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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석 Apr 10. 2017

16. 교통좋은 도쿄 (3, 4일차)

제대로 놀아보자

실망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교토까지 가서 관광지도, 맛집도 없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이 때 바빴습니다. 사진 찍을 시간도 많이 없었고, 일이 몰려서 바쁘기도 했고, 게다가 술 먹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이 때는 그냥 죽어라 일하고 먹고 놀았던 기억만...

그리고 3일차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타티아나와 함께 기온에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러 가봅니다

잇센요쇼쿠 (一銭洋食)라는 오래된 오코노미야키집입니다. 싼 가격에 양식을 팔자라는 모토로 실제 옛날에는 1전에 팔았다고 하네요. 지금은 680엔 정도 합니다. 7천원이 좀 안 되는 가격이니까 생각보다 상당히 매력적인? 10가지가 넘는 재료가 들어 있다고 자랑을 하더군요

마스코트인 바지 문 강아지. 여전히 재밌는 곳입니다. 사실 이 곳은 2015년에도 갔던 곳이라 크게 새로울 건 없었지만 뭔가 믿을 수 있는? 생맥주 한 잔과 함께 하면 더할 나위 없이 맛나요.

만두 모양의 오코노미야키. 생각보다 크진 않습니다. 소스는 두 가지, 매운 맛과 달달한 맛. 둘 다 나름 매력이 있어서 반반 덜어서 찍어먹음 딱이더군요.

이렇게 펼쳐서 훌렁훌렁~

타티아나 버스 태운다고 생쑈를 한 다음에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 마침 어제 알게 된 영국 친구인 프란체스카가 있더군요. 이러저런 이야기하다가 내일 오코노미야키나 먹으러 갈래랬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신 아침에 나라에 다녀와야 하니 나라 다녀오고 나서 저녁에 같이 넘어가자고 약속했습니다. 이틀 내내 오코노미야키는 뭐냐고 했지만 뭐 어때요, 먹을 거 그렇게 크게 안 가려서 괜찮습니다.

그리고 3일차도 역시 부어라 마셔라...

4일차 아침에 되니 숙취가 훅훅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라멘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게스트하우스에 괜찮은 집 알려달라니까 쿠보타 (久保田)라멘이라는 괜찮은 집이 있다고 소개시켜주더군요.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날아갔습니다.

떡하니 버티고 있는 자판기. 라면 종류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다른데요 이런 날 맛난 거 먹어야겠다고 츠케면을 먹기로 했습니다. 츠케면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시켰는데...이 집 유명 메뉴라고 하니까 뒤도 안 돌아봤죠. 평타는 치겠구나라는 기대감에...

그리고 역시 오늘도 맥주를 먹습니다. 이번에는 기린 병맥주. 아사히에 비해서 뭔가 독한 듯, 거친 듯. 원래 아사히 수퍼드라이가 유행하기 전 일본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맥주였더랬습니다. 여전히 기린 맥주는 진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딱인 듯하네요. 맥주 한 잔 마시나 죽어있던 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

작은 집입니다. 10명 정도 앉으면 꽉 차는 바에, 주방은 상당히 작은 전형적인 일본 식당. 전 이런 분위기가 좋더라구요. 물론 실내 금연이라는 게 아쉽긴 했지만...

츠케멘이 나왔습니다. 몰랐는데 면과 수프가 따로 나오는 면인데요. 면을 들어서 수프에 담궜다가 꺼내 먹으면 면발의 탱탱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왠지 모를 따로국밥 분위기? 그런데 면이 차다보니 뜨거운 맛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해장을 위해선 그냥 라멘을 시키는 게 더 나을 뻔.

얼큰한 수프입니다. 안주로도 손색없는 맛! 게다가 리필도 가능하니 면 푹푹 담가 먹어도 좋아요.

이렇게 나옵니다. 흔치 않게 수저를 주더군요. 그만큼 뜨겁기도 하고 떠 먹기도 하라는 배려?

이렇게 밥을 먹고 들어와서 낮에 좀 잔 다음에 여전히 열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해가 지고 저녁 7시가 되니 프란체스카가 돌아와서 가자더군요. 게다가 오코노미야키 이야기를 들은 다른 애들 둘이 자기네도 같이 가자고 해서 결국 네 명이서 기온까지 고고. 대중교통 타는 거랑 큰 차이가 없어서 넷이서 택시타고 갔습니다. 아무리도 기온은 밤에도 유명한 곳이다보니 차가 많이 막히더군요. 택시비가 1천엔이 나와서 넷이 250엔씩 내니 버스비랑 차이가 없더군요.

앞에 나왔던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돌아다니는데 마침 야시장이 열려서 가봤습니다.

기온에는 야사카신사 말고도 야시장 골목에 작은 신사가 있습니다. 워낙에 신사가 많은 동네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돌아다니는데 이렇게 회사명을 걸어놓은 신사가 많더군요. 물론 그만큼 헌금을 했겠죠.

게이코 (게이샤의 교토 버전) 분장을 한 언니들이 춤을 추고 옆에서는 저렇게 새해를 맞이합니다. 대나무에 자기가 소원하는 걸 걸어놓는 형태인데요. 이것저것 다 걸면 3만엔은 족히 나올 듯한...많이 사면 살수록 화려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그냥 대나무만 사도 3천엔인데...저것만 사는 사람은 없겠죠?

이렇게 줄을 서서 이거 주세요, 저거 주세요 난리입니다. 하나 사고 싶었는데 저거 들고 앞으로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그래서 그냥 눈으로만 봤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침 아는 형이 알려준 한국 분위기 나는 식당이 있다. 너네가 간다면 같이 가고 아니면 나 혼자라도 가겠다라고 했더니 기꺼이 가겠다고 하더군요. 일본어로 ホルモン (호루몬)이라고 하면 돼지 내장을 파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쉽게 말해서 막창집. 바로 그리로 갔습니다.

소고기도 먹고, 곱창도 먹고. 가운데 화로를 놓아주면 위에 올려놓고 살살 구우면서 술과 함께~ 같이 간 친구들은 따뜻한 매실주를, 저는 우선 생맥주 한 잔에 하이볼로 달려봅니다.

스지, 소심줄입니다. 정말 질깁니다. 쇠심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닌 듯...그런데 맛나요. 일본 오뎅이나 여러 음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메뉴입니다.

이렇게 넷이서 먹었네요. 원래 프란체스카랑 둘이 오코노미야키 먹을랬다가 옆에 있는 미국인 윌과 네덜란드인 다니엘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자기네도 낑겨달라고 해서 이렇게 넷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놈들 먹을 복은 많에 그래.

김치 샐러드. 350엔인데 오이소박이, 깍두기, 배추김치 이렇게 나옵니다. 쌀밥도 먹으랬는데 까먹었어요. 고기 먹느라 정신 팔려서.

자 실컷 먹었으니 이제 입가심을 합시다. 나베는 2인분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넷이니까 2인분 시켰습니다. 팔팔 끓여서 국물 홀짝홀짝 먹다가 마지막엔 국수를 끓여 후루룩~

네 명이서 9천엔 좀 안 나오는 가격이었습니다. 제가 냈어요. 자기네들도 맛나게 먹었고 아까 야키도 샀으니 나눠 내자길래 한국에선 이런 거다, 먹자고 한 놈이 내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미안했던지 먹고 싶은 술 사주겠다고 해서 1천엔 안 하는 매실주면 오케이라고 했더니 석 병을 샀더라구요. 두 병은 중탕으로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한 병은 차게 해서 나발을...

유카리짱하고도 한 컷! 오며가며 알게 된 친구인데 도쿄로 돌아간다길래 그럼 도쿄에서 맥주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하고 또 한 잔 걸치고 그대로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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