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가끔 신이 심술궂게 느껴질 때가 있지.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가득한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온갖 '금기'를 아주 우습게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영화였다. 신성모독이라고 기독교인들이 상영반대를 외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좀 신기할 정도로 아주, 말 그대로 '발칙'했다. 가끔은 너무 운 나쁜 일들이 계속되서 신이라는 존재가 정말 있다면, 이럴 수는 없는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외친다. 너의 불운은, 신이 널 보듬어 주지 않아 생긴 일이 아니라, 신이 심술을 부려서 생긴 것이라고.
에아(신의 딸)는 그런 심술꾸러기 아빠(신)이 만든 세상을 구하겠다며 사람들의 죽는 날을 문자로 뿌리고 가출을 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야구처럼, 사도를 12명에서 18명으로 늘리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세탁기 통을 타고(....) 에아가 여섯명의 새로운 사도를 만날 때 마다 그들 마음속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설정이 참 사랑스러웠다. 내 마음속의 노래는 무엇일까나. 외장하드가 망가져서 500기가의 노래를 홀랑 날려버린 지금의 황량한 내 맘속엔 어떤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으려나.
만약, 내가 언제 죽게될 지 알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그 죽는 날이 가까운 미래라면, 모든것을 내팽개치고 모아둔 돈을 탕진하며 와하하, 하고 살게될까? 혹은 먼 미래라면? 죽는 날짜를 미리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뭐 그런 생각을 잠깐, 진지하게 했었지만. 실은 가볍게 받아들이면 곳곳에 깔깔 웃게 만드는 위트가 한가득이었던 영화였다. 소녀감성 엄마가 컴퓨터를 재부팅 시킨 후, 꽃으로 물들어가는 세상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말괄량이 소녀의 오빠(예수님....)가 등장할 때마다 대폭소- 분명히 말하는데, 이 영화의 장르는 '코메디'다. 진지해지지 말자. 그러니까 우린 그저, 서로의 마음속의 노래에 귀 기울이며 마음속의 구멍을 서로 메꿔주며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거다. 죽는 게 뭐 대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