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
연말. 가장 따끈한 대화 주제는 '내년의 목표'다. 한 명씩 돌아가며 답하는 분위기가 되었는데, 그중 선명하게 목소리를 낸 분이 있었다.
“내년에는 연봉을 더 올리고 싶어요.”
그렇지, 연봉 중요하지! 나도 그 연차 때 가장 고민했던 게 연봉이었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부담되던 사회초년생 시기. 내 연차 땐 다 이렇게 받나, 민감한 주제다 보니 어디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봤던 직군별 평균 연봉 글이 생각나 그분에게 살짝 보냈다.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것 중엔 가장 관련 있는 정보였다. 다음에 또 괜찮은 걸 발견하면 보내야지.
링크를 보내는 순간 이거구나 했다. 내가 원하는 걸 정확한 말로 주위에 전하는 게 중요하구나. 만약 그가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갈지 고민이라고 했다면 다정한 말밖에 건네지 못했을 거다. 연봉이라는 말 덕에 확실해졌다. 나는 그의 연봉 인상을 함께 응원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걸 바로 말하지 못하는 편이다. 왠지 부끄러워서 소망과 목표는 은밀하게 품어 왔다. 연봉 고민이 깊던 시절, 주위에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 오면 기껏해야 ‘회사생활에서 보람을 찾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정도로 돌려 말했다. 그러다 남는 게 없는 통장 잔고를 보고 설움이 폭발하면 ‘이 돈 받고 일하는 게 말이 되나’ 많은 것들을 씹고. 그러면 안 됐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아무도 모르는데 누가 날 도와줄 수 있지?
내 목표는 나의 노력만으로 이루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게 정정당당한 것인 줄 알았다. 이제 보니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나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성공시킬 수 있는 일은 없다. 운이든 응원이든 따라야 한다. 일단 여기저기 말이라도 꺼내야 그것들이 따를 기회라도 생긴다.
응원을 할지 말지는 상대방이 정할 일이다. 연봉 이야기를 하던 친구도 마찬가지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빠르게 성장하는지 알기에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거다. 응원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내 노력이니까, 목표를 말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내년 목표를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으면 좋겠어요, 모두 맞는 말이지만 모호하다. 진짜 원하는 걸 얻고 싶다면 더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것 하나가 이뤄지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해결되는 선명한 문장으로.
“책을 한 권 내고 싶어요.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