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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개미 May 09. 2021

삶의 외주화

인도 기차에서 만난 인도 사람들은 다 먹고 난 도시락통(식판 같이 생겼다)을 달리는 기차 창문 밖으로 던졌다. 인도만의 재밌는 문화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니꼬왔다. 그들은 쓰레기 처리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했다. 계급 때문이다. 청소하고, 쓰레기를 모으고, 분리해 처리하는 '더러운' 일은 불가촉천민의 것이다. 그들을 보며 한국의 누군가를 떠올렸다. 집밥을 그렇게 찾으면서도 '쓰레기까진 버려도 음식물쓰레기는 도저히 못 버리겠다'는 말을 한 사람이다. 다른 이들도. 밥을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식탁을 떠나 거실의 TV 앞으로 향하던 사람들이다. 이제는 더 여러 사람들을 불러낼 수 있다. 화장실이 저절로 깨끗해지는 줄 아는 사람, 정수기 물받침대가 물을 무한정 받아낸다고 생각하는 사람, 빨래를 해서 옷을 개다주기까지 해도 옷장에 정리할 줄 모르는 사람 등등.


 자신의 뒤치다꺼리를 남에게 시키는 것. 자신을 유지하는 데 드는 노력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부끄러운 일이다.  시대에 하인은 없어야 한다.


 혐오하던 사람들 중에는 나도 있었다. 부모와 같이 살던 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집에서는 자고, 먹고, 씻기 밖에 안하던 나. 일이 바빠질수록 나를 유지하기 위한 일들을 엄마가 해주는 걸 모른 척 했다. 죄책감만 쌓였다. 입사하고 만 1년을 채우기 전, 직장에서 멀지 않은 부모집을 나왔다.


 일도 바쁜데 집안일 하기 힘들지 않느냐고 엄마는 종종 묻는다. 정말로 하나도 힘들지 않다. 나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내가 일어나 지나간 자리를 치우는 일들이 좋다. 내 뒤치다꺼리를 스스로 해내는 것이 직장에서 하는 일보다 더 의미있게 느껴질 때가 많다. 내 삶을 누군가에게 외주화하지 않고, 스스로 해내는 것이 좋다. 그렇게 살아갈 것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과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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