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후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도겸 Jan 18. 2022

그냥, 사람

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봄날의책


독서모임 북클럽으로 회원들과 같이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겨레 신문에 칼럼으로 기재했던 글을 정리한 내용이다. 연도별 날짜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무겁다.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그냥, 사람' 특별한 사람이 아닌 그냥 '사람'이다.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제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나 자신이 충분히 세상 대부분의 일과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전혀 모르는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러나 그 숭고한 정신이 약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세상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 충격이다.


이 책은 읽을수록 마음이 아프다. 사람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생각이 달라진다. 그 사람과 같은 위치와 환경이 되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월호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세월호 유가족이 삭발할 때 뒤에서 안아주며 '어머니 죄송해요' 이 말이 가슴에 아린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낸 이들이 마음껏 슬퍼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발전하는 세상에 버려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발전하는 것이 나아지는 것이라 생각을 하지만 그 뒤의 어두운 면은 외면해왔다. 책을 읽을 때 만큼은 같이 살아가야 할 존재들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연대를 하는 사람도 자신이 약자가 되었을 때 느꼈을 절망감은 약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한 말일 것이다. 밑바닥을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공감하면서 자신이 겪은 슬픔을 뒤늦게 애도할 기회가 되었다는 저자. 고양이를 키우면서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아가는 것도 새롭다.

사람이지만 동물이기도 한 인간이 최소한 같이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는 동물이라도 되면 좋겠다.


동물의 도축 장면을 보면 인간의 끝이 보이고, 고기와 달걀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기 위해 메뉴를 고르다 보면 숨 쉬는 그 자체가 최전선이라고 한다.

맛있는 고기를 얻기 위해 강제로 동물을 살찌우고, 건강을 위해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자주 일어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삶을 누리기 위한 투쟁과 이동권 보장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약자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비장애인 일 때는 몰랐는데 장애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그냥 사람'으로 보인다는 말도 아프다.




P. 20

우리는 같은 시대, 같은 공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와 나는 아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경험하고 있었다.


P. 27

싸우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건 세상의 차별과 고통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이 곧 망할 거라는 징조이기 때문이다.


P. 79

사람들은 강자가 사라져야 약자가 사라질 거라고 말한다. 나는 순서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심장이 아니다. 가장 아픈 곳이다. 이 사회가 이토록 형편없이 망가진 이유, 그것은 혹시 우리를 버려서가 아닌가. 장애인을 버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버리고, 병든 노인들을 버려서가 아닌가. 그들은 가장 먼저 위험을 감지한 사람들, 이 세상의 브레이크 같은 존재들이다.


P. 102

세상엔 자신의 유서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싸움은 그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싸움의 지속은 타인의 유서를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달려있다.


P. 124

오랜 시간 절박한 이들과 함께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디까지나 연대하는 사람이었을 뿐 당사자가 아니었다는 걸, 둘의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손 벌리는 자'의 마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손 잡아주는 자'의 자부심으로 살아왔던 시간이 부끄러워서 펑펑 울었다.


P. 183

오래전 누군가의 죽음을 통과하면서 울었어야 할 울음을 뒤는게 울었다. 끝내 모른 채 넘어가버릴 수도 있었던 것을 이제라도 애도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