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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Sep 22. 2016

100km를 남겨두고

짧은 생각들


1. 고민

많이 걸었다. 처음 걸을때의 거리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어느새 아침에 일어나 걷는게 일상이

된 느낌이다.


처음 길을 걸을때는 까미노 길 자체를 걷는데 집중하다보니,  길에 대한 묵상이 더 많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옮겨야 하는 직장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 하지만 까미노의 종착점에 가까와오면서     이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처음 계획대로 L사로 가야하나? 그곳은 나를 필요로 하나?  늘 감사하고 빚진 마음이라 언제가는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S님께로 가야할까? 몇년째 불러주시는 데, 이젠 다시 돌아가야하지 않나?  매우 이성적으로 처우와 업무라도 들어보고 결정할까?  한쪽을 결정하면 다른쪽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 ...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어느 정도는 마음은 한쪽을 향해 가는데, 맞는 선택일까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이런 매우 현실적인 고민과 함께 길은 짧아져간다.


다들 이 길을 걸으며 왜 살아야하나? 어떻게 살아야하나을 고민하는 시잠에  난 너무 저차원의 고민에 빠진 걸까?


2. 배움 -1

속도를 빨리 걷다보니 많은 분들을 지나치기도 하고, 짧게는 몇분을 길게는 몇일씩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다른 분들의 삶을 통해 내 자신을 비춰보니,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커진다. 그동안 더 사랑해주지 못하고, 더 이해해주지 못하고, 나만의 틀을 가지고 껴맞추려하지는 않았을까?

이번 겨울엔 꼭 네식구가 함께 여행이라도 함께 하면서  더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무엇을 더 보라고, 하라고 , 먹으라고 말하지 않고, 함께 함에 감사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3. 배움2  - 반면교사

가족이 함께와 갈라져 걷는 것을 본다.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따로 걷는 것이면 좋으련만, 서로의 방식에 불만을 갖고, 함께하는 것이 불편한 상황이 되어 따로 길을 걷고, 다른 숙소에 심지어 다른 마을에 머무르며 서로를 피한다.


이분들은 여기를 왜 왔을까? 어떤 모습을 상상하며 왔을까?


일상의 삶이라는 길위에서, 나도 이분들과 같은 방식으로 가족들과 동료들을 대한 적은 없었나?


4. 배움3 - 섬김

바에사 만난 벨기에 할아버지들을 보면서, 처음엔 교회에서 단체로 왔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일행을 유심히보니, 흰 지팡이를 든 장애우가 몇분 포함되어 있었다. 혼자 걷기도 힘든 할아버지들이. 시각 장애우들의 눈이 되어 함께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지난 감동이 잔해져왔다.


숙소에 도착해 함께 걸었던 신부님과 부행장님과 톡을 나누다보니, 내일 험한 산길을 갈 예정인데 지체장애우 한분이 혼자 걷고 있어 그분과 함께 걸을 예정이라고 알려 주셨다.


처음부터 계획을 해서 시각장애우분과 함께 걷고 있는 벨기에 할아버지, 내 속도를 줄여서 다른 사람을 돌보고 계신 신부님과 안 부행장님,  따듯한 음식을 준비하여 한끼의 식사를 베풀어주신 분들, 자신의 물건을 꺼내어 기꺼이 생면부지의 다른 사람에게 주는 이 길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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