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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Oct 29. 2024

‘20년 골프’ 끊고 필라테스하는 이유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후반부의 여가 관리 노하우

퇴직 후 달라진 것


더 이상 매일 출근하지 않는다. 2023년 3월부터 1년 반이 지났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새로 시도한 것 중에 먼저 운동 습관이 떠오른다. 20년 이상 즐기던 골프를 고민 끝에 그만뒀다. 지금은 일주일에 세 번, 요가와 필라테스를 한다. 여성들 사이에서 매번 ‘나 홀로 남자’로 꿋꿋이(?) 버티고 있다.


주변의 친구들이 즐기는 운동으로는 PT와 헬스, 걷기, 산행이 흔하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도 여럿이다. 영국에서 연수하던 시절인 1999년에 배우기 시작해 나도 어느덧 20여 년 골프 인생을 보냈다. 실력이나 열성은 별로였어도, 친구나 지인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일이 잦았다. 그 좋다는(?) 골프를 내가 그만둔 이유는 뭘까.



좋은 취미는 ‘지속 가능성이 핵심


인생 후반부의 다양한 여가와 운동, 취미 활동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일상을 활기차고 다채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활동을 누구와 나누는지의 문제는 내 삶의 내용과 성격을 바꿀 수도 있다. 그만큼 여가 생활의 설계와 관리는 중요하다.


내게 맞는 여가 활동을 선택하기 위한 제1원칙은 무엇일까.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현역 때는 일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고 변화가 따른다. 하지만 퇴직자는 딱히 변화가 드물다.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상황까지 두루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지속 가능성은 구체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5가지 기준으로 정리해 본다.

 

여가 활동의 관리 노하우 ⓒ김성일



(1) 관계성(누구와 함께하는가)


퇴직 후 여가 활동은 그 전의 관계가 지속되는지,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가름한다. 단순히 여가 활동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인간관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특히 골프는 현역 때의 운동 파트너가 지속될 여지가 많다. 업무상 상하관계에 있거나 달갑지 않은 사람과 퇴직 후에도 계속하는 게 좋을지 재고해 봐야 한다.


내가 골프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아내의 역할이 컸다. 인생 후반부의 여가 활동이라면 배우자와 함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골프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아내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20년 가까이해 왔는데, 골프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고민에 빠졌고, 조금 일찍 퇴직한 아내의 권유에 따라 필라테스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배우자와 함께하는 데도 리스크가 있다. 퇴직하는 남자들의 큰 착각 중 하나가 현역일 때 소홀했던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간 일로 바빴으니 앞으로 여유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들의 생각은 정반대다. 그간 육아와 가사에 시달렸으니 이제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따로 또 같이’나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서로의 성격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적절한 관계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



(2) 접근성(시간, 장소)


여가 활동 중에서도 운동은 접근성이 우선이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규칙적으로 해야 효과가 큰 법이다. 집 주변, 가까운 곳에서 시작해 루틴을 만들어가는 게 좋다. 아무리 강사진과 내용이 좋아도 거리가 멀거나 오가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골프는 사실상 거의 하루가 소요된다. 서울과 수도권은 왕복 거리나 교통편이 늘 변수다. 다들 가고 싶어 하는 가성비 골프장은 예약도 쉽지 않다. 반면 산행이나 헬스, 요가나 필라테스는 집 주변에서 쉽게 할 수 있다. 특히 실내 운동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능하다.



(3) 경제성(부담 능력)


골프의 최대 적은 적지 않은 비용이다. 퇴직 후에는 더욱 그렇다. 필드 한 번 나가면 보통 20여 만 원은 기본이다. 밥 먹고 술 마시고 서로 어울리기 위해서는 돈이 따르고, 옷이나 장비 등 부대 경비도 만만치 않다. 퇴직한 친구나 선배들을 보면 골프 치는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그만두는 경우도 보인다. KB 골든 라이프 보고서가 추산한 부부 적정 생활비(월 369만 원)의 경우 골프까지는 벅차다. 퇴직 후 연금 수입과 재무 상황을 살펴보면 금방 견적이 나온다. 자신의 경제력에 비춰 허세(?)라는 생각이 든다면 빨리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일반적인 운동은 대개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누구나 즐긴다면 그만큼 장점이 있다는 뜻이다. 걷기와 산행, 하천이나 공원 산책, 실내 운동이 인기 있는 이유다. 요즘엔 구청이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프로그램)가 크게 늘었다. 잘 찾아보면 내게 맞는 여가 활동을 만날 수 있다. 필라테스의 경우 소규모 개인 지도는 비용 부담이 큰 편이지만, 단체 수업이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강좌는 저렴하다. 내가 지난 1년 참여한 매트 필라테스(15인 정원, 구청 운영)의 경우 주 3회 수업에 월 55,000원이었다.



(4) 재미와 몰입


여가 활동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의무감이나 관성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할수록 만족감이나 성취감이 들면서 빠져들면 내게 잘 맞는다는 뜻이다. 마지못해 하면 오래가지 않는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딴 일이 생길 때 자꾸 하기 싫어지면 내 맘이 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끌린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금씩 성장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잘 안 되는 골프라면 마냥 투지와 의욕을 불사를 수도 없다. 사실 나는 골프 체질이 아니었다. 열심히 연습한 건 아니지만 실력은 늘 제자리걸음에 가까웠다. 필라테스는 처음 동작이 어렵고 힘이 많이 들지만, 적응하는 순간이 온다. 나도 지금은 그런대로 잘 따라가고 있다. 근력과 유연성이 좋아진 느낌이 들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5) 유용성(심신 건강, 수입 창출)


실제 내게 도움이 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꾸준한 운동은 우리 건강에 필수적이다. 심신의 건강 유지와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머리 쓰고 몸 움직이는 운동을 동시에 하라는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근력을 유지하면서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필라테스는 특히 근력과 유연성 향상에 좋다. 중강도 운동이어서 다른 운동과 적절히 병행하는 것도 권장한다(고강도 운동인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저강도 운동인 요가나 걷기).


여가나 취미 활동의 경우 숙련을 통해 일정한 수준에 오르면 수입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빵이나 커피를 좋아하던 사람이 제빵사나 바리스타로 발전하는 경우, 뜨개질이나 목공으로 소소한 수제 생활용품을 만들어 당근마켓에 파는 경우 등 다양하다.



내게 맞는 걸 찾는 게 중요하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좋은 운동이다. 나이 들어 몸에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영국에서 본 골프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스포츠였다. 내가 자주 이용한 퍼블릭 골프장은 반바지나 청바지 입고도 출입하고, 학생 할인 요금(18홀)이 채 1만 원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내 여건에 맞는다면 상관없지만,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면 형편따져봐야 한다.


여가와 취미 활동은 인생 후반부로 갈수록 중요하다. 바람직한 방향은 내게 잘 맞는 적절한 활동을 만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하기 위한 여러 세부 조건을 둘러봤는데, 과연 내 사정에 적합한 건 무엇일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끌리는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세부 기준에서도 내가 우선시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각자의 상황과 취향 따라 즐기면 된다.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아서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활기찬 하루가 열리길 응원한다.  





* 표지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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