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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May 16. 2024

우원식 국회의장 이변, 이재명-윤석열 빅딜 결과?

5월 16일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나선 우원식(오른쪽) 후보가 추미애 후보와 경선 결과가 발표된 후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대세론’을 깨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맡는 것이 그간의 관례로 이변이 없는 한 우 의원은 6월 5일로 예정된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국회의장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결과였다.      


추미애 의원 당선자와 우원식 의원은 서로 ‘이재명 당 대표의 뜻이 나에게 있다’며 치열한 ‘명심’(이재명 의중)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 주류당원들인 ‘개딸’들과 강성 의원들이 추미애 당선자의 뚜렷한 친명 색깔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투 경험’ 등을 높이 사 그를 추대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그런데 결과는 예측을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우원식의 ‘로또 당첨’과 추미애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장면을 보면서 영화 신세계에서 이중구가 보스 석동출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갈 곳이 없어진 그룹 이사들에게 ‘살려는 드릴게’라고 말하는 유명한 대사가 떠올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원식 이변’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드라마틱한 야합과 배신이 숨어 있다.     


우원식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선출 이변은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의 ‘빅딜설’과 민주당 당내의 권력 역학구도, 이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과 배경을 들춰볼 수 있다. 먼저 이재명-윤석열 빅딜설.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리 총선에서 대패해 힘이 빠진 국가 최고 지도자라고 해도 평소 그의 고집불통과 남 눈치 안 보는 성향을 볼 때 그토록 전격적으로 이재명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윤 대통령으로서는 총선 참패 뒤 ‘무간지옥’의 탈출을 위해 파격적이고 확실한 수를 쓸 필요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윤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윤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목숨에 대해 확실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만나는 게 급선무였다. 윤 대통령이 ‘범죄 피의자’ 야당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평시에 나오는 거만한 태도였다. 갑자기 전세가 기울어 적에게 섬멸당할 직전에 있다면 물불 안 가리고 항복 선언을 하기 위해 ‘전령’이라도 몰래 보내야 할 판이었다.      


이재명-윤석열 영수회담이 실현된다면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을 ‘진짜로’ 사법 리스크로 엮어 감옥에 넣고 정치생명을 완전히 끊을 의사가 있는지 타진해 볼 것이고,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자신을 ‘정말로’ 탄핵까지 내몰아 박근혜처럼 쫓아내 버릴지가 궁금했을 것이다. 이재명으로서는 사법리스크의 올가미를 완전히 벗겨내 차기 대선에서 대통령 자리를 꿰차는 것이 최대 현안이고, 윤 대통령으로서는 김건희 여사와 함께 사이좋게 손잡고 3년 뒤 용산 대통령실을 무사히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것이 급했다.    

  

영수회담이 아무런 실익이 없이 끝이 났고 배석자도 많아 양측의 독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재명과 윤석열은 대선 이후 처음으로 서로 만나 서로의 말끝에서 묻어나는 뉘앙스를 암호해독 하듯 해석하기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서로의 ‘진의’를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영수회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후임 총리 인선안 등을 협의하기 위해 ‘아크로비스타 이웃’ 함성득 경기대 교수와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영수회담을 물밑 조율했다는 ‘비선 논란’이 터진 것은 서로 죽이지 않겠다는 ‘눈치’를 먼저 가늠해보려는 증좌로 인식된다.  

   

윤 대통령이 입원 치료를 위해 휴가를 낸 이재명 대표에게 ‘굳이’ 전화한 사실까지 알려진 것도 두 사람이 직접 ‘핫라인’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게 알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재명과 윤석열이 직접 통화하고 안부를 묻는 사이이니 측근들이나 지지자들이 섣불리 행동하지 말라는 일종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이렇듯 윤석열과 이재명은 영수회담을 거치면서 자신들만이 ‘교감’할 수 있는 정국의 방향이나 탄핵의 범위까지를 ‘불립문자’로 교감하고 설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오월동주’였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에게 사법리스크로 정치생명을 끝장내지 않고 재판 과정에도 일정정도 ‘개입’해 대선 때까지 ‘당선 보장’을 해주는 것이고,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탄핵만은 확실하게 막아주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다.   


2020년 7월 1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관련 윤석열 총장에 대해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개딸’들로 대변되는 당 내외 강경파들은 추미애 당선자를 밀어 국회 전반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기를 오매불망 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의 가장 강력한 페이스메이커로 인식되었던 추 당선자가 국회의장에서 탈락함으로써 ‘윤석열 탄핵’의 열기는 상당 부분 식어버렸다.  

    

‘추미애 국회의장=윤석열 탄핵’ 공식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민주당 일부 강경파 일부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표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 대표가 총선에서 이겨 살만해졌으니 탄핵에 대한 투쟁심과 절박함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내 권력구도를 볼 때 ‘찐 친명계’가 우원식 의원을 조직적으로 밀지 않는 이상 그가 의장 후보에 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결국 이재명의 ‘오더’가 내려진 것으로 봐야 한다.      


개딸들은 우원식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선출로 추 당선자에 비해 합리적이고 온건 성향인 우 의원이 탄핵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재명의 ‘본심’이 드러났다는 주장도 한다. 이재명이 윤석열을 ‘살려는 드리는’ 대신 자신의 사법리스크 안전판을 확보해 안전하게 대권을 차지하려는 ‘빅딜’의 결과라며 의구심을 표하는 것이다.      


이 대표로서는 윤 대통령 임기 도중 탄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수층의 강한 역풍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변수로 인해 대권 고지 점령 자체가 물 건너 가는 리스크를 굳이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우원식 선택’은 설득력이 있다.   

   

우원식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선출로 ‘윤석열-이재명 빅딜설’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것은 최근 윤 대통령의 ‘막무가내’ 검찰 인사를 봐도 알 수 있다. 양측이 영수회담에서 서로의 급소만은 찌르지 않겠다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눈치로 주고 받은 이상 웬만한 정치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묵인하고 ‘양보’해주는 불간섭의 오월동주 협정이 맺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민정수석을 부활시키고 검찰 인사를 자기 입맛대로 하는 등 독주를 해도 이 대표가 그것으로 탄핵까지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믿음’이 있었고 이런 점에서 향후 정국도 ‘김건희 여사의 컴백’과 함께 국정운영도 그동안의 대통령 의지대로 끌고 나갈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12일 오전 22대 총선 당선인들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또한 개딸과 일부 강경파들이 탄핵을 주야장천 주장하고 있지만 총선 압승으로 당을 확실히 장악한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가볍게 무시할 맷집이 생겼다. 이 대표가 ‘추미애 국회의장 카드’를 접은 것도 앞으로 개딸과 강경파들의 일방적 견인에 끌려가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당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우원식 의원 국회의장 후보 선출로 민주당에서 ‘윤석열 탄핵’의 뇌관은 상당부분 제거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윤 대통령으로서도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탄핵의 부담을 상당히 던 셈이다. 이는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오월동주’에 따른 전략적 행동의 결과일 뿐이다. 앞으로도 두 사람은 ‘좋은 게 좋은’ 국정 협력과 독주에 대한 ‘용인’을 병행하며 정국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일반의 예상을 깨고 우원식을 국회의장으로 ‘선택’한 것에는 윤 대통령과의 빅딜설 외에 추미애라는 정치인을 믿지 못하는 것도 그 배경이 되었을 수 있다. 추미애 의원 당선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선, 진보진영의 대표적 배신 아이콘이다. 여기에다 추 당선자는 자신을 법무부 장관으로 밀어 올려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자신의 사퇴를 ‘요구’했다며 배신감을 표출하고 ‘찐 이재명’계로 또 다시 변신한 바 있다.   

   

친명계 사이에는 “추 당선자가 친명계로 분류되지만 우원식 의원에 비해 정치적 야망이 여전히 강렬하고, 일정한 권력을 주면 자기정치에 몰두해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신자 DNA로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키워주면 안 된다”는 국회의장 불가론도 상당 부분 있었다고 한다. 만약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날아갈 경우 추 당선자가 그 다음을 이어받을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점도 그를 굳이 국회의장으로 띄워줄 필요가 없는 요인이다.      


윤석열-이재명 빅딜론, 추미애 불가론과 함께 당내에서는 친명계의 과도한 권력 집중에 대한 견제 심리로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는 이변이 일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이재명 대표가 총선 이후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대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이 대표 의중에 반하는 ‘반란표’를 던져 정치적 위험을 자초할 의원들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그리 설득력이 없다.     

 

영화 신세계에서 이중구는 ‘살려는 드릴게’라며 의기양양해 하지만 결국 ‘죽기 딱 좋은 날씨네’라는 말을 남기며 씁쓸한 최후를 맞는다. 우원식의 난데없는 ‘국회의장 로또’를 보면서 정치도 야합과 배신이 난무하는 ‘그들만의 신세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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