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의 대표주자 Replit
1.
최근 1년 내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애니메이션을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장송의 프리렌』을 꼽을 것이다.
장송의 프리렌은 전설적인 용사 일행이 마왕을 무찌른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독특한 중세 판타지 만화다.
보통의 판타지가 여정을 시작하는 이야기라면, 장송의 프리렌은 여정이 끝난 후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덧없음, 그리고 마법의 본질을 천천히 되짚는다.
이야기의 주인공 프리렌은 천년을 사는 엘프 마법사로, 인간보다 훨씬 느리게 나이를 먹는다. 함께 세계를 구했던 동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그녀는 그제야 이해하려는 노력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새로운 여정을 떠난다.
과거 함께 했던 동료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좋아하는 마법을 알아가기 위한 여정이다.
프리렌은 강력한 마법을 지녔지만, 감정 표현에는 서투르다.
그런 그녀가 가장 아끼는 마법은 "꽃밭을 내는 사소한 마법"이다.
"진정한 마법이란,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은 마법에서 시작되는 거야"
마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그녀의 지식과 기억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일같이 마법을 수집하고, 익히고, 다듬는다.
그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AI를 배우고, 프롬프트를 다듬고, 다양한 툴을 활용하는 방식과도 닮아있다.
2.
현실 세계에서 마법을 부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팡이로 주문을 외우는 대신 키보드로 프롬프트를 쓰는 것.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코드를 손으로 일일이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흐름을 말한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개발자가 AI의 도움을 받아 코드를 작성하는 행위를 일컫는 신조어로 프로그래밍을 할 때 사전에 엄밀한 논리나 설계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직감과 느낌에 의존한다는 의미로 ‘바이브’코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무위키-
더 이상 우리는 스택오버플로우(StackOverflow)에서 복사해 붙여넣는 방식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직감과 느낌에 따라 프롬프트를 던지고, 그 결과로 코드를 얻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마치, 프리렌이 직감과 느낌에 따라 마법을 부리듯, 우리도 AI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프로그래밍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프론트나 백엔드 UI 코드를 하나하나 입력하고, 스택오버플로우에 있는 답변을 그대로 복붙해가며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어차피 컴퓨터가 하는 일인데 알아서 해줄 수는 없을까"
예전에는 코딩이 처음부터 일일이 쌓아야하는 From Scratch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프롬프트 하나로 앱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 대표 주자가 바로 Cursor와 Replit이다.
Cursor는 기존 개발자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잘 맞는 도구이다.
VS Code 기반의 구조 위에 AI 코드 도우미가 얹혀 있는 형태라, 개발자라면 더 빠르고 정밀하게 작업할 수 있다.
작년 9월 OpenAI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은 후, 2024년 8월에 6,000만 달러 (약 81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AI 기반 코드 작성, 디버깅, 수정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개발자들 사이에서 생산성 향상 도구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Replit은 웹 기반의 클라우드 개발환경으로, 별도의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코딩을 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에이전트를 통해 자연어로 코드를 생성하고 수정할 수 있으며, 초보자도 빠르게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나 같은 경우 Replit을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Replit은 코딩을 모르는 사람도 바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모토 자체가 비개발자도 간단한 자연어만으로 앱을 만들게 한다는 것이다.
Replit의 CEO인 암자드 마사드(Amjad Masad)의 인터뷰를 좀 살펴보니 아래의 구절이 인상 깊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전문 개발자를 위한 플랫폼이 아니다"
그는 과거 PC가 1천 만명을 컴퓨터 사용자로 만들었고, 스마트폰이 그 수를 50억명까지 끌어 올렸듯이,
Replit Agent 역시 소프트웨어 제작 문턱을 낮춰,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스프레드시트를 쓸 수 있다면 Replit Agent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앞으로는 학생 일반인, 심지어 어린이들도 모바일에서 손쉽게 앱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는 이를 "퍼스널 소프트웨어 혁명"이라 표현하며, 단순히 코드 학습 플랫폼을 넘어 소프트웨어 제작의 대중화, 상용화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전문)
3.
그럼 내가 Replit을 활용해서 어떤 앱을 만들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그 전에 우선 과금 체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한 달 $25 요금제를 사용하면, 약 100회의 Agent 체크포인트를 쓸 수 있다.
체크 포인트란, Agent가 사용자의 요청을 실행한 후 실제로 코드베이스에 반영한 순간을 말한다.
쉽게 말해, Agent에게 "이렇게 바꿔줘"라고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그 요청이 완료되어 코드에 저장되는 지점마다 1회 과금되는 구조다.
그럼 한 개의 앱을 만드는데, 몇 개의 체크포인트가 필요할까?
위 페이지는 내가 Replit을 활용해 만들고 있는 웹사이트다.
왼쪽 영역은 프롬프트 입력창, 오른쪽은 그 결과로 생성된 웹페이지 화면이다.
프론트 UI 구성부터 로그인, 게시판, 어드민 페이지까지 구현하는데 2시간 정도 걸리지 않았을까.
사용된 Agent 체크 포인트는 총 18개였고, DB는 SQLite를 기반으로 구성해 실제 데이터 저장도 원활히 작동한다.
현재는 색상과 레이아웃을 다듬는 중이며, 추후 외부 도메인을 연결할 계획이지만, Replit에서 기본 제공하는 도메인만으로도 테스트 및 배포가 충분히 가능하다
결제 시스템이나 복잡한 인증 절차가 없는 단순한 웹서비스라면, 충분히 실사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만들 수 있다.
(배포 후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 웹사이트 목적을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찾는 구인업체와 일할 곳을 구하는 외국인들을 연결하려는 플랫폼이자 포럼이다.
특히 이사업체와 같이 한국인을 구하기 어려운 산업을 중심으로, 관련 정보와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 담으려고 한다.
4.
불과 5년 전만 해도, "AI로 코딩하는 시대가 오긴 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빠르게, 그리고 이렇게까지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도달할 줄은 정말 몰랐다.
프리렌이 가장 소중하게 여긴 마법이 "꽃밭을 피우는 마법"인 이유는 그녀의 스승이 가장 사랑하던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용사 힘멜이 어린 시절 프리렌이 보여준 그 마법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훗날 그녀에게 여정을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의 작은 경험 하나가, 또 다른 이에게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AI를 활용해 내가 무언가를 만드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경제, 테크, AI 등 트렌드에 관심이 많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겪고 좋아했던 것들 -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이나 음악 같은 콘텐츠를 엮어 누군가에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마왕을 무찌르기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여정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이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새로운 여정을 떠나기 위해서, 우리에겐 마법이 필요하다.
지금, 그 마법은 AI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