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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rat Apr 04. 2022

2022년 1분기 읽은 책들

새해를 시작하면서

Photo by Ross Parmly on Unsplash


새해가 되고 읽은 책들을 정리하려고 했더니 벌써 4월이다. 정신없이 지나가서 사실 책 읽을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1분기에는 일단 집에 있는 책을 읽자! 란 생각으로 책 쇼핑은 자제했다.그래도 이래저래 지나가며 여러 책 샀지만...집에 책이 너무 많아서 정리 겸 중고로 많이 팔았는데도 여전히 많다.


아래 읽은 책 중 박완서 선생님의 <모독>은 집에 있는 줄 모르고(구판) 샀다가... 읽고 사진 찍는 걸 까먹고 팔아버렸다.


이번해 제일 먼저 읽은 책은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원서였는데 (지난해 말부터 읽어오던 것이긴 하다)연초부터 어서 정리해야지... 하다가 결국 최근 애플 tv에서 드디어 오리지널 드라마가 공개되고 있다.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파친코>를 시작으로 <H마트에서 울다>,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하얀 이빨>까지 ‘이방인'의 삶을 다룬 책들을 여럿 읽었다. 워낙 최근 문학계나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핫'한 주제가 아닌가 싶다. (하얀 이빨은 나온 지 꽤 됐지만. 그때도 센세이셔널 했으니까) 지금까지 '주류'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문화가, 배경이, 나라가, 역사가 더 알려지고 더 관심받고 있다.









1. Pachinko 파친코, Min jin Lee(이민진)

사놓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결국 읽은 파친코. 번역판이 조금 허술하단 평이 있길래, 그리고 번역판은 1,2권으로 나눠 사야 해서 그냥 한 권에 끝내고 싶어 원서로 샀다. 결론은 원서로 사기 잘한 거 같다. 책이 꽤 두꺼워서 페이퍼백 책으로 읽으니 가벼워서 좋기도 했고. 이 책은 영어로 작성된 한국인 가족의 대서사시이기 때문에, 정말 한국적이어야 하는 이야기를 한국인이지만 영어권에서 성장한 작가가 어떻게 영어로 담아냈는지 원문으로 느끼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이 인기를 얻은 데에는 역시 소설의 가장 큰 덕목인 '재미'가 크지 않았나 싶다. 4대에 걸치는 대서사시지만 지루할 틈 없이 책장을 넘겼다. 철저한 작가의 조사가 느껴지는 촘촘한 구성, 다양하고 입체적인 인물들, 극적인 요소들까지... 애플과 넷플릭스 모두가 드라마 제작을 탐냈다고 하는데 그럴만하다. (애플 오리지널인 파친코의 제작비는 무려 1000억 원 규모라고 하는데... 정말 자본의 냄새가 팍팍 나더라. 3화까지 봤는데.. 영상에서 돈 냄새가...)


나는 한국인이니까, 그리고 한국 독자들은 한국인이니까 역사적인 배경과 전반적인 소설 내의 감정선을 이해하기가 (이해를 넘어 과몰입까지ㅠ) 쉬운데, 과연 영미권 혹은 다른 문화권의 독자들은 어떤 식으로, 어떤 범위만큼 이 소설의 내용을 흡수했을지 궁금하다. 미국에서 히트를 치고 유명해진 베스트셀러인 만큼 그들에게도 이 '자이니치(재일 한국인)'의 이야기가 통했다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렇게 한-일 관계와 역사를 알리려고 해도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인데 말이다. 사실 나도 자이니치의 삶에 대해서, 그들의 현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계기로 유튜브 등을 통해 자이니치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폭풍 검색'하기도 했다.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에서 살았던, 살아온 한국인들의 삶은 어떠했나.


파친코는 작품 자체도 흥미롭지만, 작가인 이민진 작가의 행보도 소설만큼 흥미롭다. 이민진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7살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재미교포 작가다. 뉴욕 퀸즈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했는데 부모님은 일주일에 7일을 일하셨고, 쥐가 나오는 단칸방에서 살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민진 작가는 예일대 역사학과를 나오고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2년간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도 활약했다. 그녀는 한인 이민 사회의 성공모델인 셈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녀는 항상 창작에 대한 꿈이 있었고, 로펌에 취업 후  '이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일을 하다가 건강이 악화하면서 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파친코 전에 데뷔작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을 냈으며, 파친코는 몇 년간의 오랜 자료 조사 끝에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작가가 하버드, MIT 등 미국 대학에서 연설 혹의 강연한 영상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강연이나 연설 영상을 보면서 정말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민자로서, 사회적 약자로서(여자이자 아시안이고 유년시절엔 가난까지) 미국 사회에서 살아남은 '내공'이 엄청나단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인기 작가로서 꾸준히 한국과 일본의 역사문제, 자이니치 문제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미국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파친코가 워낙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다 보니 작가의 여러 방송 인터뷰도 찾을 수 있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한국의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강연들에서 있었던 감동적인 부분, 하이라이트를 번역해서 많이 올려두기도 했다. 그만큼 그동안 이민진 작가의 미국 내 '이민자', '아시안'으로의 행보가 주목을 많이 받아왔던 건데, 생각보다 국내에는 이제야(파친코 드라마가 화제가 되면서) 더 알려지는 것 같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를 비롯해, '이방인'의 이야기와 목소리가 음악으로, 문학으로, 미술작품으로, 영화로 더욱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민진 작가가 애플과 계약하게 된 데에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애플의 적극성이 더 높았던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넷플릭스 등 다른 업체들은 시청률을 위해 등장인물들을 '백인' 배우를 쓰자는 조건을 내걸었던 점이 컸다고 한다. 애플만 한국인 배우를 쓰자고 했다는 것인데. 흑인들의 이야기에 백인을 분장시켜 등장시키거나 하는 할리우드의 '화이트 워싱'은 오래된 이야기다. 새삼 얼마나 웃긴(?) 일인가 싶다. 백인 배우가 나와서 1950년대의 한국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을 과연 얼마나 소화할 수 있나? 문화계가 많이 바뀌고 있긴 하다. 오징어 게임이 나오기 전 넷플릭스의 최고 히트작이었던 브리저튼은 그레이 아나토미의 작가 숀다 라임스가 만든 '숀다 랜드'라는 제작사와 함께했다. 숀다 본인이 흑인으로서 할리우드의 '화이트 워싱'에 대항해 흑인 배우들을 기용하고 있기 때문에 숀다 랜드의 작품들에는 배우의 racial diversity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이 때문에 19세기 영국 사교계를 다룬 브리저튼에 귀족과 왕비 등 주요 인물들을 흑인 배우들이 연기한다. 앞으로 콘텐츠는, 문화 업계는 어떻게 더 변해갈까 궁금해진다. K콘텐츠가 부상한 지금, 앞으로 '아시안'들이 주류 문화계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기대와 우려(?)가 함께 느껴진다.


https://youtu.be/PhpUqR2-ZoY

최근 뉴스


https://youtu.be/ch1FIKfFw7k

이민진 작가의 2019년 Amherst College 연설



2. H마트에서 울다-미셸 자우너

이 책의 저자인 미셸 자우너는 인디 팝 밴드인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이자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 책은 그녀가 미국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으로서(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아버지가 미국인이다), 그리고 2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어머니를 잃으면서 느낀 점을 담은 성장기다.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예고(?)를 받았지만 읽는 내내 눈물 콧물 다 뺏다. 나의 '한국인'이란 정체성 그 자체였던 엄마를 잃으면서 작가가 느낀 혼란과 상실감이 안타까웠고, 아직 나에게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 일어날 일이다 보니(우리 모두는 언젠가 부모님을 잃게 되니까) 그렇게 괜히 슬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작가가 아빠와 관계가 조금 소원하고, 외동이다 보니 '엄마'를 잃는 건 '가족'이라는 뿌리 자체가 흔들리는 일이었다. 작가가 엄마를 잃어가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은 감동스러웠다. 작가는 어릴 적 매 방학마다 가던 '한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엄마가 해주던 '한국 음식'에 대한 추억을 더듬으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책은 오바마가 추천할 정도로 미국에서 인기를 얻었고, 한국에도 소개됐다. 한 여성의 성장기인 이 책이, 부모를 일은 상실감을 다룬 어쩌면 '혼자만의'경험은 아닌 이 책이 이렇게 인기를 얻는 데에는 작가의 솔직함과 씩씩함이 공감을 받으면서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진부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뿌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왜 누군가를 잃으면서야 많은 것을 깨닫는 걸까. 상실은 불가피하지만,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상실을 겪고도, 상실을 계단으로 삼아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항상 감동을 준다. 아래는 조선일보에 실린 작가의 인터뷰.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2/03/15/BTLUSAKUWNFNLDF76X2TU34URI/



3.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 에리카 산체스

새로웠던 책. 이번엔 멕시코 가정에서 자라는, 미국으로 이민 온 소녀의 이야기다. 멕시코, 즉 라틴 쪽의 문화도 한국과 비슷함을 느끼는데 가족중심적이고 상당히 보수적인 면이 있다. 주인공인 훌리아는 반항적이고, 자유를 갈망하고, 예민하고 특이한 '완벽하지 않은' 멕시코 가정의 딸이다. 항상 부모와 갈등을 빚고, 어서 대학에 가서 집을 떠나 자유롭게 살 생각만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불의의 사로고 부모님에게 너무 '완벽한' 멕시코 딸인 언니 올가가 죽으면서 훌리아는 '완벽하지 않았던' 진짜 언니의 모습을 찾아간다. 언니가 숨겨왔던 비밀을 찾아가면서 훌리아는 스스로도 성장한다. 멕시코 가정의, 라틴문화권의 관습과 분위기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재밌는 책이었다. 치마만다 응고지 소설을 읽을 때처럼 이 소설도 '역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그런데 또 다르기도 하다'란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주인공인 훌리아의 비판적이고, 자유를 갈망하고,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즉흥적인 모습들에 괜히 공감이 가기도 했고.  


이 책 또한 시카고의 멕시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훌리아처럼 '괴짜' 책벌레였던 작가가 어린 시절 읽고 싶던 라틴계 소녀의 성장 스토리를 '직접' 쓴 것이다. 이 책 또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히트를 쳤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어글리 베티>의 아메리카 페레라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문학계와 콘텐츠에 '다양성'이 점점 더 빛을 발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 책도 한 소녀의 성장기이면서도 '멕시코 가정', '멕시코 문화'를 자연스럽게 인물과 스토리의 중심에 둔 점이 좋았다.



4. 하얀 이빨 1,2 - 제이디 스미스

지금은 국내에서 절판돼 새 책으로는 구할 수 없다. 나도 알라딘에서 중고로 구입해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작년에 읽은 책들 중에서...(외국 책이었느니 국내 책이었는지 기억이..) 이 책이 언급됐고 궁금해서 찾아보니 절판돼 중고로까지 구해서! 이제야 읽어본 책.


책 소개를 보면 '영국 문단에 큰 돌풍을 일으킨 젊은 작가 제이디 스미스의 데뷔작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으로 이루어진 현대 영국의 자화상을 위트 넘치게 그려내었다. 작가는 이 소설로 '포스트모던 찰스 디킨스'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가디언 신인상과 휘트브레드 신인상 등 여러 문학상을 휩쓸었다'라고 나와있다.


제이디 스미스라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는데, 이 책이 데뷔작이자 가장 유명한 책인 것 같다. 하얀 이빨은 2000년에 발표되고 바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5살에 내놓은 데뷔작이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에 꼽히다니... 이 무슨 개연성 없는... 천재의 삶이란 이런 것인가 ㅎㅎ 케임브리지 영문과 재학 중에도 다수의 에세이와 단편소설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었다고 한다. 그녀는 현재 뉴욕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얀 이빨은 흑인, 백인, 갈색인, 여호와의 증인, 이슬람교도, 레즈비언, 동물보호주의자 등 정말 다양한 배경의 등장인물들이 '진짜 런던'을 보여준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이방인, 혼혈, 이주민인데, 제이디 스미스 스스로도 영국 북부에서 자메이카 이민자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배경이 있다. 등장인물들의 배경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이런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오히려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 2권으로 나눠진 책은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돼있는데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각각의 챕터가 진행된다. 이들은 모두 가족 혹은 친구로 이어져있는 관계다.


책 소개에 "서로가 낯선 이들이 뒤죽박죽 뒤엉킨 런던 / 디킨스 소설보다 더 왁자지껄하고 흥미진진한 그들의 진짜 런던 이야기"라고 되어 있는데, 정말 잘 축약했다. 서로가 낯설지만 뒤죽박죽 뒤엉킨... 작품이 나온 2000년 전후도 이미 런던은 이민자들의 도시였다. 내가 영국(유럽)을 방문했던 2010년대에도 그랬다. 일부 지역에선 '백인'보다 다른 인종, 이민자들이 더 많이 보였다. 2020년대인 지금은 더욱 그렇고. 이 책 속의 인물들이 '진짜 런더너'란 말에 동의하는 바다.

20세기는 이방인의 세기였다. 갈색 인종, 황인종, 그리고 백인종. 20세기는 이민자의 대규모 실험이 있었던 세기였다. 당신은 하루 중 이런 늦은 시간이 되어야, 운동장의 연못 옆에 앉아 있는 아이작 렁, 축구 골대 안에 들어가 있는 다니 라만, 농구공을 튀기는 쾅 오로케,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이리 존스를 볼 수 있다. 성과 이름이 정면충돌하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 이 이름들에는 대량 탈출, 꽉 들어찬 보트와 비행기, 추운 도착, 의료 검진 등이 숨어 있다. 그리고 하루 중 이렇게 늦은 시간에만, 아마도 월레스덴에서만 가장 좋은 친구 사이인 시타와 샤론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름을 계속 혼동할 것이다. 왜냐하면 시타가 백인이고(그녀의 어머니가 이 이름을 좋아했다.) 샤론이 파키스탄인이므로.(그녀의 어머니는 이 이름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시타보다는 문제가 덜한 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뒤섞이고 마침내 서로의 삶에 무리 없이 편안해진 것이 사실이라 해도 여전히 인도인들보다 더 영국적인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영국인들보다 더 인도적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직도 이 사실에 분개하는 젊은 백인 남자들이 있다. 술집 폐점 시간에 부엌칼을 쥐고 불빛이 희미한 거리로 뛰쳐나올 백인 젊은이들이 있다. -2권 100p~101p



5. 나의 비거니즘 만화 - 보건

육식 관련 다큐를 보고 난 후에 비건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찾은 책. 작가가 직접 비건에 관심을 갖고 난 후 비건으로 전향하는 과정을 그렸다. 육식과 비건에 대해 했던 조사들, 상식들, 주변의 반응과 스스로의 마음가짐, 달라진 점 등을 간단한 만화에 담았다. 비건에 관심 있는 사람들, 비건을 해보려는 사람들이면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책. 너무나 유명한 <육식의 종말> 등 관련 책들을 찾아놨는데 그 책들도 읽고 나서 채식과 육식에 대해서는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완전히 육식을 피하는 비건의 삶은 아직 못하고 있지만 점점 육류를 줄여나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6. 동의 - 바네사 스프링고라

읽는 내내 가슴이 정말 답답했던 책. 2020년 1월에 출간한 데뷔작인 이 책은 작가가 미성년이었던 14세 때 당시 50세였던 유명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와의 성적 학대 관계를 폭로한 소설로, 프랑스 문단의 위선을 고발하며 문단 미투 운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문제작이다. 읽는 내내 이 글을 쓰는 본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 남성이 미성년자 소녀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내용을 보며 역겨움이 컸는데, 한편으로는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어떤 식으로 '설명 불가능하게' 미성년자가 중년 남성에게  조정당하는지, 미성년자가 왜 미성년자인지 (미성숙한 점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저런 사람(남자 작가)의 삶과 작품을 '예술인'이자 '예술'이랍시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프랑스 문단과 프랑스 사회도 어이가 없다. (한국도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난 사람은 성범죄 혹은 성착취에 대해 '피해자 탓'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싶다. 사람이 너무 '이상한' 상황에 계속 노출이 되면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다. 사고가 어려워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나이가 많은(그것도 많이), 권력이 있는 남자가 한 소녀의 삶을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다행히 작가는 '깨어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해냈다.



7. 모독 - 박완서 

이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티베트와 네팔 여행기다. 사진도 많고, 박완서 선생님의 담백한 여행기도 좋았다. 티베트와 네팔이라는 '원초적인' 자연의 땅에서 노작가가 느낀 감상들이 퍽 인상적이다. 파란 하늘, 순박한 사람들의 얼굴, 넓은 초원, 불상들...

  기아선상에 선 어린이와 애 엄마가 이민족의 소매에 매달려 구걸해야만 일용할 양식을 해결할 수 있는 치욕적인 상황에서도 그들의 종교가 마냥 개인 구원의 차원에만 머물러 있다면 누가 그들의 종교를 존경은커녕 존재 가치라도 인정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열정적인 상승 욕구를 평면적인 이웃한테도 좀 확산시켰으면 싶었다.

 이방인이 티베트에서 장려한 사원과 수많은 불상을 보는 일은 눈에는 최고의 사치요, 충격이었지만, 그 이상은 되지 못했다. 마음의 평화나 기쁨은 못 느꼈다. 호화와 사치를 극한 불상과 이 땅의 극빈층이 저절로 대조가 되어 불상에서 느끼고 싶은 자비를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99~200p
괜히 가슴이 뭉클하면서 우리와의 만남이 저들에게 무엇이 되어 남을까 걱정이 되었다. 우리의 관광 작태가 저들에게 모독이나 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251~252p



8.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 레베카 솔닛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 다룬 레베카 솔닛의 신작이다. 맨스플레인(MAN+EXPLAIN) 현상을 비판하며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리베카 솔닛의 산문집인데, 미투 운동, 문화계 젠더 문제, 미국 대선과 투표권 억압 문제, 민족주의, 임신중지법, 기후위기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작가의 산문, 에세이를 담았다.



9. 레버리지 - 롭 무어 

꽤 재밌게 읽었다. 새로운!! 내용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모름지기 연초이기도 하고. 가끔은 이렇게 자신을 독려할(?) 책들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시금 열정을 장전할 차원에서... 나는 어떤 레버리지를 일으킬 것인가?



10. 제로투원 - 피터 틸

이 책도 경제부문에서는 꽤나 유명한 책이니.. 설명은 생략한다. 피터 틸은 기업가이자 투자자로, 페이팔 창립자이자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로 유명하다. 팰런티어 테크놀로지를 출범했고, 링크드인과 옐프 등 수십 개의 유명 기술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CEO 및 투자자들을 일컫는 '페이팔 마피아'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제목처럼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하는 독점기업이 돼라'이다. 0에서 1이 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만한다는 것이다. 1에서 2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것인데. (그게 쉽나...ㅎㅎ) 다른 경영/창업 관련 책들과 대단히 다른 점은 없지만, 피터 틸이 철학과(스탠퍼드) 출신이라서 그런지... 말하고 싶은 내용들을 역사 등 거시적이고 사회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좀 더 넓은 시야로 접근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1.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 - 임성준

스타트업이 실제 어떻게 투자 유치를 하는지, 그 과정이 어떤지, 실제로 '돈을 벌'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뭔지, 가장 중요한 사람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경험자의 조언이 담긴 현실적인 지침서. 언젠가 창업을 꿈꾸는 사람, 지금 막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 투자를 하는 사람들까지 스타트업의 생리에 대해 '환상 없이' 알아보기 좋은 책.



12. 프랭클린 자서전 - 벤자민 프랭클린

새해가 된 기념으로 읽어 본 자기계발서의 고전. 그 시대에 이렇게 살았다고? 싶을 정도로 경이롭게 살긴 했다. 패기와 도전정신,.. 그리고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낙관이 인상적인데, 어느새 나 또한 정말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너무 유명한 책이라 내용과 벤자민 프랭클린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3.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 데이비드 앱스타인

꽤나 두꺼운 책이라 퇴근 후 시간을 내서.. 며칠에 걸쳐 읽었던 책이다. 저자는 여러 사례나 실험을 통해 "늦깎이 제너럴리스트들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서술한다.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뭔가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서 평생 그것만 하고 정말 그 분야의 권위자가 되는 경우는 정말 정말 정말 극소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천재들은, 이것저것을 하고 여러 탐방을 하다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해내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그러니까 10살에 내 적성을 찾지 못했다고, 20살에 이미 세상을 뒤바꿀 앱을 개발하지 못했다고 좌절하지 말지어다. 30대에도 40대에도 50대에도 60대에도 언제든 빛을 발하는 사람들이 천재다. 저자가 중요하게 내건 조건은, 그냥 시간이 흐른다고 내 적성을 찾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회를 찾고, 준비하는 자만이 '늦깎이 천재'가 될 수 있다.



14. 아리랑 - 님 웨일즈, 김산'

이 책도 매우 매우 유명한 책인데 이제야 읽었다. 원제는 'Song of Ariran : a Korean communist in the Chinese revolution'. 님 웨일즈의 본명은 헬렌 포스터 스노우로, 기자이자 시인, 계보학자다. 이 책은 미국의 기자인 님 웨일즈가 1937년에 기록한 한국인 독립 혁명가 김산(본명 장지락)의 일대기이다. 1920~1930년대라는 정치적 격동기를 살다 간 김산의 고뇌, 좌절, 사랑, 열정, 사상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벌써 2022년의 1/4이 지났고 그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이 뽑혔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다니고, 주변에 안걸린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 남은 2022년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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