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섬진산책 공지영
이 책은 내가 지금 읽는 십여권도 넘는 책중에서 가장 읽는 속도가 빠른 책이다.
톨스토이의 ' 인생에 대하여'를 읽다가 근원을 찾아가는 대목이 정말 지루하고 구닥다리 같아서 책장이 넘어가질 않았다. 열장을 힘겹게 읽었을까? 제일 기대했던 책인데 손이 가질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자꾸자꾸 읽게 된다.
거기에 내가 찾던 해답도 보였고 나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했다.
내가 그런 일을 겪었을 때 어눌하고 바보같이 대처해버리고 속아넘어가고 이용당했었다.
난 아직도 복수?를 결심한 한 친구가 있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나를 속였다. 같은 방법에 또 당했다.
오랜 지인에게 그 친구 얘기를 털어놨는데 그런 사람은 못이기니 그냥 연락하지 말라였다.
지금은 연락도 없다. 내가 끊어내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연락두절된 것이다. 그게 난 좀 억울하다.
이런 의문도 있었다.
내가 정말 그한테 돈 빌려주고 갚아달라고 말한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이었나하고...
그래서 정신과 상담갔을때 트라우마처럼 나타나는 남자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말했다.
돈 빌려주고 사정이 있어서 갚아달라고 했는데 그말을 하자마자 전화기가 부숴질듯 큰소리로 화내며 엉뚱한 말을 늘어놓았다고.
"네가 돈 쓰라고 사정사정해서 내가 쓰기 싫었는데 억지로 쓴거야, 그리고 네 딸 대학갈때 갚아주려고 한건데 갑자기 갚아달라고 하냐? 내가 너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네 돈을 쓰면 안됐는데.."
하면서 나한테 큰소리치고 화를 낸다.
내가 화내면서 갚아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사정이 있어서 빨리 좀 갚아달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런데 상대는 마치 돈을 빌려준 사람마냥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는거마냥 더 큰 소리치고 윽박지르고 어이없는 말을 한다.
"네가 사정사정해서 받기 싫은거 억지로 빌린거잖아."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말도 안되는 논리를 나에게 이해시키려고 이런저런말을 늘어놓는 것이다.
"지금 이상황은 내가 돈 빌린 사람같고 네가 돈 빌려준사람같다. 이상한거 아니니?"
그러면서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목소리높여 아무말이나 했던거같다.
흥분해서 정리도 안된 엉뚱한 말이 나가고..
그가 아니다싶었는지 지금 당장 가겠다고 전화 끊지 말고 있으라고 한다.
"오지마, 너 기분 풀리는 일이면 안한다고 , 오지말라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가 떠올라 괴롭다.
이후에도 갚지않아서 문자를 보냈었다. 요지는 돈이 생기면 남한테 빚진 돈을 조금이라도 먼저 갚는 게 맞을거같은데 그러지 않는다는거였다.
그랬다. 그는...
주말마다 비싼 식당가서 와이프하고 밥먹고 오는데 그것도 못해주고 돈이 없어 차를 팔고 같은 급의 차를 할부로 끌고 다니고 있다고.
그러면서 자신이 돈이 없어서 비참하게 살고 있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아랫돌 빼서 윗돌 막으면서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이 돈이 없고 못 살면 집이나 차에서 변화가 있다.
내가 그랬다. 벌이도 신통찮고 힘들어서 현금마련을 위해서 신축빌라분양 받아서 살다가 보증금 높은 월세 주고 낡고 추운 옥탑방 월세로 들어갔다.
대출을 많이 받은 집이라 월세 받아도 모두 이자다.
그 춥고 낡은 집에서 나는 보일러도 켜지 않고(보일러를 틀어도 따뜻하지도 않으면서 가스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음.) 세번의 겨울을 보냈다. (전기장판과 난방텐트에 의지하면서...)
영하18도 -20하던 그해 겨울은 여기 저기 동파사고로 대한민국이 난리났던 때였다.
그런 때였는데 나의 옥탑방은 아침에 일어나면 얼지말라고 틀어놓은 수도가 방울방울 떨어지다가 얼음기둥이 되어 있었다. 변기물은 얼어 있어서 볼일조차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일어나 헬스장으로 갔다. 아주 저렴할때 결제해놓은거였다.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따뜻한 물을 원없이 맞으며 샤워를 했다.
하루 중 유일하게 평화롭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
내가 지금 버는 돈이 100이면 100에 맞게 살아야 하고 200이면 그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
100벌면서 200벌듯 유지하고 살면 되겠는가. 파산이지.
그는 100도 못벌면서 1000만원벌던 때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말이다.
내가 옥탑방 월세 살고 있었던 것도 알고 있었고 그 천만원도 대출받아 마련해놓은 돈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난 그에게 나의 일상 들을 다 말해줬으니까.
그 누구보다도 내 형편을 잘 알고 있었는데 그 누구보다도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 뒤로도 한번더 트라우마가 생긴 일을 겪었다.
다달이 조금씩 갚아달라고 했는데 안갚길래 갚아달라고 했고 내 돈은 왜 안갚느냐 서운함을 표현했다.
공황장애가 있어 약을 먹고 자고 있다가 카톡을 읽고 답장을 하려다가 만나서 얘기하려고 한다고 11시가 넘어서 전화가 왔다.
그래도 나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나 싶어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나갔다.
밤늦게까지 하는 커피숖도 없고 해서 그의 차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억울하다는듯이 또 소리소리지르다못해 차 안에서 창문을 치고 천장을 치고 나를 향한 손길인거 같은데 차마 때리지는 못하고 분해서 다른 곳을 때리는 형국이다.
왜 나때문에 그렇게 화간 난 걸까?
그에게서 미안한 마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쏟아진 말들에서 결국은 드러났다.
"꼴랑 천만원 빌려주고 사람을 이렇게 괴롭혀."
난 그 말에 너무 어이가 없어서
" 뭐? 꼴랑 천만원?"
그러면서 그를 쳐다봤다. 그랬더니
"너 그 눈빛 정말 아냐. 내가 돈 빌렸는데 못갚았으니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야 해,어!!!"
그러면서 침 튀며 말하고 정말 발악을 했다.
난 공황장애 있는 사람이라서 발작하는거같아 울면서 그만좀 하라고 말렸다. 손을 휘두르는걸 붙잡고 "내가 잘못했어, 그만좀 해."
진정시켜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얘기를 정신과 선생님께 말했다. 공황장애겪는 사람이라서 진정시켰다고...
그랬더니 정신과 의사가 말해줬다.
"공황장애가 있다고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아요. 그분이 당신을 위협하고 협박한 거에요."
맞다. 정확했다. 그가 나를 위협하고 협박한거였다.
난 왜이리 상황파악도 못하고 모자란가.
"그런 사람은 아예 관계를 정리하거나 이자 못받은 거 받고싶으면 내용증명이라도 보내고 법적인 절차를 밟으세요."
(당장 돈이 필요한데 줄 수없다고 해서 고금리13프로 받아서 메꿨다. 나중에 그 이자도 갚아달라고 했다.)
난 그날밤 그를 진정시키고 달래고 잘 들어가라하고 보냈다. 추운 옥탑방으로 걸어가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냥 들어갈수 가 없어서 유통상가 긴 거리를 앞으로 한없이 툴툴 걸었다.
12시도 넘어서 사람도 잘 보이지 않던 시간...
그냥 그렇게 걷다보니 북받쳐올랐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흐르는 눈믈을 닦아냈다.
그러다가 목놓아 울어버렸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으니 그냥 맘껏 울었다.
내가 너무 처량했다. 말주변도 없어서 반박도 못하고 상대방이 화내는거에 응수하지 못한다.
바보같기만 했다.
공지영의 글에 나온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M에 관한 이야기.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이용하려는 사람.
난 항상 끊어내지 못했다.
친구란 화나고 속상한 얘기 잘 들어주고 뭔 짓을 해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속에 분노가 쌓여가는 것도 몰랐다.
공지영 작가가 정신과를 찾아가 상담했던 내용이 있다.
정말 나를 보는듯했다.
내가 이상한건지 세상이 이상한건지 그가 이상한건지...
난 남자들의 큰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고 대꾸하지 못한다.
예전 같았으면 쌍욕하며 소리지르는 손님한테 욕은 못하더라도 마구마구 소리질렀는데 말이다.
그냥 심장이 벌렁벌렁대고 손이 떨린다.
그리고 무섭다.
다른 사람이 내 집에 오는 것도 너무 싫다.
혼자만의 내 공간이고 모든 정리들이 내중심으로 정리되어 있다. 타인을 배려한 공간배치는 없다.
둘이 앉아 밥먹을수 있는 식탁도 없다.
1인용테이블이나 작은 탁자에 올려놓고 밥을 먹는다.
혼자 먹는 밥은 너무 맛있다.
나는 나를 달래주고 싶다.
추운 겨울을 전기장판으로 버티며 바쁜 일에 김밥한줄로 하루끼니를 떼우며 일만 했던 나를 사랑해주고 싶다.
너무 잘 버텼다고...
그러다가 나는 병을 얻었다.
유방암.
하느님은 그래도 내게 복을 주시어 상피내암으로 끝나게 해주셨다,
갑상선결절.
이것도 암이.아니라 한쪽만 결절제거로 끝나게 해주셨다.
모두들 다행이라고 했다.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방사선치료받으러 다니는 동안 나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소중함을 깨달았다.
아픈 몸으로 다니는 건 심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그 시기도 모두 이겨내고 치료과정 끝내고 나의 일상으로돌아와 일하고 퇴근하고 하루를 살고 있다.
열심히 살았다.
나는 나를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줘야겠다.
많은 어려운 일들을 겪었지만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살았고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다.
난 앞으로 쭈욱 잘 버틸것이다.
그리고 쭉 행복할 것이다.
나는 지금도 옥탑방에 산다. 아주 수리가 잘 되어 있어 보일러 한번만 돌려도 방 2개가 후끈하다. 해도 잘드는 넓은 테라스도 있다. 이 집은 월세가 아닌 전세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빚도 갚고 대출 안받고 전셋집을 구했다.
이 집에서 나는 너무 행복하다.
" 너무 좋다~" 이 말이 절로 나오는 집이다.
주차공간이 없는 다가구주택이라 저녁시간엔 무료인 공영주차장에 대고 유료시간이되는 9시 전에 얼른 일어나 출근을 한다.
비싼 신축빌라도 아니고 주차공간 넓은 좋은 아파트도 아니지만 나의 형편에서 아주 최고급의 집이다.
돈이 더 생겨도 여기에서 계속 살고 싶다.
나에게 행복감을 안겨준 좋은 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