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까지 80km가 남았다. 막상 끝이 가까와오니 다소 담담해지는 기분이다. 그냥 하루하루 걷다보니 끝에 가까이 와있고, 이젠 익숙해져 여유있는 오후 시간, 편안한 식사, 조금 불편하지만 견딜만한 잠자리... 이게 일상이 되다보니 처음의 긴장감과 센티멘탈한 느낌 대신 무덤덤한 느낌이 되어간다.
하지만 어제 브런치에서 일주일 전에 산티아고에 도착한 분의 글을 읽는데, 알수없는 눈물에 눈가가 촉촉해진다. 이길과 헤어짐의 아쉬움 때문일까? 이제 다시 분주하고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가야하는 두려움이었을까? 그간의 고생이 떠올라서일까?
누군가 말했듯 인생과 닮긴 했지만, 이길은 인생만큼 어렵지 않다. 잘 만들어진 표지판과 길위의 사인들, 잘못가기 어려운 하나의 길과 산티아고라는 명확한 목표, 함께 한길을 걷는 이들...
하지만 인생은 이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다. 검게 탄 피부와 굵어진 다리외에 이길에서의 경험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