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을 대박 사건에 대한 소름 돋는 적중율의 예언
요즘 유튜브에 접속하면 제일 먼저 나를 반기는 영상들의 제목이다. 예전에 쓴 일기(https://brunch.co.kr/@zooqwaezoo/11)에서 밝혔듯이 미신을 맹신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기복 신앙에 의거하여 좋은 말을 듣고 그대로 될 것이라 믿으며 희망을 갖는 일을 좋아한다. 셀프희망고문을 즐기는 타입이라고 생각해도 좋긴 하지만 스스로는 긍정적인 성격이리고 믿고 살아가고 있다.
유튜브로 어떻게 타로를 보느냐, 나도 몇 년 전에 알게 되었는데 제너럴 리딩이라는 방식을 사용한다. 4~5장의 카드 뒷면, 혹은 랜덤 한 이미지 중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 그에 해당하는 점괘가 나와 관련된 내용이 되는 것이다. 선택지가 많지 않아 혈액형과 무엇이 다르냐고 항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애초에 유튜브로 타로를 보지 않을 것 같으니 넘어가겠다.
역시 예전 글에도 썼지만 미신 혹은 점성술이라는 건 결국 현대의 심리 상담이라는 말처럼, 타로 카드는 특히 콜드 리딩이 중요한 분야다. 그런데 제너럴 리딩이 가능하냐?라고 묻는다면 신묘하게도 잘 들어맞는다. 물론 코걸이도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고 플라세보 효과도 없지 않겠지만 매번 같은 카드가 나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다섯 개의 영상을 보았고, 각 영상마다 랜덤 하게 카드를 골랐는데 점괘에서 매번 같은 카드가 나온다면 마지못해 믿는 척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타로 카드는 22장의 메이저 카드와 56장의 마이너 카드로 이루어져 있다. 메이저 카드는 각각의 카드에 이름이 붙어있고, 큰 흐름이 되는 의미를 지닌다. 마이너 카드는 검, 컵, 동전, 지팡이가 1부터 10까지의 숫자, 그리고 왕, 여왕, 기사, 종자의 신분으로 나누어져 작은 흐름이 되는 의미를 지닌다. 카드의 종류와 그림, 술사의 성향에 따라서 조금씩 해석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큰 결은 같다고 볼 수 있다.
가령 검은 힘을 뜻한다. 컵은 인간관계, 동전은 재물, 지팡이는 일이다. 왕과 여왕은 자신만만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기사는 목표를 향해 힘차게 돌진하는 존재이며 종자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이를 나타낸다.
무엇이든 이름을 붙이면 거기에는 의미가 생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의미 부여에 환장하는 사람이다. 내가 타로 카드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내가 20대이던 시절, 타로 카드는 정말 서브컬처문화 그 자체였고 그런 문화에 깊숙이 몸 담고 있던 내 주변에도 타로 카드를 가지고 점괘를 봐주는 지인들이 종종 있었다. 나 역시 타로 카드를 가지고 있었고 대강의 의미는 알고 있었다. 당시 지인들이 뽑아준, 나를 상징하는 카드는 매번, 정말로 매번 "연인"카드였다. 심지어 스스로에 대한 점을 보기 위해 내 카드에서 내가 뽑아낸 카드도 연인이었다.
이 카드는 즐거움, 기쁨, 쾌락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나는 내 마음대로 이 카드를 사랑으로 해석했다. 당시의 나는 우정보단 (연인과의)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참으로 나와 걸맞은 카드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나는 천칭자리인데, 천칭자리의 행운의 숫자는 2와 6이다. 연인 카드는 메이저 카드 중 6번이다. 거기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집 전화번호에는 6이 2번 나온다. 혹시 이 부분에서 오오?라는 생각을 했다면 당신은 음모론에 빠져들기 쉬운 사람이니 주의하기 바란다. 다행히 나는 평범한 사람으로 자라났지만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면 여전히 2나 6이라고 대답한다.
30대가 된 후 나를 상징하는 카드는 "매달린 남자"로 바뀌었다. 이 카드의 다른 이름은 교수형에 처해진 남자다.
매달린 남자의 의미는 희생, 그리고 인내다. 딱히 남을 위한 삶을 살았던 건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희생되는 일이 많기는 했고, 그때마다 나는 억울하지만 인내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유튜브로 타로를 보기 시작한 시점부터 얼마 전까지, 나의 카드는 종종 바뀌었지만 나의 현재 상황을 나타내는 카드에는 정말로 매번 검 9번 카드와 "타워" 카드가 빠진 적이 없었다.
등에 꽂힌(듯한 느낌적 느낌) 9개의 칼과 어찌할 줄을 모르고 울고만 있는, 보기만 해도 우울해지는 이 카드는 실망, 고통스러운 상황 등을 의미한다.
그냥 타워가 아니라 벼락을 맞고 불이 나 무너져가는 타워. 이 카드가 상징하는 것은 파괴와 파멸이다.
미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현재의 나에 대해서는 모두들 같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당신은 지금 지쳐있고, 너무나 힘든 상황이군요. 실제로 나는 몇 년간 계속 지쳐있었고, 힘이 들었고, 늘 울고 싶었다. 그럴 때 유튜브로 타로 카드를 보는 것은 상당한 위로가 되었다. 당신은 지금 힘들지만 고난과 역경을 딛고 미래에는 잘 될 것입니다,라는 근거 없는 얘기에 힘을 얻는 게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유튜브의 타로 카드 채널들은 점점 많아졌다. 알고리즘에 의해서 추천되는 수많은 채널들 중, 나는 일부 채널에 구독을 눌렀다.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머지않아 당신에게는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여태까지의 모든 일들이 해결되고, 크게 잘 될 것이라 말했지만 적중한 적은 없었다. 아직까지는.
한동안 여러 가지에 정신을 팔면서 살았다. 그러나 내 등에 꽂힌 칼들은 빠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여전히 지쳐있었고 힘이 들었고 대체로 울고 싶었다. 오랜만에 구독 리스트를 훑어본 나는 거짓말쟁이들이라고 마음속으로 울부짖으며 몇 개의 채널을 구독 해제하고, 새로고침을 해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새로운 타로 영상을 클릭했다.
내 등에 꽂힌 검은 열 개로 늘어나 질펀하게 뻗어있는 모습이 보였다.
검 10번 카드가 나타내는 것은 고통, 그리고 끝이다. 메이저 아르카나의 "죽음"과도 흡사한 이 카드는 당신의 고통이 끝나고, 새로운 것이 시작될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어진 카드는 "은둔자"와 "마법사"였다.
당신은 창조적이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마법사입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은둔한 채 주변을 살펴봐야만 했습니다.
당신은 이제 "세계"로 나아가 모든 것을 손에 넣을 것입니다.
드디어? 마참내? 사주에서 말하던 대운이? 다소 시큰둥한 기분으로 나는 비슷한 영상을 클릭했다. 그리고 거기서 또다시 은둔자와 세계를 만났다. 이후 두 개의 영상을 더 보았고, 내가 선택한 모든 카드의 마지막에 세계를 만났다. 이쯤 되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아니, 믿어야 하는 것 아닐까? 전 세계가 나를 주목해?
재미있는 우연이겠지만 나는 이전의 점괘에서 마법사나 은둔자 카드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메이저 카드 중 단 한 번도 내 점괘에서 나온 적 없는 카드가도 몇 장 있다. 혼돈 속에 조화가 존재하겠지만 여태까지 내가 본 유튜브 타로 영상이 몇백(;) 개는 될 텐데 그중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카드가 몇 장이나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종종 의심스러울 때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 의심을 접어둘 때다. 나는 잘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확률을 계산해 보는 당신은 당장 그 손을 멈추길 바란다. 내가 잘 되어서 당신에게 나쁠 일은 없다. 몸과 마음이 풍족해지면 나는 돈을 잘 쓴다. 내가 잘 되면 당신은 소고기나 더 좋은 것을 얻어먹게 될 것이다. 물론 돈 말고도 여러 가지 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이득을 재면 안된다고 하지만 헛소리다. 하다못해 마음의 위안이라도 받기 위해 사람은 관계를 맺는다. 내가 하는 헛소리에 한 번이라도 미소 지은 적이 있다면 당신은 나에게 얻어가는 게 있는 셈이다.
타로 카드의 점괘는 보통 한 달에서 석 달 정도의 기한을 두고 이루어질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이상은 의미가 없다고. 즉 내가 잘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는 의미에서 내가 잘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할 것이다.
덧,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카드들은 다음과 같다.
메이저 5번 "교황"
가르침, 관대함 등을 의미한다.
메이저 11번 "정의"
균형, 정당함 등을 의미한다.
메이저 14번 "절제"
조화, 견실 등을 의미한다.
메이저 "심판"
부활, 개선 등을 의미한다.
쓰고 보니 새삼 좀 신기하다. 네 장의 카드 이미지도 다들 비슷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관대하지 않다거나 정의롭지 않다거나 균형이 없다거나 개선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길 바란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을 미신을 맹신하는 음모론자로 간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