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간은 AI의 도구가 될까, 아니면 도구로 만들까?

메타의 Scale AI 인수로 본 AI 세계 예측

by Nak

1.

카페 구석에 앉아, 오늘도 유튜브와 틱톡 영상을 편집한다.

익숙한 작업 루틴. 노트북, 커피 한 잔, 그리고 이어폰.


사람들의 소음을 막기 위해 귀에 꽃은 이어폰에서는 후지 카제(Fuji Kaze)의 Tiny Desk 공연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피아노 선율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장르의 경계를 허문다.

소울, 재즈, 팝이 절묘하게 섞인 그의 음악은, 가수보다는 진짜 뮤지션에 가까운 감성을 전한다.


(요즘 내가 듣는 음악들 중, 이상하게 자꾸 듣게 되는 뮤지션이다. 내한 공연도 했지만...나이가 들어서 그런걸까. 이제는 집에서 조용히 듣는게 더 좋다. 안 간게 후회되지는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rGyQHyDMZZI&list=RDrGyQHyDMZZI&start_radio=1


약 30분간의 공연이 끝나고, 더 들을 음악이 생각나지 않아 잠시 이어폰을 뺀다.


귀가 열리자마자, 카페라는 공간이 품고 있던 이야기들이 밀물처럼 들려온다.


어느 테이블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됐으니 이제 집 사야해"라는 말이 시작되고,

그 말은 곧 테슬라 주식, 나스닥, S&P500으로 이어진다.


이 카페는, 아니 지금 세상은, 이야기의 중심이 늘 이다.


생각해보면,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비트코인과 집값이 미친듯이 상승하던 2010년 후반, 2020년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부터 사람들은 더 이상 '꿈''희망'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 일이 얼마나 벌어다 주는지가 전부였다.


화가가 되고 싶다는 말은 "그래서 그 일하면 얼마 벌어?"로 바뀌었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은 "에어비앤비 투자 어때?"로 치환됐다.


우리는 점점, 모든 삶의 질문에 '돈'이라는 정답만을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돈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기보다는, 필요하다.


돈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설사 돈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늘 그것을 삶의 중심에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돈만을 좇으며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물질의 가치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지만,

인생 전체를 돈에 저당 잡히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상은 계속해서 나에게 묻는다.

"그래도 결국 돈이 제일 중요하지 않냐"고.


2.

AI가 발전하면 이 상황은 더 심해질까?

기술은 과연 인간을 물질적 예속에서 해방시킬까,

아니면 오히려 그 예속을 더 공고하게 만들까?


AI 기술의 확산은 분명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쓸모에 대한 위기의식도 함께 확산된다.


실제로 Microsoft와 Google은 지난 1~2년 사이, 대규모로 AI 관련 조직에 투자하면서도 기존 개발자 수천명을 감축했다.


뿐만 아니라 Meta는 최근 $14b을 들여 Scale AI 지분 49%를 인수하고, 이 회사의 1997년 출생자인 창업

Alexandr Wang을 책임자로 임명했다.


참고기사.

https://www.nytimes.com/2025/06/09/technology/meta-scale-ai-investment.html?smid=nytcore-android-share


이는 단순한 투자나 파트너십이 아니다.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빠르고 정교하게 AI를 개발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담고 있다.


심지어 이 인수로 인해 Google, Microsoft, Open AI마저 Scale AI와의 협력을 철회하겠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Scale AI는 자율주행, 국방, 빅테크에 AI 학습 데이터를 공급해온 미국의 대표적인 데이터 라벨링 기업으로, 최근 몇 년 간 AI 산업에서 핵심적인 인프라 역할을 해왔다.


AI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이 세상은 더 팍팍해질까? 아니면 물질적 예속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될까?


이 모든 현상은 다음과 같은 불안을 불러온다.


사람들은 이제 "내가 언제까지 AI에 대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기업은 "돈과 인재, 기술의 효율"이 곧 생존의 핵심이라는 냉엄한 기준을 드러낸다.


결국 AI의 진보는, 인간에게 더 큰 자유를 주는가? 아니면, 더 적은 자원과 더 높은 성과에 저당잡힌 삶은 강요하는가?


3.

AI의 발전이 꼭 억압과 통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수단이 되어주고 있다.


필자인 나 역시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는 회사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던 나는, 퇴근 후엔 하루종일 플스에서 피파(FC)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삶을 2년 가까이 살아왔다.


그러던 중, 전 직장 대표의 제안으로 모빌리티 스타트업 합류하게 되었고, 가슴 뛰는 마음으로 새 출발을 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여전히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공허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 무렵, AI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관련 툴 들을 하나씩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잊고 지냈던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꿈이 되살아났다.


CapCut 덕분에 수십 시간을 잡아먹던 자막 작업은 단 몇 초만에 끝낼 수 있게 되었고,

디자인에 자신이 없던 나는 Midjouney 덕분에 A급 디자이너처럼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Google Veo, Runway를 활용해 영상 제작까지 시도하면서, 나도 어느새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닌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었다.


AI는 나를 반복적이고 지루한 업무에서 해방시켜줬을 뿐만 아니라, 내게 없던 능력을 부여하고,

일상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도구가 되었다.


어떤 사람들에게 AI는 단순한 효율의 도구가 아니다.

부족한 점을 메꿔주는 조력자이며, 삶을 고도화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열어주는 존재다.


AI로 인해 조금 더 물질화 되는 세계

AI는 분명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

시간을 아끼고, 효율을 높이고, 더 많은 결과를 더 빠르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가끔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점점 더 결과만을 향해 움직이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디자인은 멋진 결과물로만 평가되고, 글은 조회수로만 환산되며, 사람의 노동은 생산성이라는 수치로만 기록된다.


이 과정에서 과정, 감정, 경험, 느림, 관계 같은 삶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던 것들이 사라져간다.

AI는 그 과정에서 비효율이라는 단어로 인간다운 모습을 지워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음악의 길이는 점점 더 짧아지고, 영상은 1초 안에 훅을 만들어야 하며, 업무는 숫자로만 요약되는 비인간화 과정을 AI는 훨씬 더 단축시킬 것이다.


우리는 더 예쁜 이미지, 더 자극적인 영상, 더 빠른 응답을 원하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을 AI가 채워주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존재는 데이터와 성과로 측정 가능한 항목으로 변한다.

아니, 이미 그렇게 변한지는 오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수치들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를 벌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정의하게 된다.


예술도, 관계도, 휴식도 수익이 되는가 아닌가로 나뉘는 세계.

그 안에서 인간은 돈을 위한 도구이자, 수단이자, 상품이 되어간다.



마무리

오늘은 AI 세계의 발전이 인간을 도구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AI를 도구로 삼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기술은 분명 편리함을 주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점점 속도와 효율, 그리고 돈만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보다는 '얼마나 더 벌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 세상.


여러분은 앞으로 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보시나요?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그럼 다음 시간에.

keyword
이전 06화나 혼자만 레벨업, AI로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