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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기록가 Sep 23. 2024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대한민국,
현실에서의 육아휴직

현장에서 느끼는 육아휴직의 체감온도

출산율 하락으로 나라가 난리다.

온갖 재정을 투입하고,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법한 화려한 제도도 매번 선보이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남자들의 육아휴직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고,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실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 그 길을 외로이 내딛을 용기조차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통계자료에서 보듯, 아빠의 육아휴직 신청 건수는 많이 늘긴 했다. 하지만 그 수치는 공무원 등 일부 특정 직업군 위주의 상승으로 보이며, 복지 좋은 대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에 다니며 육아휴직을 한 남자들은 여전히 많지 않다.


남자들의 육아휴직을 필수 요건으로 하지 않는 이상, 지원금이 늘고 제도와 정책이 개선되더라도 실제 직장에서의 육아휴직은 앞으로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것 중 하나는 복직 후에 펼쳐질 보복(?)이다.


각 조직의 기성세대들이자 리더급들은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하며 살아온 경우가 많고, 그런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 그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일을 내팽개치고, 집에서 육아나 하러 간다는 젊은 세대의 발칙한 도전과 제안을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법칙에도 예외는 늘 존재하듯 자신의 부하가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 기꺼이 보내주며 응원해 주는 훌륭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조직에서 그런 리더를 모시고 일한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간다고 했을 때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요즘 직장인 아빠가 얼마나 될까?


나 또한 육아휴직을 올해 초부터 고민했다. 휴직을 한다고 했을 때의 직장 상사의 반응이 예상되었고, 복직 후 나에게 펼쳐질 화려한 앞날이 어느 정도 그려졌기에 머릿속에서 Go와 Stop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했다.


재정적인 부분도 큰 걱정거리다. 월급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삶일지, 지금의 상황에서 소비를 얼마나 줄여야 하고, 먹고 싶은 것을 어느 정도 참아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사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가장 피부에 와닿는 부분은 재정적인 부분이지만, 그 부분을 겪기 전에 먼저 어떻게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결재를 받고 휴직이 시작되기까지 그 험난한 길을 가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출산율 하락은 내가 일하는 업종의 존폐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지표다. 이런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이 조직의 역사 상 정규직원 중 남자 육아휴직 수는 공교롭게도 0명이다.


남자 중 단 한 명도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않았다. 내가 육아휴직을 할 경우 1번이 되는 셈이다. 좁고 험난한 이 길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기록하며, 누군가가 걸어가는 데 참고할만한 기록이 되도록 발자국을 남기고자 한다. 


이것이 현장에서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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