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전략은?
Replit에게 코드 수정을 맡기고 기다리는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명령만 하면 실행은 AI가 하는데...그럼 남는 시간엔 뭘 해야하지?"
AI 등장 이전엔, 단순한 웹사이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100시간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남는 100시간 동안 인간은 무엇을 해야할까?
이 질문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순간, 무전기로 말 한마디로 전장을 지휘하던 코드기어스의 를르슈가 떠올랐다.
오늘은 코드기어스라는 작품을 통해 AI 시대에 인간이 어떤 생존 전략을 가져가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그 전에, 내 브런치 연재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잠시 되짚어보자.
마치 를르슈의 정체성이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 를르슈 람페르지, 제로 3개로 분열된 것처럼 내 연재글 역시 정체성 분산으로 약간의 혼란을 겪는 중이라 이 부분에 대해 잠깐 되짚어보겠다.
초기 내 연재의 정체성은,
AI 도구를 누구보다 먼저 활용해보고, 그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는 것
하지만 세상에는 AI 툴이 너무 많고, 그 모든 것을 다 다뤄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 장점인 애니메이션 덕후로서의 정체성을 살려,
앞으로는 애니메이션과 AI를 엮는 연재 방향을 잡기로했다.
물론 새로운 툴에 대한 활용 사례도 에피소드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계획이다.
애니메이션 추천을 원하는 독자,
그리고 AI 도구 활용 사례를 보고 싶은 독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컨텐츠를 지향한다.
참고로 현재 연재 제목인 AI 틱톡커의 하극상 역시,
애니/웹소설 책벌레의 하극상에서 따온 것이다.
데이터 분석 역시 내 컨텐츠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그래서 간단한 실험으로, 지금까지 다뤘던 애니메이션들의 유튜브 관심도를 한번 비교해보았다.
Pytrend라는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Google Colab에서 코드를 실행했고,
장송의 프리렌
나 혼자만 레벨업
코드기어스(오늘 연재 예정)
진격의 거인(셜록현준, 유후, 침착맨 등 리뷰)
이 네 작품의 트렌드는 0~100 스케일로 측정된다.
(구체적인 검색량은 조회할 수 없다)
그래프만 본다면, 이번 연재는 진격의 거인을 다루는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잔인하고 약간 그로테스크한 것은 진짜 못 보겠다.
진격의 거인은 여러 번 시도했지만, 15분을 못 넘겼다.
차라리 나중에 귀멸의 칼날이나 주술회전 새 시즌이 나오면 료이키 덴카이(영역 전개)를 하는걸로..
코드기어스의 배경은 21세기,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은 일본을 침공해 식민지로 삼는다.
일본은 '11구역'로 강제 개명되었고, 일본인들은 일레븐으로 불리게 된다.
(이 서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주인공 를르슈는 브리타니아 제국의 폐위된 제17황자다.
어머니가 정치적으로 암살당하고, 여동생은 하반신 마비라는 비극을 겪은 뒤, 브리타니아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지의 존재 C.C를 만나 상대의 눈을 마주치면 절대 복종을 명령할 수 있는 능력, 기아스(GEASS)를 얻게 된다.
이 능력은 한 사람당 한번만 사용할 수 있지만, 그 한번으로도 전쟁의 판도를 바꿀만큼 강력하다.
우연한 기회에 반군을 무전기로 지휘하며 놀라운 전략 능력을 보여주고, 를르슈는 제로라는 가면을 쓴 혁명가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흑의 기사단이라는 저항 조직을 결성해 브리타니아 제국에 맞선다.
코드기어스는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전통적인 메카물과는 다소 다른 전개를 보여준다.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 기체가 존재감이 없다는 점이다.
를르슈가 기체에 탑승하기는 하지만, 부주인공인 스자쿠나 카렌의 기체와 비교하면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메카물로 구분돼, 슈퍼로봇대전에도 꾸준히 참전해왔다.
스토리는 처음엔 막장 요소가 많다고 느낄 수 있으나, 그 막장성 때문에 오히려 멈추지 못하고 계속 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분노 유발포인트가 곳곳에 숨어 있는데,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한다.
AI 시대에 문득 코드기어스의 를르슈를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멋은 있지만 딱히 하는 건 없는 기체 안에서 실시간으로 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말 한마디로 전장을 움직이는 그의 모습이, 오늘날 각종 AI 툴을 활용하여 명령만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나의 모습과 닮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중에서 를르슈는 천재 중의 천재로 묘사된다.
그의 천재성은 모든 상황을 꿰뚫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명령 내리며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이다.
(물론...멘탈 가출로 전장에서 이탈해 버리면서 가장 중요한 전투에서 패배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보도록 하자.
우리는 를르슈가 아닌데, 어떻게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뉴스를 보며 떠오른 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건 결국 정보다.
누구보다 빠르고, 은밀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적의 핵심 시설을 파괴하는 것.
AI 시대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가가 AI 시대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것은 결국, 어떤 툴을 다룰 줄 아는가, 새로운 기술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이다.
하지만... 이 결론은 어쩐지 너무 진부하고, 뻔하다.
수많은 점들을 머릿속으로 결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결국 Creativity(창의성) 아닐까?
스티브잡스의 말을 빌리자면,
Connecting the dots
우리는 그 수많은 점들을 연결하고,
AI에게 이렇게 말하면 된다.
이걸 기반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줘.
전투는 AI에게 맡겨두기로 하자.(왜냐면 더 잘하니까..)
를르슈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