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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R Sep 22. 2021

당신의 '황금시대'는 언제인가요?

미드나잇 인 파리 & 빗속의 파리(Lauv - paris in the r

여기에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걷고 싶다! 빗 속의 파리 


나에겐 너무나도 사랑하는 도시가 있다.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그곳. 바로 'PARIS'다.

20대의 마지막 여행을 혼자 파리로 떠났을 정도.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도, 아니 우리 동네에서도 길을 잃곤 하는 심각한 길치가 혼자 비행기를 타고 말도 안 통하는 파리로 떠났다는 것은 목숨 걸고 나갔다는 얘기! 이번에도 쉬는 동안 파리에 머물고 싶었으나 (코로나.... -_-) 이 혼란한 상황 속에 두 나라에서 모두 격리당할까 봐 얌전히 월계동에 처박혀 있었다. 그래서 파리에 대한 열망을 달래고자 넷플릭스 여행을 이용했다. 갤노트 8 화면을 통해 떠난 '미드나잇 인 파리'행! 아 정말 나처럼 파리와 미술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러닝타임이 3시간이라 해도 후딱이라 느껴질 것 같은 영화. 그렇기에 94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특히 주인공 '길 펜더'가 1920년대로 타임슬립 후 만난 예술가 친구들을 보고는... 너무 부러워 소리 지를 뻔했다. 헤밍웨이, 피카소, 스콧 피츠제럴드, 거투르드 스타인, 아드리아나, 살바도르 달리, 더 거슬러 올라간 1890년대의 툴르즈 로트렉에 고갱, 드가... 



파리의 1920년대 친구들 - 맨 위 왼쪽부터   (극 중) 거투르드 스타인 - 살바도르 달리 - 아드리아나 - 스콧, 젤다 피츠제럴드, 피카소, 헤밍웨이




'길'의 약혼녀로 출연한 '이네즈'역의 레이철 맥아덤즈의 미모에 홀딱 빠져 있다가(진짜 너무 예뻐 넋을 잃음) 1920년대 예술가 친구들의 포스에 빠져있다가 '아드리아나'역의 마리옹 꼬띠아르의 묘한 아름다움에, 파리의 아름다움에 순차적으로 풍덩 빠져 있다 보니 금세 영화가 끝났다. 집중력 없는 편인데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종합과자 선물세트처럼 줄줄이 쏟아져 나오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파리 여행에 대한 열망을 잠재우려고 봤다가 오히려 더 불길이 거세졌다. 


 하지만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아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명대사 속출 명언 맛집인 영화였는데 그중에서도 "heare and now' 정신을 부르짖고 있는 요즘 나에게 '너 잊지 마!' 하고 일깨워주듯 등장한 또 한마디의 명대사.



여기에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여긴 어디, 난 누구?


매일 밤 12시의 파리. 자정이 되면 울리는 종소리, 홀연히 등장한 차에 올라타면 1920년대로 데려다준다. (그 타임슬립 카! 예매 불가능할까요) 사람이 너무너무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미드나잇 인 파리 속 남자 주인공 '길'(오웬 윌슨)은 나만큼 파리에 미쳐있는 인물이다. 빗속의 파리가 얼마나 예쁜지 아는 남자.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라 그 아름다움에 흥분해서 누가 한심하게 보던 말던 떠드는 남자. 그런 그에게 감복한 우주라는 연금술사는 그를 황금시대 속으로 데려가 준다. 


알 수 없는 타임슬립 카를 타고 처음 방문한 곳이 '위대한 개츠비'라는 세기의 명작을 남긴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가 주최한 파티! 그것도 무려 작가 '장 콕토'(1889-1963/ 대표작 : 알라딘의 램프, 에펠탑의 신부)를 위해 개최한 파티라 한다. 당시의 유명 배우이자 가수, 댄서였던 조세핀 베이커(1906-1975)가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그곳! 스콧 피츠제럴드와 젤다 피츠제럴드(1900~1948)와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동경해 마지않던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대표작 :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가 잘생김과 더불어 엄청난 아우라를 뿜으며 앉아 있다. 


자네 내 책 좋아하나? - 헤밍웨이


그뿐인가! 소설가를 꿈꾸는 '길'이 혹시 자신의 작품을 읽어줄 수 있겠느냐 청하자 못썼으면 못써서 싫고 잘 썼으면 부러워서 더 싫다며  대신 읽어줄 사람에게 데려다주겠단다. 그 사람이 바로... 1920년대 파리 아트계의 슈스스! 본인 역시 작가이지만 화상이자 예술가들의 든든한 후원자로 더 유명한 '거투르드 스타인' (1874-1946 / 대표작 : 3인의 생애, 텐더 버턴스 등)이다. 거투르드 스타인의 살롱, 일명 '스타인 하우스'에서는 피카소가 그 당시 너무 추상적이라 이해받지 못하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입 쭉 내밀고 스타인에게 어필 중이다. 



이거 봐, 스타인! 그녀(마드리아나)의 섹시함을 이 그림에 다 담아냈다고 - 피카소


피카소를 만난 것도 놀랠 노자인데 저 추상적인 그림 속 주인공인 '마드리아나'의 실물을 만난 '길'은 첫 만남부터 그녀의 묘한 매력에 끌리기 시작하고 그녀 역시 길의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매력에 호감을 느낀다. 더군다나 코코 샤넬에게 의상 디자인을 배우러 파리에 왔다는 아드리아나는 길만큼이나 파리의 아름다움을 아는 여자였다. 낮의 파리와 밤의 파리 중 어떤 모습이 더 아름다운지 고를 수 없어 고민할 정도로. 그런 두 사람이 파리에서 만났으니 사랑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섹스 앤 더시티에서 캐리에게 뉴욕이 사랑의 도시였다면 파리는 사랑에 낭만까지 더 한 도시가 아닐까. 그들이 거니는 파리의 밤거리가 반짝반짝 예뻤다. 



각자가 생각하는 '황금시대'는 모두 다른 법 


동경과 환상의 감정이란 참으로 상대적인 것이어서 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특징을 지녔다. 소설가를 꿈꾸며 파리의 1920년대를 여행하는 '길'에게는 피카소와 마티스가 스타인 하우스에서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헤밍웨이가 피카소의 연인인 마드리아나를 호시탐탐 노리는 그 시대의 파리가 '황금시대'였다. 하지만 1920년대, 예술계의 거장들이 사랑한 그녀 '마드리아나'에게 황금시대란 반 고흐가 압생트 중독으로 온 황안증으로 황금빛 예술혼을 펼치던 인상주의 시절이었다. 그들은 파리의 밤거리를 함께 걷던 중 길이 타고 왔던 타임슬립 자동차를 함께 타게 되고 아드리아나가 꿈꾸던 파리의 황금시대로 이동한다. 2020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 머무르고 계신 그분! 툴르즈 로트렉이 물랑루즈에서 캉캉 춤을 감상하며 포스터를 그리고, 드가와 고갱이 찾아와 로트렉의 어깨를 툭툭 치던 바로 그 시대로! 하지만 정작 인상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그들은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황금시대는 '르네상스'라고. 


처음 길 펜더가 그러했 듯 아드리아나 역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흥분한다. 다만 그녀는 길과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한다. 돌아가지 않겠다고. 그녀가 동경했던 그 '황금시대'에 머물기로. 그런 그녀에게 길은 말했다.   



여기에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 미드나잇 인 파리



동경의 시대, 그 속에서 찬사를 받는 인물들이라 할지라도 그 시대가 현재인 사람들은 현실 속에 맞닥뜨리는 괴로움을 겪어내며 살아간다. 그러기에 닿지 못하는 어딘가에 동경을 품고 살게 되는 거겠지만. '길'의 대사처럼, 누구에게나 눈앞의 현재란 늘 불만스럽고 때론 아프기까지 하다. 그래서 삶이 원래 그렇다는 사실로도 위로가 안될 때가 있다. 하지만 '현재란 원래 그런 거'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뀌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모든 것은 현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니까. 



당신이 동경하는 '황금시대'는 언제인가요?


아름다운 결심으로 마무리를 짓고 싶어도, 현재를 황금기로 여기고 살겠다는 말은 못 하겠다. 지금 당장 그 다짐을 할 순 있겠지만 5분도 가지 않을게 뻔하다. 그런데 문득 지금 살고 있는 나의 현재가 과거의, 혹은 미래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황금시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배울 수 있는 시대. 굳이 전단지를 뿌리지 않아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사진을 구해서 블로그나 소셜 매체로 발행할 수 있고 1인 미디어를 통해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시대. " 아리야~ 핑크퐁퐁송 틀어줘. " 하면 " 네 알겠어요. 참 좋은 선택이네요. " 하며 재생시켜주는 인공지능 AI의 시대. 물론 우연한 기회에 타임슬립 카를 타고 인상주의 시대로 가게 된다면 반 고흐를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는 " 당신은 후대에 천재 화가로 칭송받고 당신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가 국가당 몇십 개는 쏟아져 나와요. 적어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그렇더라고요. 그러니까 어깨 펴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적은 있다. 하지만 영화 속 길이 알아차린 사실처럼, 황금시대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내가 살고 있는 현재가 아니기 때문에 아픔도 괴로움도 없고, 동경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나는 그저 '길'이 두근거리는 사람과 함께 '빗속의 파리'를 걷는 장면이 부러웠다. "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빗속의 파리 같아 "라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이는 Lauv의 Paris in the Rain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내가 파리에 갔던 9월 초는 무척 화창했다. 8일간 비 내리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저 맑고 쾌청하고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언젠가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첫 구절에 나오는 '비에 번들거리는 파리'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때는 그 빗속의 파리를 함께 걷는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뭔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가 지금 현재 그리고 있으니까! 




사실 파리는, 
비 올 때가 제일 예뻐요.



마침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유리창 밖으로 내리는 비는 안에서 바라보면 그저 예쁠 뿐이다. 이 빗속에 모든 이들의 병과 어두운 마음, 하루의 고단함 모두 깨끗이 씻겨나간 하루였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 아니지만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곡 '빗속의 파리'를 걷고 싶어지는 노래를 주섬주섬 꺼내본다.






Lauv Paris in the Rain

라우브 - 빗속의 파리 (Lauv - Paris in the rain 가사/해석)


https://youtu.be/DqQen7-byRg




내가 알고 있는 건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


우린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떤 기분이든 간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거야


내가 알고 있는 건

늦은 밤, 별빛 아래서 길을 잃고

지금 나를 끌어당겨, 


너와 나 단둘이서

사람들이 쳐다본다고 해도 

난 신경 쓰지 않아


너와 함께하면 어디든 괜찮으니까 

너와 함께하면 어디든지

비 내리는 파리에 온 것 같아

비 내리는 파리에 온 것 같아


우린 멋진 동네도 필요 없고

읽지 못하는 술도 필요 없어

너와 함께하면 어디든 괜찮으니까

빗속의 파리에 온 것 같으니까


너와 함께 있을 때면

너와 함께 있을 때면


비 내리는 파리에 온 것 같아

비 내리는 파리에 온 것 같아


난 지금 너를 바라보고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

그럴 자격이 없지만, 

이것보다 더 나은 건 없을 거야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

내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해


감정이란 건 금방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데

너에게만은 아닌 것 같아


늦은 밤거리를 비추는 가로등과 사람들은

날 바라봐, 세상이 멈춘 것만 같아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좋아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비 내리는 파리에 온 것 같아

비 내리는 파리에 온 것 같아


우린 멋진 동네도 필요 없고 이름 모를 술도

너와 함께라면

 비 내리는 파리에 온 것 같아

너와 함께 있을 때면

너와 함께 있을 때면


비 내리는 파리에 온 것 같아

비 내리는 파리에 온 것 같아


내가 너와 멀리 떨어져 있을 때면

내가 하는 건 오직 너를 그리워하는 것뿐


그러니까 와서 기분 좀 달래줘

달빛 아래에서


파리에서의 낮과 밤

눈을 감은 채 널 그려


너와 있으면 시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궁금해


당연한 거 아니겠어?

그러니 와서 기분 좀 달래줘

달빛 아래에서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좋으니까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비 내리는 파리 같아

비 오는 파리 같아


같이 물웅덩이를 밟으며

텅 빈 거리를 걸어



All I know is (ooh-ooh-ooh)

We could go anywhere, we could do

Anything, girl, whatever the mood we're in

All I know is (ooh-ooh-ooh)

Getting lost late at night, under stars

Finding love standing right where we are, your lips

They pull me in the moment, you and I alone and

People may be watching, I don't mind

'Cause


Anywhere with you feels right

Anywhere with you feels like

Paris in the rain

Paris in the rain

We don't need a fancy town

Or bottles that we can't pronounce


'Cause anywhere, babe

Is like Paris in the rain

When I'm with you

When I'm with you

Paris in the rain

Paris in the rain


I look at you now and I want this forever

I might not deserve it but there's nothing better

Don't know how I ever did it all without you

My heart is about to, about to jump out of my chest

Feelings they come and they go, that they do

Feelings they come and they go, not with you

The late nights and the street lights and the people

Look at me, girl, and the whole world could stop


Anywhere with you feels right

Anywhere with you feels like

Paris in the rain

Paris in the rain

We don't need a fancy town

Or bottles that we can't pronounce


'Cause anywhere, babe

Is like Paris in the rain

When I'm with you

When I'm with you

Paris in the rain

Paris in the rain (oh)


Girl, when I'm not with you

All I do is miss you

So come and set the mood right

Underneath the moonlight

(Days in Paris, nights in Paris)

Paint you with my eyes closed

Wonder where the time goes

(Yeah, isn't it obvious, isn't it obvious?)

Come and set the mood right

Underneath the moonlight


'Cause anywhere with you feel right

Anywhere with you feels like

Paris in the rain

Paris in the rain

Walking down an empty street

Puddles underneath our f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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