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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겸 Jun 25. 2022

긴긴밤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루리 글/그림

문학동네




6월 사내 독서토론도서다.

어린이문학상을 받은 유명한 책이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읽었다.

기대한 만큼 어린이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서 읽어도 좋은 책이다.

노든이 태어난 것은 코끼리 고아원에서다.

상처가 있거나 한쪽 눈이 안 보이면 다른 코끼리들과 연대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든은 코뿔소다. 이미 훌륭한 코끼리이기 때문에 훌륭한 코뿔소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불안하지만 설레임과 행복이 있다.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딸이 태어나고 가장 행복한 순간에 불행이 찾아온다.

지구에서 인간만 사라진다면 모든 생명체가 잘 살아 갈 것이다. 밀렵꾼에 의해 산산이 부서진 행복 때문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인간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새로운 보금자리 동물원에서 밝고 활기찬 코뿔소 앙가부를 만나 기운을 차린다. 같이 초원으로 가기로 한 전날 밤 밀렵꾼에 의해 앙가부를 잃고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가 되었다.

동물원 펭귄 무리에서 치쿠와 윔보는 버려진 알을 품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려 하고 있다. 윔보는 오른쪽 눈이 잘 안보이는 치쿠를 위해 항상 오른쪽에서 걷고 생활한다. 불편한 이를 위한 연대다.

어느날 갑자기 전쟁 때문에 동물원 철조망이 무너진다. 노든이 동물원을 나올 때 치쿠도 윔보가 지켜낸 알을 담은 양동이를 물고 탈출한다.

노든은 치쿠와 함께 바다를 향해 걷고 또 걷는다. 삶의 의미를 잃은 노든과 알을 부화해야 하는 치쿠는 서로 의지하며 바다를 향한다. 치쿠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온 힘을 다하고 사라졌을 때 알이 부화해서 아기 펭귄이 태어난다.

노든은 치쿠가 이루지 못한 펭귄의 바다를 향하는 여정을 완수하기 위해 아기 펭귄을 가르치면서 걷고 또 걷는다. 너무 지친 노든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발견하여 동물원으로 옮겨 치료한다. 모든 사람들이 노든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노들이 먹이를 먹고 자는 시간을 알지만 속마음은 모른다.

펭귄은 자신의 길을 떠나라는 노든의 말에 노든이 '훌륭한 코뿔소'가 되기 위해 길은 나섰듯이, '훌륭한 코뿔소'에서 '훌륭한 펭귄'이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고 결국 바다를 찾는다.

노든이 동물원을 나왔듯 펭귄도 자신의 길을 찾아서 여정을 떠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와 같다. 현재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과거를 떠나지 않으면 미래를 시작할 수 없다.

동물들의 시각에서 담담히 적어 내려간 글은 인간의 잔혹성을 고발한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 코뿔소의 뿔이 필요하고, 인간의 유희를 위해서 동물들을 가두고 구경시킨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 다양한 동물들이 연대하고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를 나눈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되어주고, 걷지 못하면 기둥이 되어 같이 걸어준다. 좋은 열매와 위험을 대비하게 한다.

삭막한 현대의 인간들이 갖춰야 할 마음과 태도다. 교훈적인 내용이고 끝이 좋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씁쓸함과 아쉬움이 있다.

따듯함과 애잔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P. 12

 "눈이 멀어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절뚝거리며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귀 한쪽이 잘린 채 이곳으로 오는 애도 있어.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 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코가 자라지 않는 것도 별문제는 아니지. 코가 긴 코끼리는 많으니까. 우리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순리야."


P. 16 

"여기, 우리 앞에 훌륭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네. 하지만 그는 코뿔소이기도 하지. 훌륭한 코끼리가 되었으니, 이제 훌륭한 코뿔소가 되는 일만 남았군그래."


P. 57

노든은 악몽을 꿀까봐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날은, 밤이 더 길어진다고 말하곤 했다. 이후로도 그들에게는 긴긴밤이 계속되었다. 


P. 115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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