젊은 층의 유입이 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 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K응원문화’가 다채로워졌고, 치맥과 함께 탁 트인 운동장에서 스트레스를 날리는 재미가 큰 이유다.



우리에게 예체능이란 무엇인가


대학입시에서 내신에 반영되지 않는 예체능 과목은 인생 진로의 우선순위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어릴 적부터 소질이 뛰어난 영재급이나 특기생에게만 해당하는 분야 같다. 조성진, 임윤찬 같은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손흥민, 이정후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떠올리는 이유다. 우리 일상과는 상관없는 선택받은 소수의 일이다.


최근에는 조금 황당하게 MZ세대의 경제생활을 말할 때 쓰였다고 한다. ‘인생 역전’을 노리고 주식과 코인에 과감하게 투자하던 젊은 층들이 ‘예채능족(族)’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예체능이 아니라 안전자산으로 생각한 ‘예금, 채권, 능력’에 투자한다는 뜻으로 통용됐다니, 실소가 나온다.


예체능은 보통 ‘예술(예능)과 체육’을 말한다. 예술이란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따위의 예술과 관련된 능력이다. 언어로 표현된 대표적인 예술영역인 문학과 글쓰기 또한 기초예술에 포함된다. 하지만 한국적인 특수성이 반영되면 의미가 달라진다. 대략  ‘음악, 미술, 체육’을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용어다. 과외 레슨이나 학원 등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돈이 많이 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체육도 특별한 재능과 경로를 밟아야 하는 분야라 ‘그들만의 리그’ 같은 인상을 준다. 아이들이 예체능을 하겠다고 조르면 많은 부모가 말리는 이유다.


나 같은 베이비붐 세대에게 체육은 성가신 시험 관문이었다. 기초 체력 상태를 측정하는 ‘체력장(體力章)’이란 입시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기, 턱걸이, 던지기, 멀리뛰기, 오래 달리기 등 개인별 수준을 일률적으로 평가해 20점을 만점으로 부여했다. 응시만 하면 16점을 주고 다수가 만점을 받았는데, 체력이 부실했던 나는 19점에 그쳐 억울했던 기억이 난다. 운동장을 서너 바퀴 도는 ‘오래 달리기(1,000m)’ 후엔 영혼이 털린 듯 기진맥진하곤 했다. 여러 가지 논란과 사고가 있어 1994년 입시부터 폐지됐다.



인생 후반부에 중요한 예체능 활동


우리 삶에서 중요한 5대 관리영역으로 건강, 재무, 일, 인간관계, 여가를 꼽는다. 모든 게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해야 할 건 단연 ‘건강’이다. 건강 관리에서 중점을 둬야 할 것은 식습관과 함께 운동, 그만큼 체육(체력 관리)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건강 관리 요소를 살펴본다.

* 건강 = 유전(30%) + 식습관(30%) + 운동(30%) + 기타(10%, 환경, 사고 등)


예술은 어떤가. 서울대 최인철 교수는 예술과 행복이 뜻밖에 공통점이 크다고 말하면서, 일상에서 ‘예술적 경험’을 나누는 게 행복을 느끼는 길이라고 한다.(<중앙일보>, 2021.8.25.).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예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일수록 행복하고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에 대한 ‘순수한 감성’을 경험하게 하는 예술은 본질상 ‘다르게 생각하기’와 ‘다르게 바라보기’가 중요하다. 또한 일상을 잠시 떠나 멈추는 기회를 제공한다.


행복은 예술적 경험과 비슷하다. 세상사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힘이 중요하다. 일상에서 은혜와 감사라는 ‘다르게 보기’를 체험하는 것 또한 행복의 핵심 기술이다. 눈앞의 잡사를 잊고 잠시 멈춰 서면 보이는 게 예술이고 행복이다. 예술적 경험을 일상화하면 심신의 건강과 마음을 돌보는데 유용하다. 소소한 행복을 자주 맛보는 특별한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몸과 머리 쓰는 것 하나씩 실천하기


삶의 5대 관리영역에서 여가 활동은 우리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여유시간이 많아질수록 내게 맞는 여가와 놀이 활동을 몇 가지 루틴처럼 가져갈 필요가 있다. 문요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오티움』에서 몸 쓰는 활동과 머리 쓰는 활동을 각기 하나씩 하라고 권한다. 자기 몸과 마음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효과가 크고, 일상의 활력을 찾는 데 유용하다고 강조한다. 치매나 노화 예방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누구나 한두 가지 운동 정도는 하는 게 보통이다. 걷기부터 헬스, 요가, 필라테스, 수영, 산행 등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선택해서 평소에 꾸준히 하는 게 핵심이다. 요즘 도서관의 평생학습 프로그램 중에는 악기 배우기나 그림 그리기가 중 장년층에 인기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면서, 충만감과 성취감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족도가 높은 여가 활동으로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예체능은 생각보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 건강 관리와 여가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우리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자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이로움이 있다. 함께 가야 할 동반자 같은 이름, 갈수록 예체능과 친해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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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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