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지나친 공포를 주지말자

그로잉맘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by 아멜리 Amelie

얼마 전 큰아이는 코비드 19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쳤다. 싱가포르에서 6세에서 12세 사이 아동들의 백신 접종이 의무는 아니지만 정부는 아동들의 접종도 권하고 있다.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로 백신이 아이에게 줄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해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 큰아이가 흔한 감기 바이러스에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인 후, 오미크론이 확산되는 상황이 나에게는 더 아찔했다. 오미크론 증상이 경미하다고는 하나 우리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일찍 학교를 마치고 금요일에 동네 백신 접종 센터에 가서 아이는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고 집에 올 때까지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왼쪽 팔에 붙여둔 밴드를 떼는 순간부터 아이는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백신을 맞은 사실을 서둘러 학교 선생님들에게 알려서 체육 수업에 모두 참가하지 않도록 조치를 미리 취해달라고 했다. 주말에 있던 테니스 수업을 취소하고 우리는 그렇게 자주 타던 자전거조차 타지 않고 집에서만 뒹굴 거리는 주말을 보냈다.


아이는 집에서 점프를 하는 것조차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왜 이렇게 공포에 휩싸여 있는지 짚어봤다. 아이는 밥상에서 나누던 코비드 관련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백신 주사를 맞은 고등학생이 죽었대, 주사를 맞고 운동을 하던 중학생이 심장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에 실려 갔대, 백신 맞고 사나흘을 정신없이 아파하는 사람들도 많아, 엄마도 사흘 동안 엄청 아파서 고생했잖아.”

“학교 가면 밥 먹는 시간 제외하고 무조건 제대로 마스크를 써야 해. 지금 아이들이 모두 오미크론에 걸리고 있어. 많이 아프진 않다고 하는데 그래도 넌 절대로 걸리면 안 돼.”

“학교에서든 동네에서든 뭔가 만졌다 싶으면 바로 손을 씻어야 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무조건 손을 씻어야 해. 손으로 온갖 바이러스가 옮겨 다녀. 손이 닳을 정도로 손을 씻어야 해”


코로나를 둘러싼 모든 뉴스들의 늘 우리 밥상에 함께 했고, 마스크와 손 씻기에 대한 당부가 넘쳐흘렀다. 아이는 이런 뉴스와 당부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않았기에 어마어마한 공포 속에서 터널 같이 깜깜한 이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셈이었다.


백신 주사를 맞고 일주일 정도 흐른 토요일이었다. 아이에게는 백신 후유증이 전혀 없었고, 나는 아이에게 이젠 괜찮은 것 같으니 테니스 수업에 가자고 했다. 주중에 보충 수업 일정을 맞추는 건 쉽지 않았고, 수업을 빼먹는 건 아까웠다. 아이는 손사래를 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백신 주사 맞고 2주 동안은 그 어떤 스포츠를 하면 안 된다고 했어. 나는 백신 주사 맞고 아프거나 죽고 싶지 않아.”


내가 경솔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지금 별일 없으니 한 시간 테니스 수업 간다고 큰일은 없을 거야, 이번에 수업 빠지고 보충 수업받으려면 번거롭잖아’ 하는 내 마음은 자신의 안전과 건강을 지난 2년 동안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며 방역에 충실했던 아이를 무시하는 태도였다.


아이는 누구보다 손을 자주 씻었고, 마스크를 악착같이 썼다. 누구보다 아프지 않기 위해 애썼고, 이 시국을 잘 보내기 위해 노력하던 중이었다. 게다가 죽음과 병듦의 공포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여행을 가지 못해 답답하고, 사람을 만나지 못해 힘들다는 징징거림을 넘어 아플 수 있고 죽을 수 있다는 공포를 스스로 관리하고 있었다. 아이는 현미경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고, 그 공포와 두려움은 어른보다 곱절로 컸던 셈이다.


2차 백신을 맞고 의사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2주 동안 그 어떤 스포츠 활동을 하지 않고 최대한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그사이 아이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는 이제 코비드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으로 거듭났고, 그 사실 만으로 코비드 앞에서 덜 두려워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어른들은 너무 많은 공포를 아이 얼굴에 갖다 댄다. 양치를 하지 않으면 이가 다 썩어서 밥을 못 먹는다거나, 공부를 못하면 나중에 커서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거나, 지금 잠을 안 자면 도깨비 할아버지가 와서 아이들을 싹 다 잡아가서 엄마를 못 만나게 만든다거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욕심이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내가 하는 언행을 다시 돌아본다. 미리 대처하고 준비하고 일상을 잘 꾸려나가는 것을 넘어 공포를 조장하는 것까지 내가 하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아이는 세상을 현미경으로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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