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24시간 내 손안의 던전 시스템
1.
'나 혼자만 레벨업' 주인공 성진우는, 전투력 최하급인 E급 헌터로 시작한다.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어느 날 '이중 던전'에서 전멸 위기에 처한 순간, 알 수 없는 '던전 시스템'과 계약하게 된다.
생사의 고비를 넘긴 그는 그 이후부터 퀘스트를 수행하고, '경험치'를 쌓아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게임과 같은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다.
다른 헌터들은 마력과 신체 능력이 고정된 상태로 평생 그 등급에 머무르지만, 성진우만은 레벨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솔로 레벨링' 능력을 통해 성진우는 점차 세계 최강의 헌터로 성장해나간다.
2.
'솔로 레벨링'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현실 세계는 원래부터 솔로 레벨링이 가능한 세계다.
태초부터 인간은 학습, 반복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레벨업하며 살아왔다.
'나 혼자만 레벨업' 세계관의 헌터들은 마력과 능력치가 고정되어 있지만, 현실의 우리는 내공과 능력치를 끊임없이 올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능력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스킬도 따라온다.
하지만 AI 시대가 오기 전까지, 학습할 수 있는 매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잠깐 필자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려보자.
때는 바야흐로 2,000년대 초반.
게임잡지를 매월 구독하며, 게임 제작과 프로그래밍에 푹 빠져있던 중학교 시절.
필자의 장래 희망은 게임잡지 기자 혹은 게임 개발자였다.
당시에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쓰던 시기였지만, 이상하게도 Dos 화면에서 명령어 입력하는 것을 더 좋아해 프로그래밍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중학생이던 필자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지 못해 컴퓨터 학원은 다니지 못했다.
스스로 배우고 싶어도 방법을 찾기 힘든 시절이었다.
당시에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게임 제작 관련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학생 수준에서 접근하기에는 벽이 높았고,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방향을 전혀 잡지 못했다.
지금 같으면 유튜브로 검색만 해도 혼자 충분히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0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 이제 막 네이버 지식인이 생기기 시작한 정보의 허허벌판이었다
유튜브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무언가를 배우려면 두가지 방법뿐이었다.
사람에게 배우거나, 책을 통해 독학하는 것.
사람에게 배우려면 배울 사람을 찾아야 하고, 강의료를 지불해야하며, 그를 만나러가는 시간까지 들여야했다.
결국 시간과 돈이라는 자원을 크게 소모해야 했다.
이런 전통적인 레벨업 방식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고비였다.
3.
AI의 등장은 전통적인 학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 성진우만 가졌던 '던전 시스템'은, 현실에서는 곧 AI 시스템으로 구현되고 있다.
가장 먼저 달라진 점은 학습에 필요한 자원소모가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선생님을 찾고, 강의료를 내고, 시간까지 들여 만나러 가야했다.
이제는 ChatGPT(챗지피티)같은 AI 질문 한번만 던지면, 그 모든 과정이 1초 안에 해결된다.
이는 마치 스킬을 사용할 때 필요한 마나 소비량을 대폭 줄여주는 패시브 스킬을 획득한 것과 같다.
'선생님 찾기-> 비용 지불 -> 이동 시간'이라는 긴 절차가, 한 번의 클릭으로 압축된 것이다.
두번째 변화는 책이라는 단방향 매체에서, AI라는 양방향 매체로의 변환이다.
책을 통한 학습은 정보 전달에는 탁월하지만, 피드백이나 실전 적용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현실에 적용이 가능한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읽는 것'에서 끝나는 단방향 학습 도구인 것이다.
반면 AI는 질문에 답하고, 오개념을 짚어주며, 예시까지 제공한다.
학습자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다시 설명해주고, 내가 작성한 글이나 코드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AI'는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닌 24시간 대화형 튜터인 셈이다.
책이 교과서였다면, AI는 24시간 멘토이다.
이 차이는, 정보를 '보는 것'과 '써먹는 것'의 차이다.
4.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 '성진우'가 등장하기 전까지, 던전 레이드는 여러 직업 간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탱커는 적의 공격을 막고, 마법사는 원거리에서 적을 제압하며, 힐러는 팀의 체력을 회복하고, 암살자는 특수 스킬로 전략적 타격을 맡았다.
하지만 모든 능력치를 갖춘 '성진우'가 등장하자, 더 이상 협력이 필요 없게 되었다.
던전 레이드 솔플이 가능해진 것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현실 세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역할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이뤄야 했던 조직구조가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AI라는 시스템을 무기로 삼은 개인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솔로플레이'가 가능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모두가 '성진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