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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Oct 15. 2024

살면서 돈은 대체 얼마나 필요할까

은퇴 생활에서 살아남는 재무 관리법

얼마나 돈이 있어야 부자일까


김승호는 『돈의 속성』(2020)에서 부자의 기준으로 3가지를 꼽는다. 융자가 없는 집, 한국 가구 월평균(541만 원)을 넘는 비(非) 근로소득, 그리고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욕망 억제 능력이다. 빚이 없으면서,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만한 조건이 기본이다. 비 근로소득이란 연금, 이자 등 일하지 않고도 들어오는 소득을 말한다. 아울러 내 삶의 욕망을 조절할 수 있는 주체적인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골의 작은 집에 살아도 빚 없이 자기 집이면서 평균보다 높은 비 근로소득에 만족하면 이미 부자다. 부자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충분한 비 근로소득이 어렵다면 ‘적정한’ 생활비를 확보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은퇴 생활에 초점을 두고 생각해 보자.


(그림) 은퇴 설계의 패러다임 변화


은퇴 설계의 변화


노후 생활 설계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다. 고령화의 진전과 백세 인생의 도래 때문이다. 과거엔 은퇴 후 삶이 길지 않은 편이라 은퇴 시점까지 얼마를 모으는가(목돈)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은 노후 생활이 길어지면서 평생 현역이란 개념이 부상하고 지속적인 수입이 중요해졌다. ‘5대 리스크’의 관리가 은퇴 후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말도 자주 나온다. 성인 자녀, 중대 질병, 창업, 금융사기, 황혼이혼 등 언제든 노후 생활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경계해야 한다.


목돈을 마련하는 것보다 다양한 연금제도를 활용하고 꾸준한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게 대세다. 동시에 자신의 인생관에 맞게 생활을 관리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너무 돈 문제에만 얽매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얼마의 돈을 목표로 삼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삶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게 순서다.



은퇴 후 적정 생활비


물론 현실적인 수입의 문제는 중요하다. 은퇴 후 삶에서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가 기본 생활비다. 건강과 함께 기초 생계와 생활 능력은 필수다. 현직에서 물러나고 매달 나오던 월급이 끊기면 대체 돈은 얼마나 필요할까. 2023년 KB 골든 라이프 보고서는 가구당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한 최소 생활비로는 월 251만 원을, 여행·여가활동·손자녀 용돈 등을 줄 수 있는 비용인 적정 생활비로 월 369만 원을 들었다. 많을수록 좋겠지만, 눈앞의 현실과 나의 실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실제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생활비는 가구당 월 212만 원으로 최소 생활비에 못 미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대략 월 300만 원을 가정할 때, 해결 방법은 2가지다. 그 정도의 현금 흐름을 만들거나 그만한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다. 먼저 은퇴 후 재무관리에서 가장 권장하는 건 현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일정한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금액이 적더라도 매달 현금은 목돈보다 질 좋은 돈으로 평가한다. 예측이 가능해서 생활이 안정되고 리스크가 줄어드는 장점 때문이다. 공적 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이어 최근엔 주택연금에 관심이 높다. 평생 현역을 통해 일정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두 번째는 그만한 자산을 보유하는 것인데, 10억 원 이상의 자산이 해당한다. 1년 생활비 3,600만 원, 은퇴 후 생활 기간을 30년으로 잡고 가정한 결과다. 물가상승률과 투자수익률 등을 고려하면 구체적인 상황은 복잡해진다. 내게 필요한 정확한 규모와 계획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파악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자문서비스의 경우 1대 1 대면이나 모바일로 무료상담을 제공한다.


은퇴 후 적정 생활비에 관한 조사가 많아도 결국엔 참고 자료가 아닐까 싶다. 개인 사정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내 삶의 가치관과 구체적인 생활의 방향이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어떤 일이나 여가 활동, 인간관계를 꾸려갈 것인지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사는 방식 돌아보기


은퇴 후 재무관리 측면에서 전문가들이 권하는 방법은 생활의 구조 조정과 소비 스타일 변화다.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가 핵심이다. 가계부와 지출 패턴을 점검해 절감 항목을 찾아야 한다. 가장 유용한 항목은 집, 자동차, 돈 드는 취미가 꼽힌다.


집의 규모를 줄이고 거주지를 옮기는 방안, 자동차 운행을 줄이거나 소형으로 갈아타기, 돈이 많이 드는 취미를 지속 가능한 가성비 활동으로 바꾸는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옮기면 생활비가 15% 정도 절감된다고 한다. 최근엔 서울의 집을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고 교외에서 거주하는 방안도 인기가 높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실천하기


나는 자동차와 취미 면에서  변화를 택했다. 집은 서울 시내지만 대중교통이 편리해서 자동차 운행을 거의 하지 않는다. 최근 보험을 갱신하면서 확인하니 운행 거리가 일 년에 3,000km에 미치지 못했다. 대신에 기후동행카드(매월 62,000원 범위에서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를 개설해 교통비 절감에 걷기 운동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지난해 퇴직하면서는 고심 끝에 골프를 그만두고 주 3회 요가와 필라테스를 한다. ‘집 주변에서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 결정의 기준이었다.


재무 관계를 돌아보면 나는 평범한 편이다. 돈을 크게 벌려면 물려받거나, 일확천금을 노리거나(복권, 경마 등),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업은 내가 창업해서 성공하는 법도 있고, 남의 성공에 올라타는 것(주식 투자 등)도 포함한다.


골 출신인 내게 해당사항은 없다. 월급쟁이로 30여 년을 근무한 게 고작이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재미본 경험도 없다. 다행스러운 것이라면 연금이 정기적으로 나오고 약간의 강의 수입이 있다는 정도다. 강의는 지속적이지 않아서 평생 현역으로 활동할 만한 일을 궁리하고 있다.



미리 준비해야 행복한 삶이 열린다


누구나 인생 후반부를 맞는다. 가장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것은 건강과 경제력이다. 돈 문제는 퇴직 전에 비해야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기약할 수 있다. 40대나 50대 현역이라면 미리부터 하나씩 준비하는 게 좋다. 나이 들면서 내가 원하는 삶에 맞춰 생활 전반을 리셋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내게 적정한 생활 관리,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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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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