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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기노 Jul 18. 2024

‘이러다 다 죽는다’ 해도 국민의힘은 팀킬 난장판

국민의힘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당 대표 후보가 7월 17일 고양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갈수록 가관이다.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으로 막이 오른 국민의힘 전당대회 ‘패악질’ 싸움은 배신자론과 색깔론, 사천 의혹 등의 시답잖은 헐뜯기로 날을 보내는가 싶더니 급기야 연설회장 폭력 사태로까지 번졌다. 폭력이야 몇 몇 당원들의 ‘과시성 오버’였다고 해도 친윤계와 친한계에서 한방씩 터뜨린 폭로전은 국민의힘 미래에 암막을 드리우는 전조가 될 것이다.     

 

친윤계에서 먼저 제기한 한동훈 댓글팀 의혹은 향후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장착된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현재 무소속)은 “한동훈 장관을 위한 ‘여론조성팀’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해당 팀에서 본인에게 여론조성을 요청했고, 본인이 실제 그 요청대로 수행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대 후 대통령실 비서관직을 은근 기대하고 있는 장 전 최고위원이 향후 더 큰 폭탄을 터뜨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도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양문석 의원은 7월 14일 실제 한 후보의 댓글팀 의심 계정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작 의심 계정 24개를 확보하고 6만여 개의 댓글은 분석한 결과 해당 계정들은 모두 한 후보가 장관직에 취임한 2022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탈자까지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한 계정은 현재까지 약 1만8000개의 댓글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친윤계 원희룡 후보는 “(댓글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대 범죄 행위다. 드루킹 사건을 떠올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후보 등은 ‘떳떳하면 특검을 받으라’며 한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한 후보는 이에 대해 “자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을 그런 식으로 폄훼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정치인의 ‘댓글팀’ 운영은 드루킹 사건에서 그 휘발성이 한차례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18년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대표 시절에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추진하던 중 네이버 댓글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비판적 댓글이 다수 달리는 것을 두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네이버가 즉각 경찰 수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는 엉뚱하게도 민주당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걸려들어 실형까지 살고 피선거권도 박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때는 추 전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쉴드’ 친답시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지만 국민의힘은 아군의 댓글팀 운영 의혹을 제기하는 ‘팀킬’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2019년 1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댓글팀 논란은 그 팩트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국민의힘에 만연돼 있는 ‘여론 조작’의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그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 여권이 댓글팀을 만들 정도로 여론에 민감한 게 아니라 여론을 억지로 막고 돌리려는 조작과 기만의 행태에 국민들은 더 분노할 것이다. 전대가 끝나더라도 양측간의 수사 의뢰 및 고소 고발 사태가 이어져 그 실체가 드러난다면 친윤계와 친한계의 대권 전쟁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친윤계의 댓글팀 공격으로 한 방 맞은 한동훈 후보의 반격 또한 비상식인 해당행위라는 지적이 많다. 한 후보는 CBS 방송토론회에서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하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폭로했다. 2019년 4월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으려고 물리적으로 충돌했던 ‘빠루(쇠지렛대)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다.      


사실 나 후보 입장에서는 이 ‘빠루 사건’이 꽤나 골치 아플 것이다. 그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시절인 2019년 4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저지하려고 국회 안에서 몸싸움을 벌여 국회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자유한국당 의원 23명, 민주당 의원 5명과 함께 2020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공소 취하 부탁 의혹은 댓글팀 논란 못지않게 휘발성이 강하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직자에게 수사·재판 등의 위법한 처리의 청탁을 금지한 청탁금지법(제5조1항14호) 위반에 해당돼 수사 대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으로도 나 후보는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나 후보 입장에서야 이 문제가 ‘나경원 개인’이 아닌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해결돼야 하는 사안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 후보는 이번 폭로를 통해 나 후보를 ‘개인의 유죄 피하기’를 ‘청탁’한, 파렴치한 정치인으로 프레임을 잡아나가고 있어 나 후보의 대응이 만만치 않다.      


한 후보가 이렇게 생방송에서 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나 후보를 향해 기습 공격을 가하자 당 내부에서는 ‘당권과 대권 욕망에 사로잡힌 한동훈이 금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 후보가 지금 전대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시위 때의 ‘페퍼포그’(시위현장에서 불꽃을 튀기며 지랄탄을 쏘아대는 진압용 차량)처럼 아군을 향해 ‘지랄탄 난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19년 4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을 비판하며 '빠루'라 부르는 쇠 지렛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한 후보가 댓글팀을 만약 운영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 명백하게 직무를 유기하고 정치에 한눈을 판 수준미달 공직자로 몰릴 것이다. 전대 과정에서 드러난 한동훈의 권력야욕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사사건건 야당과 마찰을 일으키며 공격적이고 정략적인 행태를 보인 이유를 알 것도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마음이 정치 콩밭에 가 있다 보니 법무부 장관직은 도대체 어떻게 수행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는 의견도 분출하고 있다. 그가 2023년 9월 국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을 설명하면서 이례적으로 30분 넘게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을 마치 정적을 향해 공격하듯 내뱉은 것이나 국회 상임위에서 야당의 공격적인 질의를 받을 때마다 상대의 과거 행적 등을 들춰가며 오히려 적반하장 식 역공을 펼치며 순간순간을 모면해가던 행태는 가슴속에 대권 욕심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한동훈의 공소 취하 부탁 폭로는 ‘나 혼자는 절대 죽지 않겠다’는 본능적인 자기 보호의 측면이 크다. 공당을 위해 정치인이 헌신하고 희생하는 선당후사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한 후보의 ‘선사후당’ 행태는 당 전체를 위기의 수렁으로 내던지고 있다. ‘나만 편하고 잘 나가면 된다’는 엘리트 특유의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적인 행태를 헌신과 품격이 생명인 보수정당 대표 경선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보수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는 그가 보수정당 대표의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준다.      


‘후보가 곧 당선’이었던 지난 2007년 이명박-박근혜 간 대선 후보 경선 이후 이번 7.23 국민의힘 전대는 최악의 ‘내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은 승자가 곧 대권을 먹는 판이었기 때문에 양측은 죽기 살기로 경선에 임했다. 하지만 박근혜는 깨끗하게 경선에 승복하고 그 후 대통령에까지 올랐다.      


당시 경선 과정을 자세하게 목도하고 취재한 필자로서는 그 후 양측이 분당을 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지만 결국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정권이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이때만 해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기저에는 보수정당의 자존심과 동지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특수부 검사직을 출세의 발판으로 삼은 일부 정치검사들의 ‘준동’으로 정치는 아사리판이 돼 버렸고 보수정당은 그 정체성마저 상실한 채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권력의 떡고물이라도 얻어먹기 위해 모두 버린 것 같다.      


2023년 9월 21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장관이 설명을 하던 중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김진표 의장이 짧은 설명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대는 사실상 조기에 치르는 대선 후보 경선 성격이 짙다. 한동훈은 채상병 특검 ‘조건부’ 수용으로 미래권력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모멘텀을 잡았다. 이번 전대에서 대표가 되면 당은 급속도로 미래권력 위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기능을 거의 상실한 국민의힘은 조금이라도 힘이 센 권력자의 바짓가랑이를 잡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총선 참패 책임자임에도 한동훈의 지지율은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능력이나 검증은 필요 없다. 될 놈한테 가서 붙는다’는 국민의힘 구성원들의 행태는 총선 패배 반성이나 당의 혁신에는 손을 놓고 오로지 권력 따먹기에만 혈안이 된 기생충정당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동훈에게는 이번 전대가 사실상 재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형님’ 윤석열 대통령을 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그의 뒤에는 천길 낭떠러지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측이 분당으로까지 치닫지는 못한다. 레임덕을 지연시키고 대권주자 자리를 보장받으려는 윤석열과 한동훈의 잇속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두 사람은 끝까지 서로의 몸을 한데 묶어 놓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친윤계가 전대 패배가 확실시됨에도 댓글팀 폭로 등 이전투구로 일관하는 것은 한동훈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그를 압박하고 몰아세울 견제장치를 미리 확보해두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친윤계는 한동훈의 대권주자 자리를 미끼로 윤석열의 레임덕과 김건희의 사법처리를 최대한 늦추려는 전략을 펼칠 것이다. 

     

친윤계와 친한계의 폭로전으로 ‘이러다 다 죽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나만 안 죽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후보들 때문에 국민의힘은 또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다. 폭력과 폭로로 가면 폭망인 것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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