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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Oct 22. 2024

나이 들수록 피해야 할 뜻밖의 위험

캥거루족과 지각 사회, 성인 자녀 리스크에 관하여

친구 간에도 조심할 말

 

퇴직 후 친구들을 만나서 어울리는 일이 잦아진다. 절친 사이가 아니라면 대화 중에도 금기사항이 있다. 돈이나 건강 문제가 아니다. 함부로 물어봐서는 안 되는 말, 바로 자녀에 관한 이야기다.


상대가 먼저 자랑하거나 하소연하면 상관없지만, 별생각 없이 불쑥 대화로 끌어들이면 곤란하다. 그만큼 성인 자녀의 상황은 복잡하고 민감하다. 요즘 젊은이들의 사는 모습이 힘들고 고단하다는 뜻이다. 단군 이래 부모보다 못 사는 첫 번째 세대라고 한다. 저성장과 치열한 경쟁이 낳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학교 졸업한 후 취직하고 적당한 때가 되면 결혼하는 일, 이젠 나 같은 세대에게나 통용되던 미풍양속(?)이 아닐까 싶다. 갈수록 보기 어려워진다.



문제는 캥거루족과 지각 사회


성년이어도 부모 집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흔한 풍경이 됐다. 한국의 20대 캥거루족 비율은 81%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50%)의 1.6배에 달한다. 캥거루족 증가세는 최근 30대 초중반 연령대에서 더 뚜렷하다. 취업자보다는 미취업자, 취업자 중에서도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 고용불안정 청년층의 캥거루족 비중이 높다.


이런 현상은 취직, 결혼, 출산이 모두 늦어지는 ‘지각 사회’와 관계가 깊다. 최종학교 졸업 후 첫 취직까지 걸린 기간은 2024년 5월 기준 11.5개월로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다(통계청 자료). 3년 넘게 취업을 알아보는 취업 장수생도 전체 미취업자의 18.4%에 달한다고 한다.



살면서 피해야 할 5대 리스크


세상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한 순간을 만나게 된다. 좋은 일도 많지만,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걸려 허우적대기도 한다. 살면서 피하기 어려운 위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특히 인생 후반부에 이런 리스크는 삶의 질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다. 노후에 큰 타격을 입으면 그 상처와 피해는 돌이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후 빈곤이나 고독사로 이어질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우리 삶의 5대 영역과 위험 요소들 ⓒ김성일


미래에셋 은퇴연구소는 은퇴 후 5대 리스크로 성인 자녀, 중대 질병, 창업, 금융사기, 황혼이혼을 꼽는다. 발생빈도의 순서다. 인생에서 돈이나 건강이 가장 큰 문제일 것 같지만, 뜻밖에도 실제 노후생활에 크게 다가오는 건 ‘관계’다. 자녀와 부부관계가 핵심인데, 성인 자녀 리스크와 황혼이혼은 은퇴자들이 피해 가야 할 지뢰와도 같다. 성인 자녀 리스크의 경우 발생빈도가 55%로 가장 높다. 은퇴자의 절반 이상이 위험에 노출됐다는 의미다. 자산 손실이 1억 2천만 원, 생활비 감소 20%의 타격을 입는다.


나 같은 베이비붐 세대는 이른바 ‘마처 세대’라고 불린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의미다. ‘3중고(重苦)’에 빠져있다고도 한다. 부모, 자녀, 자신을 돌봐야 하는 상황인데, 정작 우선순위에서는 자신이 밀리기 쉽다. 노후 책임은 대부분 본인이라고 생각한다. 설상가상으로 노인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최고(40.4%)여서 우려가 크다.



성인 자녀에게 자유와 독립을


성인 자녀 문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요즘 젊은 세대의 팍팍한 현실은 이해하지만, 가능한 한 독립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전에 비해 살림살이도 나아지고 한 자녀가 대부분이어서 웬만하면 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은 아니다. 값싼 사랑에 불과하고 결국엔 장래를 망치는 길이다.


법륜스님은 “자녀가 어릴 때는 사랑과 정성으로 돌봐야 하지만, 성인이 되면 옆집 처녀와 총각처럼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승호는『돈의 속성』에서 ‘개인 독립기념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가 기념하는 ‘생일’은 사실 부모에게 감사를 드려야 하는 날이고, 경제적으로 자신의 자유를 얻은 날이 진짜 기념일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 인간이 주체적으로 태어나는 건 결국 경제적 자립, 인격적 독립이 출발이다.



좋은 사회는 좋은 가족에서 출발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취업과 의료 복지 등 사회 시스템이 강화되고 있어도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우리 사회가 처한 청년 실업, 노인 빈곤, 저출생·고령화 문제는 국가적 차원의 해결 노력이 한층 필요하다. 캥거루족 비율이 높은 건 슬프고 불행한 현실이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힘을 기울여야 할 사회 문제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다. 모든 걸 피해 갈 수는 없어도, 미리 알고 대비하면 어느 정도 피해는 줄일 수 있다. 가족 간의 관계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거기서 파생하는 갈등과 위험 또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최소화할 수 있다.


좋은 사회는 가족에서 출발한다. 캥거루족은 가능하면 빨리 자립하고, 마처세대는 3중고의 부담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각자 행복한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모두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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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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